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조철민 목사(<날샘> 디렉터)
우리는 누군가의 글을 읽을 때, 발신자가 수신자를 생각해서 전하는 글의 의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하나님 여호와’라 밝히시며 선조들과의 언약과 그 땅을 기억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바울이 고난 중에서도 빌립보교회 성도들을 생각하며 하나님께 간구하는 모습에서 발신자의 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하신 말씀과 바울이 빌립보교회 성도들에게 전한 편지에서 우리들이 눈여겨봐야 할 메시지는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봅시다.
안식년과 희년, 왜 주셨을까(레 25장)
레위기 25장은 안식년과 희년에 관한 법입니다. 안식년이란 일곱째 해마다 땅이 본래 상태를 회복할 수 있도록 휴경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때는 파종하거나 포도원을 가꾸는 일이 금지됐고, 안식년에 나는 소출은 모든 사람과 짐승에게 허용해야 했습니다(25:1~7).
희년은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난 후 50년째 되는 해로, 이때는 토지 반환과 노예 해방이 이뤄집니다(25:8~10).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빚진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토지 또는 개인의 자유를 팔아 종이 돼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사회 분열을 초래했는데, 이와 같은 불균형이 희년 규례로 해결됐습니다.
또한 희년에는 안식년과 마찬가지로 땅을 휴경해야 했기에 곡식 또는 과일을 추수할 수 없었고, 밭에서 난 것은 모든 사람과 나눠 먹어야 했습니다(25:11~12). 이렇게 안식년과 희년이 이어지는 2년 동안 백성은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양식에 대한 근심과 걱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25:20).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순종하기만 하면 그들이 머무는 땅에서 안전하게 살도록 인도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25:18).
사실 희년의 가장 중요한 원리는, 땅의 주인이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거류민이요 하나님과 동거하는 자로, 나그네와 같은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25:23). 그러므로 백성은 사정에 의해 토지 사용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더라도 무르기를 통해 토지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25:24~28). 이는 하나님께서 땅의 주인이시기에 기업을 구속시켜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심을 알게 합니다.
그뿐 아니라 노예 해방에 대한 규정도 주셨습니다(25:39~55). 이처럼 안식년과 희년은 하나님께서 땅의 주인이시라는 철학을 토대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신 사회보장제도이기에,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분의 주권을 인정할 때 은혜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언약, 왜 중요한가(레 26~27장)
레위기 26장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규례와 명령을 지켰을 때 받는 복(26:3~13)과, 어겼을 때 임하는 저주(26:14~39)로 구성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라고 선포하시며, 이스라엘 백성이 규례와 명령에 순종했을 때 평화와 번성을 허락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복은 “내가 내 성막을 너희 중에 세우리니”라는 말씀입니다(26:11). 성막을 세우신다는 것은 하나님의 임재를 뜻합니다. 즉 명령을 온전히 지켰을 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하나님이 된다는 약속을 이행하시겠다는 뜻입니다.
반면 명령을 지키지 않을 때는 하나님의 저주가 다섯 단계를 거치면서 점점 더 강도가 세집니다. 첫 번째 단계는 질병, 기근, 전쟁에서의 패배입니다(26:14~17). 두 번째 단계는 가뭄으로 인한 심각한 흉년입니다(26:18~20). 세 번째 단계는 사나운 들짐승을 통해 피해를 입게 되며(26:21~22), 네 번째 단계는 전쟁으로 인한 전염병과 기근이 발생하게 됩니다(26:23~26).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순종하면 결국 약속의 땅에서 쫓겨나 원수의 땅에서 살게 됩니다(26:27~39).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낮아져서 죄악의 형벌을 기쁘게 받으면 조상들과의 언약을 기억하겠다고 하십니다(26:42, 45). 이처럼 신실하신 하나님께서는 언약을 기억하시고, 우리에게 다시 기회를 주시는 분이십니다.
27장에는 서원한 것을 어떻게 속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이 제시돼 있습니다. 먼저, 사람을 바치겠다는 서원은 인신 제사가 아니라 성소 또는 성전에서 하나님을 섬긴다는 의미입니다(27:1~8). 이외에도 짐승(27:9~13), 집(27:14~15), 밭(27:16~25), 처음 태어난 가축(27:26~27), 하나님께 온전히 바친 것(27:28~29), 십일조(27:30~33) 등을 바치는 경우가 제시돼 하나님께 대한 헌신을 통해 거룩함을 기억하게 하셨습니다.
이처럼 거룩함이란 하나님 앞에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성결을 뜻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내 소유를 온전히 드릴 때 내 삶이 거룩한 제사가 됩니다.
복음 전파의 진전을 통한 믿음의 진보(빌 1장)
빌립보서의 수신자인 빌립보교회 성도들은 복음을 전한다는 죄목으로 옥에 갇힌 바울 때문에 낙심과 두려움 속에 있었습니다. 사실 이들에게 있어 죄수인 바울이 기쁨을 간구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바울은 그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사모한다고 했으며, 이 일의 증인은 하나님이시라고 선언합니다(1:8). 철저하게 예수님의 마음으로 그들을 위해 간구한다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또한 바울은 자신의 매임이 오히려 복음 전파에 진전이 됐다고 고백합니다(1:12~14). ‘진전’은 과거나 현재에 매이지 않고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나아갔다는 뜻입니다. ‘매임’이 ‘진전’의 계기가 됐다는 것은 역설적 화법이지만, 바울이 당한 일로 많은 형제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담대히 전할 수 있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었습니다.
바울은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자신의 몸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을 가장 존귀한 일로 여겼고, 그렇기 때문에 죽는 것도 유익하다고 고백합니다(1:20~21). 또한 빌립보교회 성도들을 향해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며 믿음을 지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권면하면서, 어떤 일에서도 대적들로 인해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1:27~28). 이처럼 고난이 있어도 그리스도를 위해 기꺼이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할 때 믿음의 진보로 결실을 맺게 됩니다(1:29~30).
겸손과 순종의 삶을 살라(빌 2장)
바울은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고 공동체 안에서 협력을 실천하기 위해 먼저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으라고 권면합니다(2:5). 예수님께서는 하나님과 동등한 신성을 가지셨지만 자신을 비워 종의 모습이 되셨고,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신 분입니다(2:6~8). 이처럼 그리스도께서 보여 주신 순종을 토대로 그들도 다른 사람을 위해 끝까지 인내하며 살라고 당부합니다.
바울은 또한 빌립보교회 성도들에게 두 지도자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를 소개하면서, 이 두 사람과 함께 예수님께서 가신 그 길을 따라갈 것을 강조합니다(2:19~30). 성도들이 외롭게 혼자 버티는 것을 바라지 않은 바울의 이와 같은 지원은 그들에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의는 어디로부터 나는가(빌 3:1~4:1)
바울은 유대교 풍습을 강조하는 대적들을 향해, 자신은 그리스도를 알기 위해 모든 특권을 배설물로 여겼다고 말합니다. 사실 바울이야말로 유대교 사회에서 완벽한 조건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것들이 그리스도를 얻는 데 방해가 됐기에 배설물에 불과하다고 고백합니다(3:4~9).
그리고 바울은 영생을 푯대로 여기며, 영원히 그리스도와 교제하는 것을 가장 큰 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3:10~16).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을 소유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겼고, 예수님의 재림을 소망하며 사는 종말론적 신앙을 갖추는 일도 삶의 궁극적인 목표라 여겼습니다(3:17~4:1). 이처럼 의는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나는 것이며, 율법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님을 바울의 메시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빌립보교회 성도들에게 고함(빌 4:2~23)
바울은 빌립보교회 성도들을 향해 실질적인 권면을 나눕니다. 첫째, 조화를 이루라고 합니다. 둘째, 어떤 상황에서도 기뻐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셋째, 신자들이 지켜야 할 덕목을 설명하면서 경건과 옳은 일, 정결함과 사랑에 대해 생각하며 모든 일을 할 때 칭찬받을 만한 것을 하라고 권면합니다(4:2~9). 이처럼 바울은 비록 죄수의 몸이지만, 이 모든 일을 행하시는 분께서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실 것이기 때문에 복음 전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바울은 편지를 마무리하며 빌립보교회 성도들의 헌신으로 인해, 재정적 걱정 없이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그들의 수고를 치하합니다(4:10~18). 바울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빌립보교회 성도들의 동역이 큰 힘이 됐음을 알리면서, 상황과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능력으로 복음 전파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자고 격려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안식년과 희년을 선포하심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바라봐야 할 분이 여호와 하나님 한 분임을 분명히 알게 하셨습니다. 또한 바울은 자신의 상황과 상관없이 고난 가운데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기쁨으로 나아가는 모범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레위기 마지막 부분과 빌립보서의 말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에 커다란 울림을 줍니다. 이 심장 뛰는 메시지를 통해 여러분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기를 소원합니까? 하나님의 거룩하신 인도를 통해 주님께서 원하시는 열매가 삶 가운데 풍성하게 맺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