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조철민 목사(<날샘> 디렉터)
예수 그리스도께서 통치하시는 나라에 대한 갈망은 주님 다시 오시는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요한계시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다’ 혹은 ‘난해하다’라는 편견을 갖고 오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요한계시록에는 예수님께서 이 땅의 통치자가 되시고, 특히 교회를 통해 이 땅을 어떻게 다스리실지에 대한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요한의 환상을 함께 보면서 어두운 시대를 비추는 소망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믿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요한계시록을 이해하려면
요한계시록을 이해하려면 먼저 1장 1절에 언급된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아포칼립시스)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아포칼립시스’란 ‘묵시’ 또는 ‘계시’로 번역되는데, 하나님께서 계시를 통해 속히 일어날 일들을 종들에게 보이시려고 요한을 통해 이 같은 기록을 남기게 하셨습니다.
요한계시록을 기록한 요한은 로마 정부의 박해를 받아 밧모섬에 유배됐는데, 당시 로마의 기독교에 대한 박해는 매우 심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요한을 통해 일곱 교회에 메시지를 전하시며 하나님의 심판과 종말의 때에 교회를 어떻게 사용하실지 알리셨고, 수신자인 일곱 교회는 큰 격려와 위로를 받고 회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교회 가운데 계신 예수 그리스도(1~3장)
1장 1~8절은 요한계시록을 여는 열쇠로, 하나님께서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들을 그 종들에게 보이시려고”(1절) 천사를 요한에게 보내 깨닫게 하셨다는 목적이 기록돼 있습니다. 그리고 1장 9~20절까지는 교회를 상징하는 일곱 촛대 가운데 계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묘사했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 가운데 임하셔서 교회를 붙들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이후 2~3장에 일곱 교회가 언급되는데, 라오디게아교회와 사데교회를 제외하고는 교회의 긍정적인 영향을 칭찬하는 내용이 기술됩니다. 그리고 격려와 책망, 조언의 말로 구성되는데, 서머나교회와 빌라델비아교회만 책망을 받지 않았습니다. 요한이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를 요약하면, 교회는 박해 가운데서도 믿음으로 이겨 내고, 잘못을 범했을 때는 반드시 회개를 통해 주님의 뜻을 깨달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보좌에 계신 이와 어린양께 경배(4~5장)
요한은 성령에 감동돼 보좌를 중심으로 네 생물, 이십사 장로들, 그리고 천사들과 모든 피조물이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양께 경배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먼저 4장에서 요한은 ‘보좌에 앉으신 이’를 값진 보석에서 발산되는 빛으로 묘사했습니다.
보좌 주위에는 이십사 보좌가 있고, 그곳에 이십사 장로들이 흰옷과 금관을 쓰고 앉아 있습니다. 번개와 우레는 하나님의 위대한 능력과 권위를 드러내며, 네 생물은 예배 인도자로 찬양을 올려드렸습니다. 이십사 장로들은 보좌에 앉으신 이 앞에 엎드려 하나님의 위엄에 반응했는데, 이를 통해 요한은 하나님의 위대하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게 됩니다(4:1~11).
5장은 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어린양께로 옮겨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루마리’입니다. 두루마리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뿐 아니라 완성되지 않은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 계획을 담고 있습니다. 즉 ‘두루마리를 받는다’라는 말은 ‘권세를 갖기에 합당함’을 뜻합니다.
하지만 요한은 인을 떼서 두루마리를 펼 자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크게 울었습니다. 그러자 장로 중 한 사람이 “두루마리를 받으실 분은 ‘유대 지파의 사자’이며 ‘다윗의 뿌리’로 일곱 인을 뗄 승리자가 있으니 울지 말라”고 위로합니다(5:5). 여기서 승리자의 모습은 사자처럼 힘센 동물이 아니라 죽임당한 어린양으로 묘사됐는데(5:6), 이는 무력으로 제압하고 통치하는 세상의 승리자와는 전혀 다른 모습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린양이 보좌에 앉으신 이로부터 두루마리를 취하자,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들은 보좌에 앉으신 이에게 했던 것처럼 엎드려 영광을 돌렸습니다(5:7~14). 이는 어린양의 신성과 권세를 인정한 표현으로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봉인된 인을 뗄 분이심을 뜻합니다.
일곱 인을 떼실 예수 그리스도(6~7장)
6장부터 종말에 임하게 될 환난에 대한 계시의 말씀이 시작됩니다. 먼저 일곱 인의 재앙이 시작되는데, 6장에는 여섯 번째 인까지 제시됩니다. 여기서 ‘인을 뗀다’라는 말은 ‘계시가 집행된다’라는 뜻이며, 계시를 집행하실 분은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인을 뗄 때마다 네 생물 중에 하나씩 등장해 심판을 집행합니다. 네 생물은 각기 색깔이 다른 말로, 흰말은 ‘정복’, 붉은 말은 ‘피 흘림’, 검은 말은 ‘기근’, 청황색 말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심판은 반드시 이뤄지며, 전쟁과 기근을 통해 피조 세계 전체가 파괴되리라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6:1~8).
이후 다섯 번째 인을 뗄 때는 성도의 순결을 지키려 했던 순교자들이 악한 이들에 대한 심판을 탄원합니다. 그리고 여섯째 인을 뗄 때는 심판의 범위가 우주까지 확대돼 큰 지진, 검게 변한 해, 붉어진 달, 땅에 떨어지는 별 등 우주적 변동이 있음을 소개합니다(6:9~17).
7장은 여섯째 인과 일곱째 인 사이에 삽입된 내용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을 상징하는 십사만 사천 명을 하나님께서 돌보시고(7:1~8), 각 나라 족속과 백성 방언에서 나온 큰 무리가 하나님과 어린양의 구원을 찬송하는 장면을 보여 줍니다(7:9~17). 이는 하나님께 택함받은 백성이 심판에서 면제되는 인침을 받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된다는 뜻입니다.
일곱 나팔과 심판(8~11장)
일곱째 인을 떼자, 마지막 때를 알리는 일곱 나팔이 준비됩니다. 여기서 향연과 모든 성도들의 기도가 제물로 드려지며, 천사가 향로를 가지고 제단의 불을 담아 땅에 쏟자 심판이 시작됩니다. 이 장면은 성도들의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됨과 동시에 심판이 시작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일곱 천사들에 의한 나팔 소리는 세상에 심판이 시작됨을 알립니다(8:1~5).
첫째 천사부터 넷째 천사가 나팔을 불자 땅, 바다, 강, 하늘의 삼분의 일이 재앙을 당했으며(8:6~13), 다섯째 천사의 나팔 소리에는 전갈의 권세를 가진 황충이 나왔고(9:1~11), 여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자 네 천사에 의해 사람 삼분의 일이 죽임을 당합니다. 그럼에도 재앙에서 죽지 않고 남은 자들은 회개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보입니다(9:12~21).
요한은 여섯째 나팔 재앙 후 천사로부터 “두루마리를 먹으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이는 많은 민족과 나라, 언어와 왕들에게 예언하기 위한 절차로, 복음처럼 생명을 살리는 부분도 있지만 쓰라린 하나님의 심판까지도 예언해야 함을 알려 줍니다(10:1~11).
11장에서 요한은 성전을 측량하라는 명령을 받는데, 여기에는 하나님께서 성도를 보호하시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두 증인은 사명을 지닌 교회를 의미하며, 이들은 고난과 수치 끝에 죽임을 당하지만 삼일 반 후에 부활 승천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게 되며, 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처럼 일곱 나팔은 세상에 보낸 선지자처럼 심판의 때를 알리는 역할을 하면서도, 하나님의 때를 앞당기는 증인처럼 사용됐습니다.
하늘의 이적과 영적 전쟁(12~13장)
이제 하늘에 큰 이적이 나타납니다. 한 여인이 해를 옷 입고, 열두 별의 관을 썼으며, 발아래에는 달이 있습니다. 마치 ‘요셉의 꿈’을 연상시키는 대목으로, 이 여인은 이상적인 이스라엘 또는 교회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영적 전쟁을 예고하는 용이 등장합니다. 사탄을 의미하는 용은 자신이 하나님인 것처럼 위장해 예수님의 재림이 완성되기 전까지 여인(교회)을 끊임없이 공격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인은 장차 만국을 다스릴 남자아이를 낳게 됩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메시아적 사역이 성공적으로 완성됨을 의미하며, 여인(교회)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곳에서 계속해서 하나님의 공급을 받게 됩니다(12:1~6).
바다와 땅에서 올라오는 두 짐승의 모습을 통해서는 종말의 때에 있을 영적 전쟁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666’의 표가 상징하는 세상 권세는 믿는 자를 미혹하고 온 땅을 계속해서 지배하려 할 것이기에, 믿는 자라면 완전한 승리를 쟁취하는 날까지 끊임없이 사탄의 전략을 깰 수 있도록 늘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12:7~13:18).
요한계시록 1~13장을 통해 우리는 세 가지를 알게 됩니다. 첫째, 예수님께서 일곱 교회를 칭찬하시면서도 그들의 부족함을 지적하셨는데, 이는 주님께서 교회를 놓지 않으셨음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머리이신 예수님의 뜻에 붙들려 사는 것이 복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둘째, 두루마리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기록된 채로 봉인돼 있으며, 이를 뗄 권세를 가진 분은 오직 예수님뿐이십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권세에 맞는 찬송과 영광을 올려드려야 합니다.
셋째, 그리스도인은 종말의 때에 있을 영적 전쟁과 하나님의 심판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666’으로 대표되는 세상의 권력은 호시탐탐 사람들을 미혹하지만, 어린양을 묵상하면서 주님의 뜻을 분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은 오직 보좌에 계신 하나님과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만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것만이 나를 살리고, 교회를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기억하며 매일매일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