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열왕기는 사울을 제외한 이스라엘과 유다 모든 왕의 통치를 기록한 책입니다. 제사장적 관점에서 유다의 왕들을 중심으로 기록한 역대기에 비해, 이스라엘 전체를 좀 더 역사적으로 기록한 책이 열왕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역사 자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의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수많은 왕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세상의 기준이 아닌 율법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열왕기상을 묵상하면서 역사의 주관자가 하나님이시며, 모든 열방의 진정한 왕은 하나님 한 분뿐이심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1장에서는 다윗이 늙고 쇠약한 틈을 타 아도니야가 스스로 왕이 되고자 일을 꾸밉니다. 군대 장관 요압과 제사장 아비아달이 그 편에 가담해 모반이 성공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왕을 세우기도 하시고 폐하기도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선지자 나단을 등장시켜 솔로몬에게 왕위가 계승되도록 조처하십니다. 아도니야의 모반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솔로몬의 왕위 계승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하나님의 간섭하심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2장은 다윗이 죽기 전에 솔로몬에게 남긴 유언으로 시작합니다. 파란만장했던 다윗의 생애가 끝이 납니다. 그는 죽었지만, 여전히 살아서 거룩한 믿음의 유언으로 우리 모두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솔로몬이 다윗의 뒤를 이어 왕이 되면서 그 나라가 더욱 견고하게 세워집니다. 인간의 나라는 흥망성쇠를 거듭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영원합니다. 솔로몬은 아도니야와 요압, 그리고 시므이를 처형하고 아비아달을 추방함으로 왕권을 확고히 다져갑니다.
3장에서 솔로몬은 왕권 확립을 위해 애굽과 동맹관계를 맺지만, 그에게 중요한 일은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솔로몬이 기브온의 제단에 일천 번제를 드리자, 하나님이 “무엇을 줄꼬” 하시며 그를 찾아오셨습니다. 백성들의 재판을 위해 솔로몬이 구한 지혜는 하나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고, 그가 구하지 않은 부귀와 영광까지 덤으로 약속받았습니다. 솔로몬의 지혜는 두 여인의 재판에서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4장에는 솔로몬과 함께 새로운 정부를 구성한 신하들의 명단이 소개됩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전국을 열두 지방으로 나누고 관장을 두어 왕실의 양식을 한 달씩 공급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각 지방의 자치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중앙 정부가 통제하는 효과적인 행정체계입니다. 솔로몬의 지혜로운 통치로 전무후무한 부귀영화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번성과 평안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5장에서 솔로몬은 성전 건축 계획을 두로 왕 히람에게 알리고 도움을 구합니다. 아버지 다윗의 소원과 지시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는 솔로몬의 모습에서 또 한 번 도전을 받습니다. 그리고 히람을 감동시킬 만큼 진솔하고도 간절한 솔로몬의 요청을 들으며 말의 지혜를 구합니다. 솔로몬은 탁월한 외교력만큼 내정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입니다. 성전 건축을 위해 요긴한 일꾼들을 세우는 모습 속에서 내가 맡아야 할 성전의 한 모퉁이는 어디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6장은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장엄했던 솔로몬 성전이 건축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합니다. 이스라엘이 출애굽한 지 480년이 되는 해에 드디어 성전 건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성막시대에서 성전시대로 넘어옵니다. 모세의 성막과 솔로몬의 성전은 구조와 형태, 규모는 달랐지만 그 기능과 역할은 동일합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하나님을 만나는 거룩한 예배의 장소이며, 은혜의 진원지였습니다. 7년에 걸쳐 최고의 재료와 최고의 정성으로 성전 건축이 완성되어 갑니다.
7장에서 솔로몬은 성전 건축을 완공한 다음, 자신을 위한 왕궁을 건축합니다. 왕궁을 짓는 데 13년이나 걸린 것은 이미 성전 건축으로 인적, 물적 자원을 많이 소모한 뒤 또다시 대규모 건축을 해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왕궁의 건축이 마무리되자 솔로몬은 놋쇠 대장장이 히람을 불러와 성전에 두 개의 놋기둥을 세웁니다. 그리고 놋바다와 물두멍을 만들고, 다양한 성전 기구를 만듭니다. 왕궁 건축 과정이 비교적 간략하게 기록된 것에 비하면, 성전 건축에 관한 내용은 자세하고 길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관심이 어디에 있느냐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솔로몬의 관심도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8장에서 성전이 완공되자 솔로몬은 가장 먼저 여호와의 언약궤를 옮겨 옵니다. 이는 옛날 오벧에돔의 집에 머물던 법궤를 옮겨 온 다윗을 기억나게 하는 장면입니다.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이 성전의 모든 기구를 메고 올라가 셀 수 없이 많은 제물로 제사를 드린 다음, 드디어 언약궤를 지성소에 들여놓습니다. 이때 구름으로 상징되는 여호와의 영광이 성전에 가득 찹니다.
열왕기상은 솔로몬이라는 왕을 통해 이스라엘이 든든히 세워져 가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이토록 중요합니다. 다윗에 이어 솔로몬의 통치로 이스라엘은 역사상 가장 번영한 시대를 구가합니다. 열왕기상을 대하며 마음에서 내내 떠나지 않았던 기도는 ‘이 나라에 지도자의 복을 주소서’였습니다. 아침마다 묵상하는 시간에, 연말 대선을 통해 지혜로운 지도자가 세워 지도록 함께 기도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