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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맹인을 고치신 곳, 여리고 / 예수께서 나귀를 끌어오라고 하신 벳바게

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맹인을 고치신 곳, 여리고

 

“그들이 여리고에 이르렀더니 예수께서 제자들과 허다한 무리와 함께 여리고에서 나가실 때에 디매오의 아들인 맹인 거지 바디매오가 길가에 앉았다가”(막 10:46)

 

예수께서 소경을 고치신 사건에 대해서 마가복음은 “여리고에서 나가실 때 소경 바디매오를 고치셨다”(막 10:46)고 기록하고 있다. 반면 마태복음에서는 “여리고에서 떠나갈 때 맹인 두 명을 고치셨다”(마 20:29)고 기록하고 있으며, 누가복음에서는 “여리고에 가까이 가실 때에 한 맹인을 고치셨다”(눅 18:35)고 조금씩 다르게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복음서의 기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여리고가 두 곳이기 때문이다. 곧 여리고는 여호수아에 의해 무너진 구약의 여리고와 예수님 당시에 있었던 신약의 여리고, 즉 현대 여리고가 있다. 즉,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은 구약의 여리고 입장에서 기록한 것이고, 누가복음은 신약의 여리고 입장에서 기록한 것이다.
구약의 여리고와 신약의 여리고는 약 2km 정도 떨어져 있다. 구약의 여리고는 텔(인공 언덕) 형태로 BC 7000년경에 건축되었다. 이 여리고는 여호수아에 의해 멸망 당했는데, 성지순례 시 구약의 여리고에서 망대의 규모를 보면 하나님에 의해 무너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한편 신약 시대의 여리고는 구약 시대의 여리고보다 남쪽에 위치해 있다. 예수께서는 신약의 여리고에 여러 번 오셔서 소경 두 사람의 눈을 뜨게 하셨고(마 20:29~34), 세리장 삭개오를 회개시키셨다(눅 19:1~10). 구약과 신약의 여리고 사이에는 삭개오 나무라고 불리는 늙고 큰 돌무화과나무가 있다. 그리고 예수님의 비유 중에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신약의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눅 10:30~37).
여리고는 지중해 해면보다 250m나 낮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다. 따라서 여름에는 매우 덥고 겨울에는 춥지 않아 부호들과 권력가들은 겨울 별장을 짓고 때를 따라 여리고에 와서 즐겼다. 성경을 볼 때는 그 사건과 말씀이 어떤 배경과 장소에서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말씀이 주고자 하는 내용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이것이 성지와 그 문화적인 배경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예수께서 나귀를 끌어오라고 하신 벳바게


“그들이 예루살렘 가까이 와서 감람 산 벳바게와 베다니에 이르렀을 때에 예수께서 제자 중 둘을 보내시며 이르시되 너희는 맞은편 마을로 가라 그리로 들어가면 곧 아직 아무도 타보지 않은 나귀 새끼가 매여 있는 것을 보리니 풀어 끌고 오라”(막 11:1~2)

 

벳바게의 뜻은 ‘무화과들의 집’이란 뜻으로 3세기의 신학자 오리게네스는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해 벳바게를 ‘승리의 집’, ‘만남의 집’, ‘나귀 타기의 집’이라고 불렀고, ‘산골짜기의 집’으로도 묘사했다.
벳바게는 예루살렘의 감람 산 동쪽 부분 산등성이에 있는 예루살렘의 한 변두리 마을로, 여리고에서 예루살렘으로 들어올 때 거치게 되는 마을이다. 오늘날 아랍 마을인 베다니로 넘어가는 감람 산 동쪽의 아부 디스(Abu Dis)를 벳바게로 본다. 이곳은 베다니 남서쪽, 감람 산 동남쪽 경사지에 위치하고 있다. 예수님은 이곳에서 나귀 새끼를 타시고, 군중들의 ‘호산나’ 환영 속에서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셨다(마 21:1~11, 막 11:1~11, 눅 19:28~40).
벳바게에는 4세기와 십자군 시대에 기념 교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있는 교회는 1883년 프란체스코 교회가 지어 1954년에 보수된 건물이다. 그 안에는 1m 정도 크기의 네모난 돌이 있는데, 이 큰 돌의 네 면에는 라틴어가 써 있고 그림이 그려져 있다. 북쪽에는 나귀 새끼를 탄 그림, 동쪽에는 군중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영하는 그림, 남쪽에는 나사로가 부활하는 그림이 있고, 서쪽에는 라틴어로 ‘벳바게’라고 써 있으며, 이 돌은 예수께서 나귀를 타실 때 디뎠던 것이라고 전해진다.
오늘날에도 고난주간이 되면 이 동네에서는 제사장을 나귀에 태우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던 예수님의 모습을 재현한다. 일반적으로 성지순례 시 잘 들르지 않는 곳이지만 20분 정도 여유만 있다면 이곳에 가서 예수께서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던 모습을 그려보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