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세월이 빠르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벌써 겨울의 문턱에 바짝 다가선 이 시점에 지나온 시간들을 반추해 봅니다. 광야에서 순종과 불순종의 갈림길을 오가던 이스라엘 백성을 묵상했던 민수기, 인자(人子)로 오셔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세리와 창기들의 벗이 되신 예수님을 다룬 누가복음, 그리고 북왕국 이스라엘과 남왕국 유다 사이에 흐르는 역사를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열왕기하의 묵상에 이르기까지 매일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이번 11월은 열왕기하의 마지막 부분을 묵상하려고 합니다.
18장 남 유다의 히스기야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다윗의 모든 행위를 따라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한 왕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가는 곳마다 형통한 은혜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 이스라엘은 호세아 왕을 끝으로 앗수르에 멸망당합니다. 앗수르는 이 여세를 몰아 남 유다까지 엿봅니다. 앗수르 왕의 신하 랍사게는 대군을 보내 예루살렘을 에워싸고 갖은 위협을 합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사면초가의 꽉 막힌 위기를 겪게 됩니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겠습니까?
19장 히스기야는 옷을 찢고 굵은 베를 두르고 성전으로 올라갑니다. 사방이 막혀도 하늘을 향한 길은 열려 있는 것입니다. 히스기야는 앗수르 왕의 협박 편지를 하나님 앞에 펼쳐 놓고 천하만국의 유일한 신이시요 창조주이신 여호와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믿음의 힘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히스기야의 기도를 하나님이 들으셨다고 전언하며 구원의 징조도 함께 알려 줍니다. 바로 그 밤에 여호와의 사자가 나와 앗수르의 군사 십팔만 오천 명을 섬멸합니다.
20장 승리의 영광을 뒤로하고 히스기야는 병들어 죽게 됩니다. 이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히스기야는 얼굴을 벽으로 향하고 눈물과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눈물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이 히스기야의 생명을 15년 연장시켜 주십니다. 그러나 건강이 회복된 후 교만해진 그는 바벨론의 사신들에게 자신의 보물고와 군기고를 보여 주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이 일이 유다가 바벨론에 멸망당하는 빌미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21장 학자들에 따라 의견 차이가 있지만, 므낫세는 히스기야가 15년 연장받은 기간에 낳은 아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므낫세는 유다의 왕들 가운데 전무후무한 악한 왕입니다. 여러모로 히스기야의 마지막 15년은 씁쓸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므낫세의 아들 아몬도 그 아비의 죄악을 답습합니다.
22~23장 소망 없어 보이던 유다에 요시야라는 정직한 왕이 등장하여 성전을 수리하던 중 대제사장 힐기야가 율법책을 발견합니다. 요시야는 율법책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 앞에서 진정으로 회개하며 개혁의 불길을 일으킵니다. 요시야는 온 백성에게 율법책을 읽어 들려준 후, 유다 전역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던 이방의 우상들을 찍어 없애고 불태웁니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제대로 지키지 못한 유월절을 회복하는 등 개혁을 진행해 갑니다. 그러나 유다의 영광은 여기까지였나 봅니다. 뒤이은 왕들은 다윗의 정직한 길을 버리고 또다시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일삼습니다.
24~25장 여호야김 때부터 바벨론의 침공이 시작되어 영광스럽던 다윗의 왕국은 서서히 빛을 잃습니다. 심지어 유다의 마지막 왕인 시드기야는 바벨론에 저항하다 포로로 잡혀가면서 두 눈이 뽑히는 처참한 비극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여호와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요 이스라엘의 영광인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지고, 백성들은 바벨론의 어느 변방으로 끌려가 포로 신세가 됩니다. 그러나 열왕기 기자는 이 처참한 유다 왕국의 마지막을 기술하면서, 바벨론에 잡혔던 유다 왕 여호야긴의 머리를 들게 하고 죄수복을 벗기며, 포로로 잡혀온 다른 왕들의 지위보다 그의 지위를 높였다는 이야기를 삽입함으로 희망의 불씨를 남겨 둡니다.
영광으로 가득했던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지고, 하나님의 신실한 약속으로 이어져 내려온 다윗 왕조의 쇠락을 묵상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지상의 왕국은 쇠퇴에 쇠퇴를 반복하며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새의 줄기에서 메시아를 보내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은 실패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나라, 하나님의 나라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11월, 이제 두 장의 달력을 넘기면 끝이 나는 2010년을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한 행실과 다윗의 길을 걸은 승리의 일기로 채워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