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부에서 집회를 자주 인도하다 보니 선물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보통 그것을 학교로 가져와서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동료 사역자들과 나누곤 했다.
어느 날엔가, 그날도 내게 들어온 선물을 추려서 다른 분에게 전해 주고 있었다. 마침 아내가 내 사무실에 있을 때였는데, 한 사역자에게 선물을 건네는 나의 태도를 보고 한마디 했다. 그 무렵 아내는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이 우리가 더 겸손하기 원하신다는 마음을 받아 우리의 언행에 혹 겸손하지 않은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고 간간히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순간 뜨끔한 생각이 들어 그 선물을 전달할 때의 내 마음 자세를 돌아보았다. 내가 전달한 선물에 동역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닌 나의 의(義)가 실렸음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 내 행위가 아니라 내 마음의 중심이 문제의 핵심임을 경험했다.
배가 여러 해 동안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굴이나 조개껍데기 같은 것들이 배 밑바닥에 달라붙어서 배의 속도가 느려지고 연료 소모도 늘게 된다. 그래서 몇 년에 한 번씩은 배 밑창을 드러내고 배 바닥에 달라붙은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든다고 해서 이 과정을 생략한다면 배를 오래 쓸 수 없다.
나의 경우에도 하나님과 좀 더 가까이 교제할 수 있게 된 중요한 요인이 있다. 이것이 아니다 싶을 때 즉시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도록 훈련받은 것이다. 내 안에 나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거나 실수했다고 느끼는 즉시 바로 “주님, 용서해 주세요” 하며 무릎을 꿇는 것이다. 이것이 내게 큰 영적 유익을 가져다주었다.
다윗과 사울의 차이가 바로 여기서 갈렸다. 사울은 하나님 앞에 잘못을 저질렀을 때 변명했다.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다윗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즉각 회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차이가 두 사람의 삶에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다윗은 계속 쓰임 받았고, 사울은 끝내 버림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