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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지배인은 좀처럼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신혼여행을 왔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데날린과 내가 저녁을 제대로 먹으려 점심까지 굶었다는데도 그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내게 닥친 상황에서는 이 모든 게 다 필요 없었다. 내가 양복을 입지 않았던 것이다.
양복이 필요할 줄 몰랐다. 간편한 셔츠 차림으로 통할 줄 알았다. 깨끗이 다림질 된 셔츠였다. 하지만 불어 억양으로 말하는 검은 넥타이 차림의 지배인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다른 방도가 있었다면 그렇게 매달리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방도가 없었다. 다른 식당들은 닫았거나 이미 예약이 차 있었다. 게다가 우리는 배가 고팠다.
“어떻게 좀 해 주십시오.” 나는 애원했다. 그는 나를 한 번 보고 데날린을 한 번 보더니 땅이 꺼질 듯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해봅시다.”
그는 외투 보관소로 사라졌다가 양복 상의를 하나 들고 나타났다. “이걸 입으시지요.” 입었다. 소매가 너무 짧았다. 어깨도 너무 꽉 끼었다. 색깔도 확 튀는 초록색이었다. 하지만 그 양복 덕에 우리도 테이블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진땀 꽤나 흘렸지만 식사는 아주 좋았다. 호텔 지배인 앞에서의 내 입장, 그것이 우리의 상태였다. 기도로 간청하는 것 외에는 아무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 예수님이 하신 일은 그 지배인이 한 일과는 비할 수 없었다. 식당 주인이 자기 턱시도를 벗어 나에게 내주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것이 예수님이 하신 일이다. 그분은 순결의 옷을 내게 내주시고, 자신은 교만과 탐욕과 이기심으로 누덕누덕 기운 내 추한 옷을 대신 입으신다. 당신이 정식 복장을 갖출 수 있도록 친히 자신의 옷을 내주셨다. 바로 당신을 위해 하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