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인간 세상의 역사는 도도히 흘러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열왕기상의 후반부는 북왕국 이스라엘이 되풀이했던 실패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상 숭배자 여로보암이 갔던 죄악의 길을 그대로 좇으며 더 큰 악을 행하는 바아사, 시므리, 오므리가 연이어 모반을 통해 왕권을 잡더니, 드디어 가장 악한 왕 아합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암울한 시대에 하나님의 사람 엘리야를 예비해 두셨습니다. 거대한 세속의 물줄기를 온몸으로 막아섰던 하나님의 사람 엘리야와 함께 이달의 묵상을 시작해 봅시다.
16장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 바아사는 악한 왕 여로보암을 폐하기 위한 하나님의 도구였으나 더 큰 악을 행함으로 버림받는 신세가 됩니다. 바아사에 이어 왕이 된 엘라는 시므리의 반역으로 처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시므리는 7일천하를 끝으로 오므리에게 죽임 당하고, 왕위가 오므리의 아들 아합에게 이어지면서 죄악의 밤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
17장을 펼치자마자 디셉 사람 엘리야가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선지자 엘리야는 아합 앞에서 수년 동안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한 후, 그릿 시냇가로 피신합니다. 시내의 물도 말라 버리자, 이번엔 이방 땅 시돈으로 내려갑니다. 이 모든 여정은 엘리야를 훈련시키시는 하나님의 손길입니다. 그는 사르밧 과부의 가정에 머무는 동안 두 가지 기적을 통해 살아 계신 하나님의 능력을 깨닫게 됩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우리를 성장시키려 훈련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임을 기억합시다.
18장에서 하나님은 엘리야를 아합에게 다시 보내십니다. 가뭄이 심해 물의 근원을 찾아 나선 아합에게 엘리야는 대단한 도전을 제의합니다. 갈멜 산 정상에서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과 대결을 펼치겠다는 것입니다. 850대 1. 무모한 도전입니다. 그러나 거대한 골리앗 앞에 선 다윗처럼, 엘리야도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만만하게 나아갑니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불이 임하여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갈멜 산에 내렸던 여호와의 불이 오늘 우리 안에 있는 불신과 세속적 삶의 방식과 악한 정욕도 모두 태워 버리면 좋겠습니다.
19장에서는 앞 장과 전혀 다른 엘리야의 모습을 보며 당혹감을 느끼게 됩니다. 왕비 이세벨의 저주 어린 맹세를 전해 듣고 두려워하며 자기 목숨을 보존하고자 도망치는 엘리야, 로뎀 나무 아래 앉아 죽기를 구하는 엘리야는 갈멜 산의 엘리야가 아닌 듯합니다. 영적으로 탈진한 것입니다. 큰 승리 이후에 이렇듯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가 우리와 동일한 심정을 가졌다는 증거입니다. 주님은 불신에 사로잡힌 연약한 엘리야를 꾸짖는 대신, 음식을 먹이시고 그를 어루만지십니다. 그 뒤 호렙 산으로 인도하시고 세미한 음성으로 다시 찾아?그에게 새로운 사명을 맡기십니다. 갈멜 산에서도, 호렙 산에서도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20장에서 하나님은 아합과 이스라엘을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십니다. 아람 왕 벤하닷을 등장시켜 이스라엘을 전쟁 상황으로 몰고 가시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불과 비를 내려도 꿈쩍하지 않던 아합이 드디어 위기를 느낍니다. 그러나 여전히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지 않습니다. 이런 아합을 그냥 심판하셔도 될 텐데, 하나님은 그에게 선지자를 보내 구원을 약속해 주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내가 여호와인 줄을 알리라”(13절). 그러나 아합은 승리에 도취되어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벤하닷을 놓아줍니다.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짝사랑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21장에는 아합이 나봇의 포도원을 강탈하는 사건이 길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경고를 듣고 겸비하여 마음을 찢기는커녕, 눈앞의 작은 포도원을 얻고자 의인의 피를 흘리는 죄를 범하고 맙니다. 이 사건의 전면에 이세벨이 등장하여 간교하고 완악한 실체를 드러냅니다. 이 일 후에 하나님은 아합의 집에 재앙을 내리시겠다는 뜻을 엘리야를 통해 전하십니다. 그러나 아합이 회개하자 마음 약해지신 하나님은 심판을 연기하십니다. 우리 하나님은 참으로 자비와 긍휼이 풍성하십니다.
22장은 아합의 처참한 최후를 기록합니다. 그는 끝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길르앗 라못을 탈취하러 전쟁터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한 병사가 무심코 쏜 화살에 맞은 아합은 개들에게 그 시신을 내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하나님은 역사의 주관자이십니다.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는 권좌에 있는 왕이나 다수의 백성이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순종의 습관을 가진 백성을 통해 하나님이 역사를 집필하시는 것입니다. 무더운 8월이지만 거룩한 습관을 따라 주님과 동행하는, 일당백의 기백을 가진 성도들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