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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폐허로 남아 있는 고모라 / 토기장이의 토기 제작

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또한 이사야가 미리 말한 바 만일 만군의 주께서 우리에게 씨를 남겨 두지 아니하셨더라면 우리가 소돔과 같이 되고 고모라와 같았으리로다”(롬 9:29)

 

고모라는 창세기 19장 25절에서 ‘성들’로 표현되는 성읍 중 하나로 이곳의 위치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어 그 위치를 정하기가 다른 어떤 성읍보다 난해하다. 사해 북쪽에 있다는 학설에 의하면 이곳을 텔 레일랏 엘 갓술로 보기도 하고, 남쪽으로 보는 학설에 의하면 사해 남동쪽에 있는 세일 엘 누메이라(Seil el Numeira)와 바로 근접해 있는 움 엘 아카립(Um el Aqarib)으로 보고 있다.
 오늘날 와디 누메이라(Wd. Numeira)의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세일 엔 누메이라(텔 엔 누메이라)는 소돔과 같은 시기에 폐허된 흔적과 당시와 근접한 시기의 유적이 있어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또한 이곳은 검은 재의 단층이 형성돼 있으며, 초기 청동기시대에 폐허가 된 이후부터 철기시대까지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가 없어 성경의 사건과 부합된다.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당한 대표적인 도시로 언급되고 있다(사 1:9~10; 암 4:11; 습 2:9; 벧후 2:6). 바울은 로마서를 쓰면서 이사야 선지자의 글을 인용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만일 만군의 주께서 우리에게 씨를 남겨 두지 아니하셨더라면 우리가 소돔과 같이 되고 고모라와 같았으리로다”(롬 9:29). 그러나 예수께서는 당시 갈릴리에 있는 가버나움이 오히려 더 큰 죄악 가운데 있었음을 말씀하셨다(마 11:23~24).
 오늘날 고모라로 주장되는 곳은 요르단의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방문할 수가 없다. 그러나 사해 길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길에서 철조망 너머에 있는 고모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동차를 잠시 길 옆에 세워두고 짧은 시간에 고모라의 사진을 담으면서 마음속에는 고모라가 아닌 가버나움에 대한 예수님이 말씀이 떠올랐다. 주님께서 수많은 능력을 행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회개하지 않은 가버나움은 예수님 당시 2만 명 정도나 살고 있었던 큰 마을이었으나, 결국 예수님 말씀대로 멸망당하고 지금은 성지순례자들만 찾는 곳이 돼버렸다. 나는 오늘날의 우리도 주님의 크신 은혜를 입었음에도 주님을 배반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고모라를 떠났다.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들 권한이 없느냐”(롬 9:21)

 

토기장이는 흙을 사용해 토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토기장이가 진흙으로 여러 종류의 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가장 좋은 흙을 발로 밟아 부드럽게 한다(사 41:25). 그리고 녹로 위에 진흙을 올려놓고(렘 18:3), 진흙을 돌려가며 자신이 원하는 모양의 토기를 만든다. 모양이 완성돼 가마에 굽게 되면 토기가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소다, 은, 구리 등을 섞어 청색이나 코발트 등의 색채를 내기도 하고, 잿물(유약)을 발라 광택을 내기도 한다. 오늘날의 잘 깨지지 않는 도자기와 달리, 토기는 파손되기 쉬워 성경에서는 인간의 미약하고 나약하며 무가치함에 대한 상징으로 사용됐다(시 2:9; 계 2:27).
 나는 터키 갑바도기아 지역에 있는 아바노스의 토기 공장에서 직접 녹로 위에 있는 진흙으로 토기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 전문가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하는 것을 볼 때는 쉬워 보였지만, 막상 해 보니 모양이 비뚤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허물어져 버렸다. 완성된 여러 제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바울이 말한 토기장이 비유가 생각났다.
 “이 사람아 네가 누구이기에 감히 하나님께 반문하느냐 지음을 받은 물건이 지은 자에게 어찌 나를 이같이 만들었느냐 말하겠느냐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들 권한이 없느냐”(롬 9:20~21).
 토기장이가 여러 종류의 토기를 만들 듯이, 하나님께서 많고 많은 사람 가운데 나를 목사로 만들어 사용하심에 감사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를 하나님의 그릇으로 사용하신 것에 감사하며, 남은 생애를 오직 나를 만드신 그 하나님을 위해 살기로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것이 토기 공장에서 내가 주님께 받은 은혜이다.


고모라로 주장되는 두 곳 중 한 곳인 움 엘 아카립(Um el Aqarib)

 

진흙으로 질그릇을 빚는 토기장이, 터키 아바노스

 

여러 종류의 질그릇, 터키 아바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