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조철민 목사(<날샘> 디렉터)
골로새서·야고보서
성경에서 가장 그리스도 중심적인 책을 꼽는다면, ‘골로새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골로새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 모든 권세의 창조자, 교회의 머리 되신 예수님을 전하며, 온전한 신앙생활을 위한 초석을 쌓게 합니다. 또한 성경에서 실천적인 믿음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한 책은, 단연코 ‘야고보서’입니다. 말씀을 듣고 행하지 않는 것을 ‘죽었다’라고 표현하는 야고보의 고백은 무기력에 빠진 성도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예수님을 더 깊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함께 온전함의 고봉을 오르는 설렘으로 골로새서와 야고보서의 첫 장을 펼치면 좋겠습니다.
주 안에서 행하라(골 1~2장)
골로새서는 바울의 옥중서신 중 하나로, 이교 사회에서 우상 숭배로 어려움에 처한 이방인에게 신앙의 본질을 깨닫게 하기 위해 쓰인 서신입니다. 골로새교회는 바울이 에베소에서 사역할 때 에바브라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바울은 당시 이교도 분위기에 젖어 있던 골로새교회 성도에게 편지를 통해 예수님에 관한 바른 진리를 전합니다.
1장에서 바울과 디모데는 골로새교회 성도에게 은혜와 평강을 전하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에바브라의 수고와 헌신으로 골로새교회 성도와 교제하게 된 것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골로새교회 성도를 섬기는 에바브라에 대한 사랑의 마음도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바울은 혼합주의의 위기 속에 있던 골로새교회 성도들이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신령한 지혜와 총명으로 충만해지기를 간구합니다. 또한 그들에게 모든 만물의 머리가 되신 예수님의 속량을 통해 죄 사함을 받을 수 있는 복음의 진리를 소개합니다.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서기 위해서는 복음의 진리를 아는 것에 힘써야 함을 전합니다. 그리스도와 교회를 머리와 몸에 비유하며, 교회는 머리 되신 그리스도 안에 거하며, 어느 순간에도 흔들림 없는 복음의 소망을 붙들 때, 견고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립니다(골 1:1~23).
바울은 자신이 교회의 일꾼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여기며, 지금 겪는 고통도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우는 과정으로 여겼습니다. 또한 고난을 통해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운다고 믿으며, 복음 전파로 인한 수고와 고난을 자신이 주 안에 거하는 증표로 여겼습니다(골 1:24~29).
바울은 이 사실을 골로새교회 성도뿐 아니라, 라오디게아 등 대면하지 못하는 지역의 성도에게도 함께 전합니다. 당시 교회 내부에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거짓 교사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가르치는 철학과 헛된 속임수는 성도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그 때문에 바울은 거짓 교사의 가르침에 미혹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스도 안에서 바로 서는 것이 필요함을 가르칩니다.
바울은 거짓 교사들이 가르치는 유대교적 율법주의, 천사 숭배에 관한 신비주의, 금욕주의는 세상의 초등학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대단한 가르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복음의 진리를 훼손하는 것은, 성도의 믿음이 굳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겼습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성도는 복음의 진리에 머물며 항상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는 것이, 흔들리지 않는 신앙생활을 위한 본질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골 2:1~23).
주께 하듯 하라(골 3~4장)
바울이 말하는 성도의 정의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가 부활한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난 성도는 죽음을 이긴 성도이기에, 땅의 것이 아닌 위의 것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바울이 말하는 위의 것이란 하늘 위 보좌에 계신 그리스도와 관련된 것을 의미하는데, 결국 한시적인 세상 가치관에 사로잡혀 땅의 것이라 불리는 세속적인 것들에 시선을 뺏겨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바울은 우상 숭배, 음란, 부정, 사욕, 정욕, 탐심, 거짓 등 모든 악한 것은 거룩함을 훼손하고 땅의 것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을 벗어 버리고, 새사람에게 필요한 긍휼, 자비, 겸손, 온유, 오래 참음으로 옷 입어야 한다고 전합니다. 또한 마지막에는 사랑이라는 온전하게 매는 띠로 꽉 묶어야만, 흔들림 없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골 3:1~14).
그리고 자신을 사랑의 띠로 맨 자에게 필요한 것은 감사의 삶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들을 감사하고 찬양하며, 사람을 대할 때도 신분과 역할에 상관없이 온전히 주님께 하듯 하는 자를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고 가르칩니다(골 3:15~4:1). 마지막 부분에서는 동역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온전함을 위해 기도하는데, 이처럼 바울에게 골로새교회 성도는 가족이었고, 사랑의 대상이었습니다(골 4:2~18).
말씀을 듣고 행하라(약 1~2장)
야고보서는 단일 교회가 아니라 ‘열방에 흩어져 있는 열두 지파’를 대상으로 쓰인 서신입니다. 수신자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보통 ‘일반서신’ 또는 ‘공동서신’으로 분류합니다. 야고보서의 저자 야고보는 예수님의 친동생이자 예루살렘교회 최초의 감독으로, 유대주의자들의 박해로 인해 흩어졌던 유대 성도를 향해, 고난 속에서도 인내할 것을 당부합니다. 당시에는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유대주의자와 로마로부터 박해를 받던 성도들이 있었는데, 야고보는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려고 서신을 씁니다.
야고보는 성도들에게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고 요청합니다(약 1:4). 이를 위해 지혜가 부족하거든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않으시는 하나님께 간구하라고 가르칩니다. 야고보의 가르침에서도 기도는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약 1:1~8).
또한 야고보는 넘치는 악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말씀을 듣고 행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말씀을 듣고 행하지 않으면 결국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말씀을 듣고 행하는 것은 말씀을 몸에 새기는 일입니다(약 1:19~27). 야고보는 적극적으로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신앙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을 사랑으로 섬길 것을 권면합니다.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를 차별하지 않는 행위,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행위 등 말씀을 실제로 몸에 새기는 행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야고보서의 유명한 구절인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란 말도 자신이 예수님께로부터 은혜받음을 아는 성도라면, 마땅히 예수님 닮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머리로만 아는 신앙이 아닌, 몸을 움직여 예수님 닮은 행위를 습관처럼 행해야만 온갖 박해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약 2:1~26). 말씀을 듣고 행하는 것은 선택이 아닙니다. 삶과 죽음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것임을 꼭 기억합시다.
온전함의 고봉을 향해(약 3~5장)
야고보는 3장부터 더욱 구체적인 예를 통해 성도를 온전함으로 구비시키기 위한 실천적인 매뉴얼을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성도는 아주 세밀한 영역까지도 교정해야만 온전함의 고봉에 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야고보는 먼저 말에 실수가 없도록 하기 위해 혀가 가진 특징을 자세히 전합니다. 야고보는 혀가 가진 악한 영향력을 잘 알았기에, 입에 재갈을 물려서라도 복종하게 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약 3:1~12).
또한 영적 교만에 빠지지 않기 위해 겸손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선을 행함으로 믿음을 굳건히 하라고 가르칩니다. 세상의 정욕과 교만에 사로잡히지 않고, 겸손함으로 하나님을 가까이하는 것이 진정으로 높아지는 길임을 전합니다(약 4:1~10).
그 외에 서로 비방하지 말고, 허탄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하는 것 등 온전함의 고봉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모습들을 설명합니다(약 4:11~17). 더불어 야고보는 불의한 방법으로 부를 채운 자들에게 경고를 보내는데, 그들이 공들여 쌓은 재물이 한시적인 것임을 강조하면서, 사치와 방종의 삶을 경계합니다.
그리고 이런 실천적인 행동과 함께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야고보는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로 고난을 이긴다는 사실을 가르칩니다. 사람들은 간혹 야고보가 실천적 믿음을 강조하면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기도를 얼마나 강조했는지를 간과합니다. 그러나 야고보는 그 누구보다도 기도가 문제 해결을 위한 믿음의 고백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이와 함께 실질적인 변화가 성도의 삶 속에서 일어나야 함을 강조합니다.
혼합주의로 물든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말씀을 실천하며, 기도하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입니다. 이 모든 행위는 땅의 것에 미련을 두지 않고 위의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성도로 하여금 온전함의 고봉을 오르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사실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인내하며, 믿음으로 간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행함을 버리거나 기도하는 것을 잊고 산다면, 허탄한 생각에 머물게 됩니다.
주님께서 주신 골로새서와 야고보서를 묵상하면서 2021년을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2022년을 온전한 신앙의 토대 위에서 맞이하는 믿음의 자녀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