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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풍랑을 만난 바울이 도착한 멜리데 섬

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www.photobible.kr)

“우리가 구조된 후에 안즉 그 섬은 멜리데라 하더라”(행 28:1)


가이사랴에서 아드라뭇데노 배를 타고 로마로 압송돼 가던 바울과 그 일행은 무라에서 알렉산드리아 호로 배를 바꿔 타고 로마로 향했다. 알렉산드리아 호는 이집트 고센 지역에서 곡물을 싣고 로마로 가던 중이었다.
알렉산드리아 호가 지중해 중심에 있는 그레데 섬 남쪽의 미항에 도착했을 때는 풍랑이 심한 시기였기 때문에 안전한 항구에서 겨울을 보낸 후에 다시 로마로 가야 했다. 그래서 백부장은 미항에서 겨울을 보낼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서쪽에 있는 뵈닉스에서 겨울을 보낼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이때 바울은 좀 불편하지만 미항에서 보내기를 권했다. 그러나 백부장은 뵈닉스로 가자는 선장과 선주의 말을 따라 미항을 떠나 항해했고, 결국 유라굴로라는 광풍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14일 동안 죽을 지경에 이르기까지 고생한 후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섬 멜리데에 도착하게 됐다.

 

멜리데 섬에서 보낸 바울의 여정
바울이 멜리데 섬에서 머문 3개월 동안의 여정을 현장 사진을 통해 살펴보자.
멜리데 섬은 이탈리아 남부 시실리(시칠리아) 섬 남쪽으로 약 95km, 시실리 수라구사 항구에서는 144km, 아프리카까지는 약 340km 지점에 있는 지중해상의 작은 섬이다. 현재는 몰타(Malta)라고 불린다. 섬의 길이는 약 29km, 너비는 13km, 높은 곳은 해발 258m 정도다.
남서쪽은 바다와 급경사를 이루는 가파른 절벽이고, 북동쪽 해안에는 크고 작은 만이 많이 있다. 멜리데는 동서로 횡단하는 여행자나, 북쪽에서 남쪽 아프리카로 건너가는 여행자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다.
현재 이 섬 최대의 항구는 발레타 시가 자리 잡은 곳으로, 바울의 이름을 따서 성 바울 만으로 부른다. 이 항구는 바울을 태운 배가 로마로 항해하던 중 난파를 당해 기착한 곳으로 여겨지며, 발레타 시에서 섬 북서쪽 끝을 향해 12.9km 정도의 거리에 있다. 바울은 금식 절기가 지난 뒤 그레데의 미항을 떠나 항해하다 난파를 당해 표류했고, 멜리데에 상륙했다.

 

바울피난교회, 바울과 뱀 벽화 그려져
그들이 뵈닉스에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미항을 출발해 가던 도중 풍랑을 만났기 때문에 멜리데 섬에 도착했을 때는 추운 겨울이었다. 이때 나무 한 묶음을 해 와 불을 피우자 독사가 나와 바울을 물었으나 바울은 무사했다. 오늘날 이곳에는 바울피난교회가 세워져 있는데, 교회 정면 벽화에는 바울이 뱀에 물렸으나 죽지 않은 모습이 그려져 있다. 본래 이 섬에는 독사가 많아 독사를 숭배했는데, 바울이 뱀에 물렸으나 죽지 않은 사건이 있은 후로 이 섬에서 뱀이 사라졌다고 한다.

 

바울이 갇힌 동굴 옆에 세워진 바울기념교회
바울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이 섬의 우두머리 보블리오의 부친이 열병과 이질로 누워있는 것을 보고, 그를 위해 기도하고 안수해서 낫게 했다(행 28:7~10). 바울이 보블리오를 만난 곳에 바울기념교회가 세워졌고, 발레타 시에는 보블리오기념교회가 세워졌다. 이후에 보블리오는 이 교회의 초대 감독이 됐다.
멜리데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에 속했다가 지금은 독립해 몰타공화국이 됐다. 오늘날 이 섬 중앙에는 바울이 3개월 동안 죄수의 몸으로 갇혀 지낸 동굴 옆에 바울기념교회가 세워져 있다.

 

바울의 흔적이 곳곳에 남은 멜리데 섬
성지를 답사하다 보면 터키같이 모든 교회들이 폐허가 된 곳이 있는 반면, 멜리데처럼 곳곳에 바울을 기념하는 교회들이 있는 곳도 만나게 된다. 멜리데에서 바울의 흔적들을 답사하면서, 또 오늘날 몰타(성경의 멜리데) 사람들의 90% 이상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에서 복음을 향해 가졌던 바울의 열정이 헛되지 않은 것이었음을 뜨겁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