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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

안식을 통해 만나는 하나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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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이란 가만히 있는 것이다. 가만히 있되 몽롱하게 조는 상태가 아니라 여우가 토끼를 잡으려고 웅크린 상태, 새를 관찰하는 사람이 근처에 앉은 희귀종 앵무새를 찾아내는 자세다.
이런 면에서 안식은 영원과 만나는 교차로이며, 하늘의 실체를 이 땅에서 연습하는 일이다. 안식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의 생활 리듬을 익힐 수 있다. 히브리서 4장에 보면 천국은 참된 안식이다.
그런데 여기 아이러니가 있다. 겨울은 우리에게 침묵과 기다림을 강요하며 가만히 있게 만들지만, 그 안에 쉼은 별로 없다. 겨울은 대개 고되거나 지루하거나 또는 둘 다다. 반면에 여름에는 대개 활동과 쉼이 함께 있다. 여름에 우리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깊이 느끼고 마음도 한껏 느긋해진다. 마음가짐이 여유와 감사의 자세로 바뀌는 계절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한다. 염려하지 않는 마음, 그것은 어둠의 계절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영적 자질이지만, 정작 겨울에는 그것을 훈련하기가 어렵다. 겨울은 그런 자질을 시험하고 검증하는 때일 뿐이다.
평안 곧 샬롬은 염려가 당해 낼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고 절절한 하나님의 임재다. 그런 평안이 여름철에는 생득권처럼 따라오지만 겨울철에는 그것이 생사의 문제가 된다. 마음의 여름은 하나님이 가장 잘 보이고 가깝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나는 주로 마음의 여름철에 영적 훈련들을 새로이 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기도 방법을 실험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성경을 읽는다. 평소에는 월요일마다 오후에 몇 시간씩 한적한 곳에 가서 기도하고, 읽고, 묵상하고, 일기를 쓴다. 그런데 마음이 괴로울 때는 이미 검증된 확실한 방식이 필요하다. 위험하고 불확실한 이 세상 속에서 한 군데 확실히 안전한 장소, 즉 비밀의 화원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이 여름철일 때는 나는 융통성을 발휘한다. 다른 장소들에 가 보기도 하고, 새로운 방식들로 하나님을 만나 보기도 한다. 잘되는 것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여름에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잃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