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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6월

아이 엠 크리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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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직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새롭게 사무실을 확장한다고 속칭 ‘고사’라는 것을 지냈다. 높은 사람들이 차례로 고사를 지내기 위해 상 앞으로 나가는데, 나는 속으로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다들 잘 되라고 고사를 지낸다는데 “나는 크리스천이라서 절 못합니다” 하면서 큰소리를 낼 수도 없고, 정말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하면서 주님께 기도했다.
“주님, 이 자리를 잘 넘어가게 인도해 주소서. 주님께 욕을 돌리지 않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순간 하나님이 가장 당부하신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말씀이 너무도 강력하게 떠올랐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고사상 앞으로 나아가 기도를 드렸다. 분위기가 일순 숙연해졌다. 크리스천인 줄 몰랐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가 크리스천임을 인식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기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신 주님께 지금도 감사드린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는 고사를 지내는 장소에 나를 아예 부르지도 않았다. 물론 이 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도 않았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사람이 몇 명 있긴 했지만, 그리 대수롭지 않았다. 대신 업무에 있어서 트집이 잡히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이름에 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순간 사람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을 생각했다. 그날의 사건은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 속에서 그분과의 신의에 대해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스스로 시험해 본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신의가 중요한 법인데 하물며 하나님과의 관계는 어떠하겠는가? 아무튼 이 일을 계기로 나는 고사를 지내는 상황에서 크리스천으로서 갈팡질팡하는 일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