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9년 10월

숨결같이 짧은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법

과월호 보기 조철민 목사(<날샘> 디렉터)

전도서는 구약성경 가운데 이해하기 어려운 책 중 하나입니다. 전도서를 읽다 보면 전도자(Qohelet, 코헬렛)의 진술이 상충하기도 하고, 이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도 다릅니다. 특히 전도서의 저자에 대한 학자들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이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날마다 솟는 샘물> 10월호에서는 전통적인 견해에 따라 전도서의 저자를 솔로몬으로 보며, 이를 토대로 해 아래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묵상하고자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옳은 방법을 분간하며, 삶의 목표를 재정비할 수 있는 전도서의 글귀들을 통해, 숨결처럼 짧은 인생을 어떻게 지혜롭게 살지 함께 고민해 봅시다. 


전도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전도서를 이해하려면 먼저 ‘헛되다’(hebel, 헤벨)라는 히브리어를 이해해야 합니다. 구약 전체에 59회 나오는 이 단어는 전도서에만 38회 나오는 단어로, ‘숨’(breath) 또는 ‘수증기’(vapor)로 정의됩니다. 학자들에 따라서 ‘헛된’, ‘덧없는’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고, ‘무익한’, ‘무의미한’, ‘목적이 없는’, ‘가치가 없는’, ‘좌절’, ‘부조리’ 등으로도 해석합니다.
이런 다양한 의미 가운데 주목하고 싶은 해석은 원의미를 살린 ‘숨’입니다, 이를 부드럽게 번역하기 위해 ‘숨결’로 표기하면, ‘헛되다’를 해석할 때 이 세상에서의 삶은 사람이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내쉬는 짧고 일시적인 순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영원하신 하나님의 관점에서 해 아래의 삶을 일시적인 것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 관점은 전도서의 핵심 주제를 보다 명확히 이해하게 합니다.


모든 것은 숨결 같다(1:1~11)
전도자는 ‘모든 것이 헛되다’(헤벨)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문법적으로 최상급 표현을 사용해 ‘숨결 중의 숨결’이라고 두 번이나 강조합니다. 이는 전도자가 본 세상이 결코 영원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전도자는 해 아래의 수고에 대해 어떤 유익이 있는지 판단해 보자고 문제를 제기합니다(1:3). 전도자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창조주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 현상의 묘사로 대답하면서, ‘세대’, ‘해’, ‘바람’, ‘강’의 특징을 그립니다.
여기서 전도자가 말하고자 한 원리는 모든 것들이 순환하고 있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순환적 일시성’입니다. 쉽게 말해 숨결처럼 분명히 생명력은 있지만, 얼핏 보면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 같은 일시적인 움직임이 이 땅에서 사는 사람들의 수고와 모습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전도자는 “이 같은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유익한가?”라는 질문에 “숨결과 같아서 그렇지 않다”라고 스스로 답합니다.  


지혜, 쾌락, 부를 추구하는 인생(1:12~2:26)
전도자는 해 아래에서의 수고는 숨결과 같기에 이를 통해 얻으려는 유익들도 다 숨결 같다고 말합니다. 전도자가 말한 숨결 같은 것들을 살펴보면, 먼저 ‘지혜’입니다. 일반적으로 전도자는 지혜가 유익하다는 논조를 전도서 전반에 걸쳐 언급하고 있지만, 이것도 많으면 번뇌와 근심 안에 있게 되기에 유익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1:16~18).
이어 쾌락(2:1~3)과 부를 축적하는 것(2:4~10)도 숨결과 같다고 말하는데, 이는 죽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2:16). 결과적으로 전도자는 죽음 앞에서의 결과는 모두 같다며 모든 것이 바람을 잡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됐고, 해 아래의 삶을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함을 고백합니다.

모든 일에 때가 있다(3:1~22)
전도자는 모든 일에는 하나님께서 주관하시는 때와 시기가 있다고 말합니다(3:1~8). 사람이 행하는 수고만으로는 결코 유익을 누리지 못하며, 모든 것이 때에 따라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임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3:9~15).
또한 전도자에게 사람은 결국 흙으로 돌아가기에 자신의 일을 즐거워하며 사는 것이 그의 소명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목적에 따라, 주신 때와 시기를 감사히 여기며 즐겁게 사는 일이 해 아래 인생들이 해야 할 바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경계할 것과 경외할 것(4:1~6:12)
전도자는 해 아래의 삶에 대해 분석합니다. 사람들은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타인을 학대하기도 하는데, 이런 삶은 비참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은 것이 낫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인생의 모든 수고와 재주가 이웃의 시기와 질투를 낳기도 하며, 고독에 이르게도 하는데, 이런 것들이 다 바람을 잡는 것과 같은 수고라고 이야기합니다(4:1~12).
결국 해 아래에서의 삶은 사람을 학대하거나 성공과 성취를 지향하는 노력, 고독을 지양해야 한다고 선포합니다. 전도자는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살기를 권면하며 지혜 있는 삶의 중요한 가치를 말합니다(4:13~16).
이어 전도자는 해 아래에서 경계해야 할 삶과 절대 주권자인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을 가르칩니다(5:1~7). 그는 또 어떤 인생이든지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려면 재물에 대한 소유욕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유욕에 사로잡힌 삶은 바람을 잡는 것과 같기에, 하나님을 경외하려면 부와 재물을 좇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5:8~20).
또한 하나님께서 선물로 ‘재물, 부요, 존귀, 다산, 장수’와 같은 복을 주셨다고 해도, 이것 자체가 만족함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6:1~12). 따라서 이 땅의 모든 수고는 바람을 잡는 것과 같다는 원리를 기억하고, 오직 하나님을 경외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는 노력이 우선돼야 겠습니다.


지혜자의 삶이란(7:1~11:8)
전도자는 숨결과 같은 삶을 살기 위해 현실 도피가 아닌 지혜로운 삶을 살라고 권면합니다.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좋은 이름이 좋은 기름보다, 초상집 방문이 잔칫집 방문보다, 슬픔이 웃음보다 나음을 말하며 이 땅의 유한함을 깨닫고 영원한 것을 사모하는 것이 지혜임을 알려 줍니다(7:1~14).
또한 전도자는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지나친 의와 지혜, 지나친 악행과 어리석음도 사람을 행복으로 인도하지 않는다고 경고합니다.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늘 따지게 되지만, 이 모든 극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진리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일이며, 이것이 참된 지혜라고 가르칩니다(7:15~22). 음녀(7:23~29)와 악과 불의에 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국 세상에서 행해지는 일들은 숨결과 같기에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가 주신 인생을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8:1~17).
이렇게 전도자는 이 땅에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지혜로운지를 고민했는데, 결국 모든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인생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9:1~6).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자는 삶을 감사히 여기고, 즐겁게 누리는 사람입니다. 해 아래의 삶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것들, 가령 먹는 것, 아내와 함께 사는 일 등을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로 여기고 즐겁게 사는 것이 지혜자의 삶이라고 가르칩니다(9:7~12).
또한 전도자는 지혜의 유익함을 어리석음과 비교해서 제시했습니다. 전도자가 말한 어리석음이란 하나님을 모르는 것으로, 이로 인해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는 교만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땅을 사는 사람은 지혜로운 삶을 위해 인간 스스로 하나님의 일을 다 깨닫지 못한다는 한계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인지했다면, 즐거움과 고통이 현실 가운데 공존하고 있음도 기억해야겠습니다(9:13~11:8) 
 
창조주를 기억하라(11:9~12:14)
전도자는 숨결과 같은 인생을 누리라고 강조하면서, 마지막 결론을 내립니다. 숨결 같은 세상 속에서도 짧게 지나가는 청년의 시기에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작은 변화에도 두려움을 느낍니다. 또 때가 되면 흙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전도자는 짧은 인생을 살면서 헛된 것에 마음을 뺏기지 말고,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키는 일이 해 아래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지켜야 할 본분임을 강조하며 전도서를 마무리합니다(11:9~12:14). 

전도자는 이성과 경험을 통해 삶의 방식을 찾으려는 노력으로부터 벗어나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오직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는 일이 숨결과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가르칩니다.
이 진리는 오늘을 사는 우리도 충분히 느끼는 부분입니다. 많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공부하며 애쓰고,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노력해도 이것들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전도서를 묵상하며 숨결과 같은 일시적인 것들에 마음을 두지 말고, 영원하신 하나님을 기억하며 해 아래에서의 삶을 바르게 누리고 살아가는 지혜를 붙잡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