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십자가를 지기 위함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삶은 언제나 십자가를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사복음서가 예수님의 생애 가운데 마지막 한 주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마가복음의 마지막 여섯 장도 예루살렘 입성 이후의 한 주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모든 사역은 십자가와 부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11장부터 예수님의 생애 마지막 한 주간이 시작됩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은 어색하게 보이지만 아주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분은 만왕의 왕이신 메시아지만 자기를 십자가에 내어 주기 위해 겸손한 종의 모습으로 나귀 새끼를 타고 입성하신 것입니다. 그러고는 무화과나무를 뿌리째 마르게 하시고, 강도의 소굴로 변한 성전을 뒤집어엎으십니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무슨 권위로 이런 일을 하느냐고 항의하지만 우리 주님은 대답하지 않으십니다.
12장에서 예수님은 대답 대신 비유를 하나 말씀해 주십니다. 한 포도원 주인이 농부들에게 포도원을 맡기고 먼 외국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때가 이르러 소출을 받기 위해 종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농부들은 종들을 심히 때리고 욕보이며,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주인이 아들을 보내자 농부들은 상속자라는 이유로 그 아들을 죽여 포도원 밖으로 던져 버립니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통해 자신의 죽음을 비추십니다. 바리새인들은 세금 문제로, 사두개인들은 부활 논쟁으로 예수님을 시험하려 들지만, 예수님은 사랑의 계명을 가르치시며 그들을 위한 십자가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가십니다.
13장은 말세에 관한 가르침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마지막 때에는 미혹받지 않기를 힘써야 합니다. 난리와 전쟁과 지진과 기근의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올 것입니다. 그러나 땅 끝까지 복음이 전파되기 전에는 끝이 오질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마지막 때는 고통과 심판의 때가 아니라 구원의 때라는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 인자가 오시는 그날에 대한 간절한 사모함이 있는지 점검해 봅시다. 언제 오실지 모르는 주님을 기다리며 매일 깨어 있는 삶을 삽시다.
14장에는 예수님의 죽음을 예비하여 한 여인이 예수님의 머리에 향유를 붓는 사건이 나옵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예수님께 사랑을 표현한 그 여인의 헌신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한편, 이와 대조적으로 자기 십자가를 비켜 가려는 얄팍한 인본주의 또한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 대표격이 가룟 유다입니다. 예수님은 유월절 만찬 자리에서 유다에게 회개할 기회를 주시지만, 끝내 그는 예수님을 배반하고 맙니다. 이어진 겟세마네의 기도는 십자가를 앞두신 예수님의 고뇌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느끼게 합니다. 예수님이 잡히신 후에 베드로가 세 번 주님을 부인하는 장면에서, 나의 작은 이익이나 체면 때문에 삶 속에서 주님을 부인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15장은 가장 힘들고 가슴 아픈 기록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마가는 매우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늦은 밤 체포되어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예수님이 당하신 고통과 모욕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빌라도는 그 당시 유대를 다스리던 로마의 총독으로 사형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최종 권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심중에 예수님이 무죄라는 생각이 있었어도 결국 사형 선고를 내림으로, 빌라도는 오고 오는 세대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로 불리는 치욕적인 불명예를 뒤집어씁니다. 주님이 십자가에서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절규에는 육체의 고통보다 훨씬 고통스러웠을, 성부 하나님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야 했던 아픔이 배어 있습니다. 그 절규를 들으시는 하늘 아버지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이렇게 예수님은 우리 죄를 대속하는 어린 양이 되어 죽으셨습니다.
16장은 고통과 암흑의 밤이 지나고 부활의 찬란한 아침이 밝아 옵니다. 믿음 없던 제자들보다 주님을 사랑함이 앞선 여인들이 주님의 무덤에 달려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먼저 만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마지막 당부와 승천에 관한 간략한 기록으로 마가복음은 끝을 맺습니다.
석 달에 걸쳐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큰 은혜를 맛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4월은 고난주간이 있어서 본문의 순서를 조절해 고난주간에 해당하는 15장을 먼저 묵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십자가는 고난주간에만 묵상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됩니다. 날마다 삶 속에서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하고, 십자가를 지는 적용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고난주간으로 시작하는 4월에 우리 모두가 내 삶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주님을 좇으므로 놀라운 부활의 능력을 경험할 수 있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