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사도 바울은 3년 이상 목회한 에베소 교회를 향해 남다른 사랑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로마 감옥에 머무는 동안 그들에게 사랑의 편지를 씁니다. 이 서신은 하나님의 경륜을 통해 믿음으로 얻게 된 은혜의 선물인 구원, 구원받은 백성들이 함께 이루어 가는 그리스도의 몸 된 영광스러운 교회, 그리고 그 속에 놀랍도록 풍성하게 역사하시는 성령의 능력, 그 결과로 변화된 충만한 삶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에베소서는 읽기만 해도 풍성해지는, 신령한 복으로 충만한 서신서입니다.
1장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받은 백성들은 마땅히 드릴 영광의 찬송이 있습니다. 이 복은 성부께서 예정하시고, 성자께서 속량해 주셨고, 성령께서 보증해 주신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 때 하찮은 피조물인 나의 구원을 위해 창세전부터 수고하신 성삼위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바울도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감사하기를 쉬지 않고, 그들 모두가 이 영광과 능력을 누리기를 소원합니다.
2장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받은 백성들의 영적 위치를 설명합니다. 이미 죄와 허물로 죽은 우리를 하나님이 오직 은혜로 구원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생 하나님만 자랑하고 선한 일에 힘써야 합니다. 구원받은 성도들은 그들 사이에 있던 담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허물어지고 온전히 하나가 되어 성령 안에서 한 성전으로 지어져 갑니다.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는 자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의 십자가 때문에 하나가 된 것을 감사합니다.
3장 바울은 자신이 어떻게 사도가 되었는지, 무엇을 위해 사도로 부름 받았는지를 알립니다. 심지어 지금 자신이 당하는 고난도 하나님의 경륜에 의한 것이니 낙심하지 말라며 도리어 에베소 성도들을 위로합니다. 바울은 그들의 속사람이 강건해져서 그리스도 사랑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를 깨닫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사랑을 깨닫기만 하면 환란이 와도 핍박이 와도 굴하지 않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4장 여기서부터 바울은 ‘부르심을 받은 일에 합당하게 행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다룹니다. 먼저 그는 에베소 성도들에게 모든 겸손과 온유와 인내와 사랑으로 서로 용납하고 평안의 매는 줄로 하나 되기를 부탁합니다. 이는 거짓 교사를 규정하는 일로 에베소 교회 안에 아픔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사랑 안에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자라나는 일, 옛사람을 벗어 버리고 심령이 새롭게 되어 새사람이 되는 일 등은 모두 구체적인 삶으로 살아 내야 하는 교훈입니다.
5장 바울은 우리가 주님께 사랑을 받은 만큼 사랑으로 행하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서 마땅히 벗어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줍니다. 벗지 않고는 옷을 갈아입을 수 없습니다. 그런 후에 주를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지 시험해 보면서 빛의 자녀답게 살라고 권합니다. 그러나 이 일이 우리의 의지로만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바울은 성령 충만을 받으라고 강하게 명령합니다. 성령 충만의 결과는 하나님과의 관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열매 맺습니다. 하나님께는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로 찬송하며 감사하고, 서로에겐 픈?복종합니다.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에서 복종과 사랑이 나타나야 함을 기억합시다.
6장 부모와 자녀의 관계, 종과 상전의 관계 속에서도 성령의 새로운 질서를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악의 영, 곧 마귀입니다. 바울은 모든 마귀의 간계를 대적하기 위해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으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편지를 마무리하며 의미 있는 인사말을 남깁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모든 자에게 은혜가 있을지어다.” 첫사랑을 잃어버린 에베소 교회를 향해 변함없는 사랑을 촉구하는 듯 들립니다.
에베소서는 짧지만 수많은 신학적 논제와 삶의 도전으로 가득 차 있는 서신입니다. 익숙한 본문이라고 섣불리 묵상하면 그 깊이와 넓이를 놓쳐 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음식일수록 입에 넣고 꼭꼭 씹을 때 진미를 느끼는 것처럼, 에베소서를 깊이 묵상함으로 그 맛을 느껴 보면 좋겠습니다. 9월은 가을이 새롭게 시작되는 좋은 계절입니다. 에베소서의 풍성한 영광이 아침마다 우리의 가슴속에 임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