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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씨줄과 날줄의 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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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김영신 PD를 찾읍시다. 그분이면 우리를 도와줄 것 같아요.”
“지금 그분을 어떻게 찾겠소. 아직 그가 그 방송국에 근무하는지도 모르겠고…. 하나님께서 찾으시도록 기도합시다.”
사흘 뒤면 한동대를 고발한 그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방영될 것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뿐이었다. 바로 그날, 남편이 집으로 전화를 했다.
“우리가 찾던 사람을 하나님께서 찾아 주셨소!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 가서 하겠소.”
회의를 마친 남편에게 비서가 건네준 메모 쪽지에는 “총장님, 연락 바랍니다. ???방송국 김영신”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가 찾으려던 바로 그 사람이 아닌가!
“안녕하세요? 총장님,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오늘 한동대의 필름을 보다가 무척 놀랐습니다. 총장님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재되어 있더군요. 제가 아는 김 박사님은 그런 분이 아닌데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아서 전화 드렸습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책임 PD였던 것이다. 그는 취재팀을 불러서 취재할 때 혹시 치우친 점은 없었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담당 PD들은 그런 점이 없지는 않았다고 솔직히 시인하더라고 했다. 남편은 그에게 우리가 처한 기막힌 상황을 설명했다.
“공신력 있는 방송국이 제보만 믿고 함부로 방송을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총장님의 인격과 인품을 몰랐더라면 크게 실수할 뻔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고발자들의 기대는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나는 우리나라 방송의 정의가 살아 있는 것에 감사했다. 생각해 보면 만남이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의 인생길에 수놓아지는 무수한 씨줄과 날줄의 만남들은 먼 훗날 또 하나의 아름다운 무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9년 전의 만남을 오늘의 섭리로 이끌어 가시는 전능자의 은총이, 잠 못 이루며 가슴 졸였던 며칠 동안을 기쁨과 안도로 바꾸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