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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폐허와 황무지가 된 땅에도 꽃은 핀다

과월호 보기 조철민 목사(<날샘> 디렉터)

예레미야 43~52장까지는 유다 백성과 열방 민족들의 하나님을 향한 불순종에 대한 심판 역사가 주를 이룹니다. 43~45장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스르고 애굽으로 간 유다 백성에 대한 심판을, 46~51장은 에돔, 블레셋, 모압, 암몬, 다메섹, 게달과 하솔, 바벨론에 대한 심판을 다룹니다. 사실 심판이라는 것은 죄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기에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52장을 통해 언약을 성취하시면서, 심판의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게 하십니다. 그렇다면 과연 폐허와 황무지가 된 땅에도 어떻게 꽃이 피는 역사가 일어나는지 예레미야서의 마지막 부분을 함께 묵상하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유다에 대한 심판(렘 43:1~45:5)

예레미야를 통해 자신들의 애굽행을 하나님께 인정받기 원했던 요하난 일행은 계획이 어긋나자, 예레미야의 메시지가 거짓이라고 공격합니다. 내 입에 맞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거짓이라는 전형적인 소인배의 기조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또한 예레미야의 신실한 동역자였던 바룩까지 비난하는데, 성경은 이를 두고 여호와의 목소리를 순종하지 않았다고 평가합니다(렘 43:1~7). 다시 하나님의 말씀이 다바네스에 임하는데, 큰 돌 여러 개를 땅에 묻으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이것은 유다 백성에게 애굽에서의 노예 생활을 기억나게 하고, 유다 백성이 의지하려는 애굽도 결국 하나님께서 느부갓네살을 통해 불태우실 것을 보여 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렘 43:8~13).

당시 유다 백성은 믹돌, 다바네스, 놉, 바드로스 등 애굽 전역에 퍼져 살았습니다. 예레미야는 그들에게 율법을 준수하고 우상을 버릴 것을 명했지만, 그들은 이미 애굽화된 삶을 살았습니다. 그들을 향해 하나님께서는 폐허와 황무지가 된 유다 성읍과 예루살렘처럼 애굽 땅도 칼과 기근, 전염병에 의해 황폐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레미야가 애굽에 사는 모든 유다 백성을 향해 이와 같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자, 그들 중에는 우상 숭배를 폐했기 때문에 칼과 기근이 몰려왔다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었습니다(렘 44:15~19). 예레미야는 이들을 향해 유다에 임한 비극은 우상 숭배를 멈춘 결과가 아니라, 그동안 쌓였던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임을 선포합니다. 결국 이 예언은 애굽 왕 호브라의 죽음으로 명확해집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부재를 사모한 결과는 참담했습니다(렘 44:24~30).

45장은 예레미야의 동역자였던 바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예레미야가 불러 주는 말씀을 기록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바룩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유다의 심판을 슬퍼하자, 하나님께서는 “내가 세운 것을 헐기도 하며 내가 심은 것을 뽑기도 하나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모든 만물을 창조하신 주님이시며 동시에, 만물을 심판하시는 권한도 갖고 계십니다(렘 45:1~5). 결국 하나님의 주권 통치에 반하는 행동을 한 자에게 미래란 없습니다. 또한 주어진 사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묵묵히 감당할 때,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받게 됩니다.


남쪽 열방에 대한 심판(렘 46:1~49:22)

46장부터는 열방에 임한 하나님의 심판이 나타납니다. 애굽이 심판을 당하게 된 것은 바로가 세상의 주권을 주장하며 교만하고 우상을 숭배했기 때문입니다(46:25). 결국 애굽은 바벨론에 의해 패망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 속에도 유다 백성에 대한 구원과 회복의 메시지가 있음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심판 중에도 유다 백성과 하나님의 언약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렘 47:27~28).

다음으로 블레셋에 관한 심판 메시지가 주어집니다. 블레셋은 다윗왕 이전부터 유다의 적수로, 그들 역시 바벨론의 침략으로 수치를 겪게 됩니다. 가사가 대머리가 되고, 아스글론이 잠잠하게 된다는 것은 여호와를 거역하는 백성에게 자비란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렘 47:1~7).

하나님께서는 모압에 관한 심판 메시지를 주십니다. 모압이 하나님의 심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그모스라는 헛된 신을 섬겼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능력이 없는 가짜 신을 섬긴 죄의 결과는 멸망입니다. 모압의 교만함은 열방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여호와 하나님만이 참된 신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렘 48:1~37).

모압 이후 심판받을 족속은 암몬이었습니다. 암몬은 갓 자손이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가자, 그 땅을 점령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암몬의 행위에 분노하시며, 그 땅이 여전히 유다 자손에게 있음을 선포하십니다. 결국 암몬의 국가 신인 말감도 아무 힘을 쓰지 못하고 사로잡힐 것이며, 제사장들과 고관도 다 사로잡힐 것입니다. 사실 암몬은 얍복강 중심의 비옥한 골짜기에 정착했기에 풍족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부요한 삶을 의지하고 우상을 숭배했기에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렘 49:1~6).

암몬에 이어 심판받을 열방은 에돔이었습니다. 에돔은 세일산 중심으로 거주하던 민족으로, 에서의 후손이었습니다. 그들은 높은 바위산에 요새를 만들고, 세상적으로 뛰어난 지혜와 모략을 지녔으나, 교만함으로 인해 하나님의 심판 대상이 됩니다.

남쪽에 위치한 주요 열강들에 임한 심판을 통해, 우상 숭배로 인한 교만함이 그들을 패망의 길로 인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믿음의 자녀는 언제나 하나님만을 철저히 의지하고, 겸손한 자세로 하나님의 역사를 기다려야 합니다.


북쪽 열방에 대한 심판(렘 49:23~51:64)

북쪽에 위치한 열방에 대한 심판으로 다메섹, 게달과 하솔, 엘람, 바벨론이 받을 심판이 이어집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하나님의 심판 도구로 사용됐던 바벨론도 결국에는 패망한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다메섹은 아람의 수도로 매우 번성하고 풍요로운 도시였습니다. 게달과 하솔은 광야에 사는 유목 민족이긴 했으나,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습니다. 엘람은 바벨론 동부 지역에 위치한 강한 군사력을 지닌 민족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하나같이 우상을 숭배하고, 하나님 외에 부와 힘을 의지했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그들 역시 하나님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렘 49:23~39).

열방에 대한 마지막 심판이 바벨론에 임합니다. 바벨론은 앗수르를 정복하고 고대 근동 지방의 맹주로 자리 잡은 패권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우상 숭배와 교만함으로 인해 하나님의 심판 대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바벨론의 패망이 결국에는 유다의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 권세 잡은 자의 대표였던 바벨론을 심판하심으로 하나님의 백성에게 참된 평안을 허락하십니다. 느부갓네살의 통치 이후 쇠락하기 시작한 바벨론 제국은,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새로운 철퇴를 통해 키질과 타작마당에서 짓밟힘을 당하게 됩니다. 이처럼 영원할 것 같았던 바벨론 제국의 운명도 하나님의 말씀대로 패망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폐허가 됩니다(렘 50:1~51:64).


여호야긴 석방에 담긴 의미(렘 52:1~34)

예레미야 52장은 시드기야의 돌이킬 수 없는 타락, 바벨론의 침공 과정, 예루살렘의 함락 등을 통해 악을 행한 자의 최후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보여 줍니다. 시드기야는 바벨론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했지만, 하나님에 대한 진정한 회개가 없었고, 이는 단지 심판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시드기야는 자신이 보는 앞에서 아들들이 죽고, 자신의 두 눈은 빠진 상태로 놋 사슬에 결박당하는 처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또한 느부사라단에 의해 예루살렘성전과 성벽이 파괴되는 역사가 기술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은 성전 기물에 대한 목록이 자세히 기록됐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하나님께서 예루살렘을 회복하실 때, 이를 다시 찾으시겠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느부갓네살 이후 에윌므로닥 때가 이르면, 여호야긴이 석방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여호야긴의 석방으로 인해 그의 혈통을 통해 1차 포로 귀환을 이끌었던 스룹바벨이 태어나게 되고, 그 혈통의 끝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십니다. 마치 황폐한 땅에 꽃이 피는 것처럼 유다 백성은 황폐했던 그들의 과거를 청산하고, 소망의 미래를 품게 됩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세우신 언약이 심판받는 유다 백성으로 인해 실패한 것 같아 보이지만, 하나님의 언약은 결코 실패할 수 없음을 확인하면서 예레미야서는 마무리됩니다.


폐허와 황무지는 심판의 결과를 보여 주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입니다. 그렇기에 예레미야서의 메시지는 무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가운데서도 약속된 미래가 반드시 온다는 사실을 보여 주십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회복시키실 하나님을 기다리며,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삶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폐허와 황무지에 담긴 뜻을 잘 깨닫고,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는 것이 회복의 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폐허와 황무지에도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면 반드시 꽃이 피게 됨을 잊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