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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

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6월이 되면 우리 국민 모두 애국자가 되는 듯합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믿음의 영웅들은 한결같이 애국자들이었습니다. 가슴속에 고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간직하고 평생을 살았습니다. 사도 바울도 예외는 아닙니다.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었던 국수주의자 바울이 예수님을 만난 후, 하늘나라의 애국자로 바뀌어 버립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한평생을 불태웠던 바울의 로마를 향한 마지막 여정을 따라가면서 우리의 가슴속에 작은 불씨처럼 남아 있는 조국과 또 다른 본향을 향한 열정이 불타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2장 사도행전을 통해 세 번씩이나 소개되는 바울의 회심에 대한 두 번째 기록입니다. 한 사람의 회심 사건이 성경에 세 번씩이나 기록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바울도 가는 곳마다 이 일을 증언했음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이 간증이 예수 그리스도를 전할 수 있는 도약판이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간증을 듣는 사람들의 반응이 어떠하든지 상관없습니다. 로마 시민이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신분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바울을 보며, 나를 소개하는 첫 번째 신분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23장 부활에 대한 설교로 촉발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간의 팽팽한 다툼으로 바울은 둘 사이에서 찢겨질 뻔한 위기를 넘깁니다. 로마에 복음을 전하겠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나아가는 바울이 겪기엔 너무 심한 고통으로 보입니다. 그날 밤 주께서 바울에게 찾아와 로마에서도 증언해야 하리라고 위로하시며 소명을 일깨워 주십니다. 그 다음 새벽에 자신을 죽이려는 결사대가 조직된 것을 듣고도 바울이 담대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밤 주님의 위로하심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복음을 위한 길에는 수많은 박해와 위협이 존재하는 것은 예나 오늘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24장 협박으로 되지 않자 대제사장이 변호사를 앞세워 총독에게 바울을 정식으로 고발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것을 도리어 복음을 변론할 기회로 삼습니다. 그는 숨길 것도, 꺼릴 것도 없었습니다. 내가 복음 앞에서 정직하면 세상의 송사에 대해서도 담대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위기는 곧 하나님의 기회가 됩니다. 이번 송사를 통해 바울은 백부장의 호위 하에서 복음 전할 기회를 얻습니다. 모든 상황을 주관하시고, 하나하나 이루어 가시는 주님의 숨은 손길을 믿음의 눈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5장 그렇게 2년이 지났습니다. 새로운 총독 베스도가 부임하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는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바울을 예루살렘으로 데려가려 합니다. 로마를 향한 바울의 여정에 중대한 위기를 맞이합니다. 이때 바울은 죽기를 각오하고 가이사에게 상소합니다. 이런 과정에 유대의 분봉왕 아그립바 일행이 새 총독을 문안하러 왔다가 바울에 대해 듣습니다. 바울은 비록 죄수의 몸이었지만 총독과 분봉왕에게 복음을 변론할 수 있는 기막힌 기회를 얻게 됩니다. 내가 묶여 있는 환경에서도 잘 순종하면 하나님이 사람들을 붙여 笭척?것입니다.

26장 세 번째로 소개되는 바울의 회심 간증입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바울의 중심에는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만 하면 삶이 뒤집어진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쳤다고 소리치는 베스도에게도, 아그립바 왕에게도 바울은 확신에 차서 이렇게 선포합니다. “오늘 내 말을 듣는 모든 사람도 다 이렇게 결박된 것 외에는 나와 같이 되기를 하나님께 원하나이다”(29절).

27장 바울은 드디어 로마로 향합니다. 그렇게도 소원하던 로마행 배에 몸을 싣지만 그 길마저 순탄하진 못합니다. 항해 일정에 대한 바울의 권고를 무시하고 미항을 떠나 뵈닉스로 향하던 그들은 유라굴로 광풍을 만납니다. 이 과정에서 죄수인 바울이 그 배의 리더가 되어 선원들을 오히려 안심시키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한 사람도 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처럼, 배에 탔던 모든 사람이 구조되어 멜리데라는 섬에 상륙합니다. 그들이 왜 유라굴로를 만났을까요? 바울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두에게 알리시려는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28장 멜리데 섬에서 환대를 받은 후, 드디어 이달리야 반도에 도착합니다. 레기온과 보디올을 거쳐 로마에 입성하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던 바울의 꿈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는 로마에서 가택연금 생활을 하는 2년 동안 셋집을 열어 놓고, 그곳에 오는 모든 사람에게 주 예수 그리스도를 담대하게, 거침없이 전파합니다.

누가는 의도적으로 여운을 남긴 채 그의 두 번째 책인 사도행전을 마무리합니다. 마치 오고 오는 신앙의 후대들이 계속해서 29장을 써 내려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 달에 걸쳐 사도행전을 묵상하면서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는 사도 바울의 비전이 내 가슴속에도 새겨짐을 경험합니다. 나의 로마는 어디입니까? 내가 계속 써 내려가야 할 사도행전 29장은 무엇입니까? 이 물음 앞에 먼저 우리 모두 진지한 기도의 무릎을 꿇읍시다. 그리고 주님이 가라고 하시는 나의 땅 끝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딥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