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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4월

예수가 믿어지는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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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하 할머니는 열여덟 살에 영덕으로 시집을 오셨다. 태평양 전쟁 즈음하여 일본에서 우리나라 처녀들을 죄다 끌고 갈 때 동네 어른들이 서둘러 한동네 사는 처녀, 총각끼리 맺어 주신 것이란다.
“어른들이 짝지어 줬는데 서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어. 결혼하기 전에 얼굴이라도 보라고 상대 쪽에서 사진을 보내 줬는데 나는 부끄러워서 그것도 안 보고 결혼했지, 뭐.
우리 아들이 스물한 살에 군대 갔을 때 내가 영감하고 사이가 너무 안 좋아서 어디론가 도망하고 싶었어. 천국이 어디인지, 지옥이 어디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내 발로 가서 교회 문을 두드렸지. 교회로 도망친 것이야. 거기서 하나님의 은혜를 알게 되었어.
우리 집에 고난이 너무 많았어. 나 혼자 교회를 나가니 나 때문이라고 이래저래 핍박도 많았고. 그런데 예수를 믿고 나니 당장 우리 가족들이 너무 안돼 보였어. 그래서 막 전도하기 시작했지. 좁은 문이라 그런지 풍파가 많았어. 가족들이 내가 교회를 못 나가게 막기도 했지만, 결국 지금은 우리 집 일곱 식구가 다 교회에 나가게 되었어. 작년에 우리 아들이 장로 투표에서 한 표 차로 떨어졌다니까. 아깝기도 한데 생각해 보니 다 하나님 은혜지. 은혜이고말고.
그런데 다른 지방에 떨어져 사는 딸네 식구는 교회는 다니는데 예수를 잘 믿지 않아. 전화해서 ‘예수 믿어 천국 가라’고 울며 부탁하면 그때 잠깐 교회 나갔다가 조금 지나면 또 시들해져. 참 많이 울었어. 그냥 놔두려니 너무 안타깝잖아. 어떻게 기르고 낳은 내 자식인데…. 주님이 믿어진다는 게 얼마나 큰 은혜인지 몰라. 머리가 제아무리 똑똑해도 안 믿기면 죽어도 교회 안 나가잖아. 내가 원래 힘이 없었는데 하나님이 힘 주셔서 여든세 살 먹었는데도 아직까지 웬만한 일은 다 해내니 얼마나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