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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4월

마침내 하나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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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복희와 항기가 주님의 품 안으로 돌아오게 하시고, 주여 이 기도를 들어주시옵소서.”
윤영기 오빠의 떨리는 음성이 내 혼과 육신을 때렸습니다. 다음날은 마지막 공연인 대구 공연이었습니다. 새벽에 호텔을 나서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2월이었습니다.
“살아 계신 아버지 하나님…”
또다시 오빠의 기도 소리가 메아리쳤습니다.
전주에서 대구로 가는 고속도로를 시속 120km로 달렸습니다. 나는 달리는 차 안에 있었습니다. 인생이나 인기나 위험한 속도로 달리고 있을 때입니다. 얼굴만 잠깐 비쳐도 돈이 되는 시절이었지만 내 마음은 어둡고 심란했습니다.
순간 내 귀에 어제 윤영기 오빠의 종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그리고 자동차가 뒤집혔습니다. 끼이익. 유리창을 칼로 긋는 급정거 소리와 함께 소스라치게 놀랐을 때는 이미 자동차가 세 번이나 굴러 가드레일을 넘어 반대편 역주행선으로 뒤집혀 넘어진 뒤였습니다. 그 순간 내 귀에 주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놀라지 마라. 이건 사고가 아니다.”
“나니까 안심해라.”
다음 순간 온몸으로 하얗고 뽀얀 안개가 쏴 솟아났습니다. 아니 그 순간 빗줄기가 뿌리는 새벽하늘에서 날선 검처럼 밝고 가느다란 빛이 생살을 파고 스쳐갔습니다.
1976년 2월 27일이었습니다. 자동차는 샤프트까지 부러지고 완전히 망가졌지만, 이상하게 그 짧은 순간 정신은 멀쩡했습니다. 그 모든 순간이 마치 정지 사진처럼 한 신씩 정확하게 슬로모션으로 지나갔습니다.
‘이것은 사고가 아니다. 마침내 그 순간이 내 앞에 온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하나님이 내게 들어오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