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원희 원장(한국성지미디어/ www.photobible.kr)
밀을 포도즙 틀에서 타작한 기드온
“여호와의 사자가 아비에셀 사람 요아스에게 속한 오브라에 이르러 상수리나무 아래에 앉으니라 마침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이 미디안 사람에게 알리지 아니하려 하여 밀을 포도주 틀에서 타작하더니”(삿 6:11)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포도를 짜기 위해 바위를 파서 포도즙 틀(잠 3:10; 학 2:16)을 만들었다. 한 곳에 바위를 파서 포도를 담고 발로 밟아 짜내는 틀을 만들고, 조금 거리를 두고 다른 구멍을 판 후 그 사이에 포도즙이 흘러갈 수 있는 길을 내서 으깨진 포도에서 나온 즙이 다른 한 곳의 구멍에 고이도록 만들었다.
물이 귀한 근동 지역에서 포도주는 빠져서는 안 될 식음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특히 식사 때뿐만 아니라 잔치나 축제에서 반드시 필요한 음료였으며, 약으로도 사용됐다(삼하 16:2; 딤전 5:23). 그리고 포도주가 생산되는 곳에서는 제물로 바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포도주는 구약과 신약에서 찬양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하나님의 심판이나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비가일과 시바는 포도주를 다윗에게 가져다 줬으며(삼상 25:18; 삼하 16:1), 솔로몬은 성전 건축에 재료를 공급해 준 두로 왕 히람에게 2만 밧의 포도주를 보답으로 선물했다(대하 2:8~10). 예수께서는 포도주에 관한 비유를 사용하기도 하셨으며,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첫 번째 기적을 행하셨다(요 2:1~11).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부당한 비난을 받기도 하셨다(마 11:19).
한편, 밀은 넓은 마당에서 타작해야 하는데 기드온은 당시 이스라엘을 압제하고 감시하던 미디안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 몰래 포도즙 틀에서 밀을 타작했다. 포도즙 틀은 작아서 몰래 타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당시 이스라엘은 미디안에게 압제를 받는 참담한 상황이었다. 이는 모두 평안할 때 하나님을 떠난 결과였음을 떠올리며, 평안할 때 더욱 굳건한 신앙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기드온이 300명의 군사를 택한 하롯 샘
“여룹바알이라 하는 기드온과 그를 따르는 모든 백성이 일찍이 일어나 하롯 샘 곁에 진을 쳤고 미디안의 진영은 그들의 북쪽이요 모레 산 앞 골짜기에 있었더라”(삿 7:1)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시되 내가 이 물을 핥아 먹은 삼백 명으로 너희를 구원하며 미디안을 네 손에 넘겨주리니 남은 백성은 각각 자기의 처소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삿 7:7)
하롯 샘(Spring of Harod)은 길보아 산 서북쪽 밑에 있는 간헐천으로, 아인 야룩(Ain Jalud)과 동일시된다.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이 샘물의 일부는 인공적으로 만든 직경 20m의 유수지(溜水池)를 이루며 나흐르 야룩과 합류한 후 요단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수량이 많고 아름다운 샘 중의 하나다.
기드온은 미디안 군대와의 싸움을 앞두고 이곳에서 두려움에 떠는 자 2만 2천 명을 돌려보내며, 다시 물을 손으로 움켜 입에 대고 핥는 자들을 구분해 정예 군사 300명을 선택했다(삿 7:1~8).
성지순례의 가장 좋은 점은 성경의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역사적인 장소에 직접 서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그 옛날 하나님께서 베푸신 놀라운 사건들을 상상하며, 오늘 내가 하나님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성지에서 주시는 특별한 은혜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하롯 샘은 인간의 노력이나 힘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도우심과 능력으로 미디안과 같은 세상을 이길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장소다.
하롯 샘은 성지순례 때 잘 들르지 않는 곳인데, 나는 몇 차례 성지순례팀들을 이끌고 이곳을 방문했었다. 그때마다 순례객들에게 하롯 샘에서 흘러가는 물줄기 앞에 서서 성경의 사건을 떠올리며 물을 마시는 모습을 재현하게 한다. 그리고 말씀을 전하며 함께 기도한다.
“하나님께서는 수많은 메뚜기 떼와 해변의 모래처럼 많은 미디안 사람들을 2만 2천명도 아니고, 1만 명도 아니고, 300명으로 물리치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바로 그 300명의 하나님의 군사로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