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그들이 예수를 끌고 대제사장에게로 가니 대제사장들과 장로들과 서기관들이 다 모이더라”(막 14:53)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앞두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듯 고뇌의 기도를 올리셨다. 가룟 유다는 예수님께서 늘 기도하시던 이 겟세마네 동산의 자리를 알고 있었기에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이 파송한 자들과 함께 예수님을 체포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그는 입맞춤으로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알려 주었고, 예수님은 그렇게 체포되셨다. 그리고 당시 대제사장인 가야바의 집까지 끌려가셨다.
감람산 아래에 있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시온산에 있는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 사이에는 돌로 된 로마 때의 길이 오늘날까지 일부 남아 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하고 통곡한 곳에 세워진 베드로 통곡교회 바로 옆에 30미터 정도의 돌계단 길이 남아 있고, 계단 맨 위에는 예수께서 포박당해 끌려가는 모습의 부조가 남아 있다. 지금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들어갈 수 없지만 이전에는 성지순례 시 예수님이 포박당해 끌려가신 이 길을 찬송을 부르며 걸어가곤 했다.
예루살렘에 있는 예수님과 관련된 유적들은 대부분 땅속에 묻혀 있고 십자가의 길 역시 지하에 묻혀 있지만 이곳 겟세마네에서 가야바의 집터까지의 길은 직접 걸어갈 수 있어 말로 다할 수 없는 큰 감동을 준다. 주님께서 육신의 발로 걸어가신 그 길을 나도 걸어간다고 생각해 보라! 그래서 나는 성지순례를 인도할 때면 꼭 이 길 맨 위에 있는 돌 위에서 기도하며 주님이 가신 그 길을 걸어가자고 메시지를 전한다.
예수님은 잡히신 후 가야바에게 심문을 받으셨다. 그리고 다시 당시 유대의 총독인 빌라도에게 넘겨졌으며 결국 유대인들의 압력에 밀린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형을 선고받고 골고다 언덕에서 돌아가셨다. 그러나 3일 만에 부활하신 후 40일 동안 제자들과 많은 사람들 앞에 나타나시고 감람산에서 승천하셨다.
오늘날 예루살렘을 방문한 성지 순례자들 가운데는 예수의 마지막 일정을 따라 빌라도 법정이 있었던 곳에서부터 예수님이 장사된 성묘교회(거룩한 무덤교회)까지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로 가는 이들도 있다. 주님 가신 길, 바로 고통과 피 흘림과 조롱이 따르는 길, 그러나 그 길은 유일한 생명의 길이기에 오늘 우리도 이 길을 가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사진을 통해 주님 가신 마지막 십자가의 길을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는 마음으로 떠나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