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이달에 묵상할 열왕기상 9장부터는 솔로몬의 사후, 왕국의 분열이라는 뼈아픈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영광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서서히 다가오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불순종이었습니다. 찬란한 영광에 가려 대수롭지 않아 보였던 작은 죄악들이 갈수록 커져, 이스라엘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만큼 하나님의 율법에서 멀리 떠나 버렸습니다. 하나님과 맺은 언약은 우리의 생명을 다해 지켜야 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9장 성전 건축을 마친 솔로몬에게 하나님이 다시 나타나십니다. 하나님은 눈에 보이는 성전을 화려하게 짓는 것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힘써 지켜 내면의 성전을 거룩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십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비록 변두리지만 약속의 땅의 일부를 이방 왕 히람에게 줘버리는 경솔함에서 타락의 조짐을 보입니다. 병거와 마병을 위해 병거성을 건축하고, 바로의 딸을 위해 성을 쌓는 등 하나님보다 다른 것을 더 사랑하고 의지하는 솔로몬의 모습이 점차 가시화됩니다.
10장 솔로몬의 명성을 듣고 이스라엘을 방문한 스바 여왕은 그의 모든 지혜와 영광이 여호와로부터 말미암은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자신의 부귀영화를 자랑하며 위세를 부리고자, 주변 국가에서 조공으로 받은 금으로 방패를 만들고 보좌를 정금으로 꾸밉니다. 그리고 병거와 마병을 많이 모읍니다. 솔로몬은 자신의 부과 지혜와 군사력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분명 하나님이 금하신 일이었습니다. 하나님만이 진정한 왕이시요,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11장 수많은 이방 여인을 사랑함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마음이 떠난 솔로몬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방 신들을 섬기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어처구니없는 범죄를 시작한 장본인이 솔로몬입니다. 우리는 작은 방심과 불순종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죄악의 결과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솔로몬을 포기할 수 없어서 하닷이나 르손 같은 대적을 일으켜 경고하십니다. 그러나 이미 이방 여인들과의 사랑 때문에 하나님을 사랑함에서 떠난 그에겐 ‘소귀에 경 읽기’일 뿐입니다. 결국 하나님은 여로보암을 등장시켜 이스라엘이 둘로 분열될 것을 예언하십니다.
12장 솔로몬 사후에 그의 아들 르호보암이 왕위에 올라 세겜에서 백성들과 첫 만남을 가집니다. 이 자리에서 여로보암과 온 이스라엘 회중은 멍에를 가볍게 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르호보암은 어리석게도 백성들의 멍에를 더욱 무겁게 합니다. 이 일로 왕국은 분열이라는 아픔을 겪습니다. 북쪽의 열 지파는 여로보암을 따라 이스라엘 왕국을 세우고, 남쪽 유다 왕국은 유다와 베냐민 지파를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큰 세력을 규합한 이스라엘은 여로보암의 결정적인 범죄로 그 시작부터 삐걱거리는데, 바로 금송아지 우상을 만든 것입니다.
13장 한 선지자가 벧엘에서 분향하는 여로보암에게 나타나 작은 표적과 함께 경고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돌아가는 길에서 그 선지자에게 일어난 일은 여로보암과 이스라엘에게 주는 하나님의 직접적인 경고입니다. 그러나 선지자를 통해 경고를 듣고, 표적을 경험하고, 예증을 보았는데도 여로보암은 그 악한 길에서 돌아서지 않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완악함입니다.
14장 돌이키지 않는 여로보암에게 그 아들의 질병을 통해 하나님이 찾아오십니다.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시는 겁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여로보암이 회개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들의 병과 죽음이란 극약 처방까지도 듣지 않았던 여로보암의 마음에는 우상이 가득 차 있었던 듯합니다. 남 유다의 르호보암도 산당을 세우고 아세라를 섬김으로 범죄합니다. 왕국의 영광은 사라지고 어둠만 가득합니다.
15장 타락과 범죄의 길을 동일하게 걷지만,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은 유다에 여호와께서 선한 왕 아사를 세우심으로 백성들의 신앙을 회복시키십니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은 모반을 통해 갈수록 악한 왕들이 일어납니다. 다윗과의 언약을 지켜 가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인간의 나라는 흥망성쇠를 거듭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무궁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엄연히 존재하는 실체입니다.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모든 영역, 하나님의 신실한 약속을 붙잡고 살아가는 모든 성도의 삶의 현장이 하나님의 왕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열왕기를 읽으며 세상 나라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이 열리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지도자가 이 땅에 세워지도록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기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