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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서바나 지역에 속한 땅끝 마을, 로카곶 / 뵈뵈가 살던 겐그레아

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서바나 지역에 속한 땅끝 마을, 로카곶


“그러므로 내가 이 일을 마치고 이 열매를 그들에게 확증한 후에 너희에게 들렀다가 서바나로 가리라”(롬 15:28)

 

성경에서 언급하고 있는 서바나는 오늘날 포르투갈과 스페인 지역을 가리킨다. 이 스페인 반도에 사람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 등장하는 크로마뇽인이 살았던 구석기 시대부터다. 이후 이곳에 북아프리카로부터 사람들이 이주해 왔으며,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 지역을 항해한 포케아 사람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B.C. 3세기경에는 카르타고인들에 의해 이 지역 대부분이 점령당했다. B.C. 209년에는 로마의 스키피오 장군이 한니발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개가를 올렸으며, B.C. 133년에는 로마에 완전히 넘어갔다.
이후 이 지역에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통치 때에 제국주의의 숭배의식이 크게 확산됐으며, 당시 로마인들에 의해 건설된 도로와 수로들의 일부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로마시대에 이 서바나 지역은 점차 로마화됐지만 세네카, 트랴야누스 황제, 데오도시우스 황제 등은 스페인 출신이었다.
서바나는 바울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으나 가지 못한 곳이다(롬 15:22~24). 그러나 클레멘트는 A.D. 95년경 바울이 로마에서 고린도에 보내는 편지에 “서쪽 끝에 와 있다”라고 썼다고 말하고 있다. 또 1세기 이후의 무라토리 정경에도 “사도 바울이 그 도시로부터 떠나 스페인으로 여행했다”라고 기록돼 있어 그 사실 여부가 무척 궁금하다. 스페인의 전승에 의하면 사도 야고보가 스페인에서 가장 먼저 전도했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요나가 욥바에서 배를 타고 도망가려고 했던 다시스로 주장되는 지역 중에 한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 서바나의 맨 끝인 포르투갈의 서쪽 끝 해안가 로카곶에는 십자가 탑이 세워져 있으며, 그 탑 밑에는 반도의 최서쪽임을 알려 주는 위도와 경도가 표시돼 있다. 땅끝 마을로 주장되는 이곳은 오직 복음을 위해 생을 바친 바울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곳이다. 이곳에 세워진 대형 십자가 탑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볼 때 바울이 남긴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 1:24).

 

뵈뵈가 살던 겐그레아


“내가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으로 있는 우리 자매 뵈뵈를 너희에게 추천하노니”(롬 16:1)

 

파우사니아스에 의하면 겐그레아 항구의 이름은 신화 속의 포세이돈과 페이레네의 아들인 켄크레아스가 이 도시를 세운 것에서 유래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 성경에 나오는 겐그레아는 고린도 동남쪽 11.2㎞ 떨어진 곳의 그리스 남쪽 사론 만에 있는 항구였다. 고대에 고린도의 외항 역할을 했던 겐그레아는 오늘날 케크리아이스(Kechriais)라고 부르는 근처에 있다.
바울은 고린도에 머무는 동안 겐그레아에 교회를 세웠는데, 뵈뵈가 이 교회의 여집사였다. 뵈뵈에 대한 바울의 추천서라고 볼 수 있는 로마서 16장 1~2절에서 바울은 뵈뵈를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으로 로마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추천하면서, 그에게 소용되는 것을 도와주라고 부탁하고 있다.
또한 그는 많은 겐그레아 지방 여행자들의 보호자와 후원자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뵈뵈는 여집사로서 바울이 쓴 로마서를 로마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전했던 자로 짐작된다(롬 16:2). 바울은 겐그레아에서 수리아로 행하기 전 그의 서원을 위해 머리를 깎았다(행 18:18).
최근 항구를 둘러싸고 있는 두 곶 위의 건물에 대한 조사 작업이 진행됐는데, 남서쪽 곶에서는 1세기 초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창고와 그 뒤쪽에 대리석을 깐 건물, 또한 4세기경에 지은 바실리카풍의 교회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뒤쪽 건물에서는 석고에 색유리를 박은 모자이크 그림으로 된 창이 발견됐고, 북쪽 곶에서는 2세기경의 벽돌 건물이 발견됐다.
겐그레아의 옛 폐허지에는 건물들과 방파제들이 지금도 남아 있는데, 고린도 운하의 건설로 교회 터는 극히 일부만이 남아 있고, 나머지는 물에 잠겨 있는 것을 지금도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겐그레아는 바울이 고린도를 떠난 후 서원한 대로 머리를 깎은 곳이다. 지금은 고린도 운하로 인해 그나마 남아 있는 유적조차도 물에 잠겼지만, 나는 이곳에서 하나님 앞에 다짐했던 약속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바나의 땅끝인 로카곶의 십자가 탑

물에 잠긴 겐그레아 교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