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하나님의 약속은 인간의 순종이나 불순종 때문에 바뀌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동일하신 분이기에 그 입에서 나오는 모든 약속의 말씀은 영원무궁토록 변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오늘 내 삶에서 그 언약의 성취를 경험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불순종으로 그 약속이 파기되진 않지만,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신명기를 마무리하면서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점검해 봅시다. 축복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그리심 산인지, 아니면 불순종으로 인해 저주가 임하는 에발 산인지를 말입니다.
28장 변치 않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주어지는 복이 길게 소개됩니다. 나가도 복을 받고 들어와도 복을 받으며, 대적이 한 길로 왔다가 일곱 길로 도망치고, 우리가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며,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않게 하시겠다는 것입니다. 반면, 불순종할 때 임하는 저주는 이보다 훨씬 더 길게 소개됩니다. 저주가 축복보다 더 많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저주 퍼붓는 것을 좋아하시기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이는 불순종에 따른 저주를 강조함으로 자기 백성을 순종의 길로 이끄시고 언약을 이루어 가시려는 하나님의 사랑과 열심의 표현인 것입니다.
29장 모세는 모압 평지에서 지나온 출애굽과 광야의 여정을 다시 한 번 떠올립니다.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에게 과거를 상기시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백성들의 수령에서부터 여인들과 유아들, 심지어 나무 패고 물 긷는 사람들까지 다 여호와 앞에 서게 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아브라함과 더불어 맺은 언약에 참여하게 하셔서 그들 모두를 하나님의 친백성 삼으시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영원히 우리의 하나님이 되길 원하십니다. 작은 유혹이나 세파에 여지없이 무너지는 우리의 모습을 예견이라도 하듯 애타게 권고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헤아려 봅시다.
30장 주께서 그토록 누누이 들려주셨던 복과 저주의 말씀이 우리가 형통할 때 생각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안타까운 것은 심한 고난과 역경이 닥쳐올 때에야 비로소 그 말씀이 떠오른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때라도 기억나면 소망이 있습니다. 우리가 죄악의 길에서 돌이키기만 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다시 복 주시겠다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의 명령은 어렵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약속의 말씀이 가까이, 내 맘속에 있음을 깨닫지 못하기에 실패합니다. 순종을 택하십시오. 그러면 복과 생명을 누릴 것입니다.
31장 모세가 후계자 여호수아를 불러 세우고, 그로 하여금 자신을 이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게 합니다. 그때 여호수아가 얼마나 두렵고 떨렸겠습니까? 그러나 40년 동안 모세의 시종으로 묵묵히 순종의 길을 걸어왔기에 지금 그가 이 순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당부한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하나님이 함께하실 것이니 두려워 말라는 것입니다. 한편, 이스라엘 백성에게 여호와 경외하기를 가르치고 배우게 하라는 모세의 마지막 당부는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죽음을 앞두고서 끝까지 백성들을 염려하는 모세에게 연민이 느껴집니다.
32장 모세의 노래가 이어집니다. “어리석은 이스라엘 백성들아, 아비에게 물어서라도 옛적 일을 기억하여라. 너희는 하나님의 분깃이요 그분의 기업이로다. 여호와께서 만백성 중에서 너를 불러 택하시고 눈동자같이 보호하셨으며 높은 곳에 세우셨더니 너희가 여호와를 배반하였도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노하여 너희를 열국 중에 흩어 버리고 재앙으로 심판하셨으나, 너희를 불쌍히 여겨 대적들을 심판하시고 너희 백성들을 속죄하실 것이다.” 이 노래를 마치고 모세는 느보 산에 올라 멀리 가나안을 바라봅니다. 120년 파란만장한 세월 동안 하나님 손에 붙들려 귀하게 쓰임 받았던 위대한 지도자 모세의 삶과 죽음을 묵상해 봅시다.
33~34장 부록처럼 기록된 모세의 축복 기도문입니다. 그는 장자 르우벤에 대한 짤막한 축복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각 지파를 축복합니다. 유다에게는 하나님을 위해 싸우는 자로, 레위에게는 우림과 둠밈을 지닌 제사장으로 온전한 번제를 드릴 것을 축복합니다. 베냐민에게는 여호와의 사랑을 입은 자로, 요셉에게는 가장 긴 내용으로 축복합니다. 스불론과 갓, 그리고 단을 축복한 뒤 납달리와 아셀에 대한 축복으로 마무리하며, 이스라엘을 행복자라고 부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입은 모든 백성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수개월에 걸쳐 신명기를 묵상하며 역사를 통찰하는 눈이 조금이나마 열린 것을 느낍니다. 순종과 불순종의 갈림길을 오가며 방황하는 이스라엘을 한시도 버리지 않으시고 때로는 축복으로, 때로는 저주로 다루시며 온전한 길로 인도하신 하나님. 그분이 계시기에 하나님 백성은 행복한 사람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우리는 당장 눈앞의 조그만 결과에 연연하는 연약한 인생이지만, 역사의 주관자이신 여호와께서 나는 네 하나님이라고 선포해 주심을 믿고 힘찬 순종의 걸음을 내디디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