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조철민 목사(<날샘> 디렉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성도 개인의 영적 성장은 공동체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목사, 장로뿐 아니라 소그룹 인도자, 교사 등 교회를 섬기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교회를 사랑하는 일꾼,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의 좋은 일꾼이 돼야 합니다. 2020년을 시작하며 묵상할 디모데전후서를 통해 어떻게 하면 좋은 일꾼으로 준비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디모데전후서에 대한 이해
디모데전서는 에베소교회를 어지럽히는 거짓 교사들의 가르침에 대항할 목적으로, 바울이 디모데에게 쓴 편지입니다. 바울은 거짓 교사들의 잘못된 지식 체계가 바른 교훈을 거부하게 만들고, 참된 경건을 무너뜨리고 있음을 간파했습니다. 이에 바울은 교회 지도자들을 향해 거짓 교훈을 반대하고, 바른 교훈인 복음만을 온전히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디모데후서는 바울이 디모데에게 쓴 두 번째 편지로, 당시 바울은 로마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바울은 죽음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하고,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사역을 위해 말씀을 아는 일과 복음 전파의 중요성에 대해 권면합니다. 또한 이 편지는 목회 서신 가운데서도 가장 개인적인 성격이 강한 글로, 진정한 일꾼이 되기 위한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진리를 가르치라(딤전 1장)
바울은 에베소에서 목회하는 디모데에게 자신을 ‘사도’라 칭하며 편지합니다. 이는 디모데가 사역하는 에베소교회가 바울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다른 교훈을 받아 그리스도의 명령을 온전히 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바울은 자신의 사도직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워졌음을 알리면서, 에베소교회가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디모데전서는 디모데에게 쓴 사적인 편지인 동시에, 에베소교회 공동체를 위한 선언문과도 같습니다.
바울은 에베소교회가 직면한 문제를 기술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모데를 에베소에 머물게 했습니다. 그는 디모데를 통해 ‘다른 교훈’을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다른 교훈을 가르쳤던 거짓 교사들은 ‘신화와 끝없는 족보에 몰두’했고(딤전 1:4),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이루는 일보다 쓸데없는 사변에 집중했습니다. 반면 바울의 가르침은 깨끗한 마음, 선한 양심, 거짓이 없는 믿음으로부터 시작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초점을 둡니다. 바울은 이 사랑이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임을 분명히 했습니다(딤전 1:1~11).
바울이 이렇게 가르칠 수 있었던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직분을 자신에게 맡기셨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비방자요, 박해자요, 폭행자이며, 특히 ‘죄인 중의 괴수’로 아무 능력과 자격은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이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음을 깨달았기에 이와 같이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딤전 1:12~20).
이처럼 진리를 바르게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능력으로 복음 전파가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사명의 소중함을 아는 자만이 다른 교훈의 잘못됨을 깨닫고 진리를 온전히 선포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를 위한 지침을 기억하라(딤전 2~4장)
바울은 디모데에게 공동체를 위한 주요 지침을 알립니다. “첫째로 권하노니”라는 표현을 통해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 서술합니다. 바울은 기도만이 에베소교회가 당면한 분열과 갈등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바울은 예배에 임하는 자세를 강조합니다. 이중에 바울이 제시한 성별에 따른 규율에 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습니다. 하지만 바울이 남자에게는 ‘분노와 다툼이 없이’(2:8)라는 표현을, 여자에게는 ‘정숙함’(딤전 2:15)이란 표현을 사용해 분열과 혼란으로 가득 찬 공동체에 무엇보다 안정이 중요함을 가르쳤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바울은 공동체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모든 기준을 제시합니다. 기본적으로 감독에게 요구된 자격들은 집사들에게도 요구됐습니다. 집사 직분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깨끗한 양심에 믿음의 비밀을 가진 자’(딤전 3:9)입니다. 집사로 이 조건을 갖춘 자는 바울의 가르침대로 아름다운 지위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의 큰 담력을 누리게 됩니다.
또한 바울은 교회를 두고,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교회’요, ‘진리의 기둥과 터’라고 말합니다. 이는 바울의 교회론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하나님께서는 생명의 근원이시며, 교회 가운데 임재하신다”라는 사실과 “교회는 복음의 진리 위에 세워져야 한다”라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딤전 3:14~16). 이처럼 지도자가 이 교회론을 깨달은 후 경건하기를 힘쓸 때, 예수 그리스도의 좋은 일꾼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종교적 행위로 자신을 꾸미지 않고,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있어서 본이 돼야 합니다(딤전 4:1~16). 오늘날에도 이런 지도자들을 길러 낼 때, 교회는 하나님의 뜻에 맞는 방향으로 사역의 돛을 올릴 수 있습니다.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라(딤전 5~6장)
바울은 성도를 대할 때의 태도에 대한 실질적인 사례를 설명합니다. 연령별로 어떻게 성도들을 대해야 하며, 교회 내의 약자인 과부는 물론 교회의 다양한 구성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가르칩니다(딤전 5:1~6:2).
바울이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설명한 까닭은 다른 교훈에서 벗어나 온전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기 위함입니다. 더 이상 교만과 언쟁, 욕심과 돈으로 가득 찬 공동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는 공동체로 변모해 가기를 소망했기 때문입니다.
바울의 이 같은 권면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모두에게 요구되는 싸움입니다(딤전 6:3~21). 그러므로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도 내분과 분쟁으로 자멸하는 공동체가 아닌, 진리로 무장된 강력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집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잘못된 세상 교훈에 휘말려 공동체 전력에 누수가 생기지 않게 하면서 믿음의 선한 싸움에 온전히 동참하는 일꾼이 돼야 합니다.
복음과 함께 고난받으라(딤후 1:1~2:13)
바울이 디모데전서 말미에서 ‘믿음의 선한 싸움’을 강조했다면, 디모데후서 서두에서는 ‘복음과 함께 받는 고난’(딤후 1:8)을 강조합니다. 사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바울이 디모데후서를 기록할 당시에 옥중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사명에 대해 소극적이기 쉽지만 바울은 달랐습니다. 바울은 자신이 복음 때문에 옥에 갇힌 상황을 사역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특히 복음 전파의 사명을 영적 전쟁으로 비유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으로 고난을 견디라고 독려합니다.
고난과 박해, 투옥을 견디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명의 중요성을 안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좋은 ‘병사’, ‘경기하는 자’, ‘농부’의 모습으로 맡은 사명을 묵묵히 감당하는 일꾼이 될 수 있습니다.
청결 상태를 유지하라(딤후 2:14~26)
바울은 복음과 함께 고난받는 일꾼에게는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고(딤후 2:14~19), 정결함을 유지하는(딤후 2:20~22)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실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한다면 자연스럽게 망령되고 헛된 말은 버리게 되며, 변론을 통해 서로를 망하게 하는 일도 사라지게 됩니다. 바울이 말한 후메내오와 빌레도 역시 부활에 대한 잘못된 지식으로 사람들의 믿음을 무너뜨렸습니다. 이처럼 바른 진리를 분간할 때 일꾼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동시에 바울은 성도라면 주님께서 귀히 쓰시는 그릇이 돼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점은 그릇의 종류가 아니라 그릇의 ‘청결 상태’라고 말합니다. 그릇이 깨끗하게 온전히 유지되면 하나님께서 그릇을 귀히 사용하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귀히 쓰시는 그릇이 되고 싶다면, 항상 거룩함과 온유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매일 진리의 말씀 앞에서 자신을 점검해야 합니다.
말씀을 전파하라(딤후 3~4장)
바울은 말세의 때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주옥과 같은 말로 편지를 마무리합니다. 말세의 가장 큰 특징은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을 부인하는 자들이 많다”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이들은 진리를 대적하는 자들로, 바울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난 속에서도 경건함을 유지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성경을 통해 배우고 확신하는 일에 거하고(딤후 3:14~17), 말씀 전파를 위해 애써야 한다(딤후 4:1~5)고 독려합니다. 세상의 헛된 이야기를 따라 방황하지 말고, 오직 말씀 전파를 통해 전도자의 사명과 직무를 다하는 일이 이 땅을 살아가는 좋은 일꾼이 감당해야 할 몫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합시다.
예수 그리스도의 좋은 일꾼이 되는 일보다 중요한 사명은 없습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충성하는 일은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주님을 받들기 위한 섬김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2020년 영광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 해는 그 어떤 계획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좋은 일꾼’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힘쓰기를 바랍니다. 디모데전후서를 묵상하며 복음과 함께 고난받기를 즐거워하며, 세상의 헛된 교훈에 흔들리지 않는 진리의 수호자로 온전히 거듭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