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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기다리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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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초겨울 나는 도서관에서 신앙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나이가 마흔이 넘어서도 독신으로 살며 가난한 광부들을 돌보는 간호사의 이야기였다. 어느 비바람이 사납게 치는 밤, 갱이 무너지고 광부들이 그 안에 갇혔다는 소식을 들은 여인은 급히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전봇대에 부딪쳐 땅에 나뒹굴었다. 안타깝게도 그 여인은 척추를 다쳐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몇 년 후 휠체어를 타고 그곳에 다시 나타난 그녀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광부들을 치료해 주었다. 누군가 그녀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겁니까?”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하나님이 나를 지켜보면서 미소 지어 주시면 나는 평생이라도 이렇게 살 수 있어요.”
아, 나는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아무도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이 없어도, 내가 이 세상에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도 나에게 조용히 미소 지어 주는 한 분이 계시다는 것을. 삶의 의미는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위로부터,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된다는 것과 그동안 수없이 물었던 응답 없는 “왜”에 대한 대답은 오직 그분만이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그분은 내가 인생의 외로움과 그 외로움을 지닌 자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하려고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전능한 분이지만 자신의 무한함을 시간과 공간의 제한 속에 스스로 구속하셨다. 몇십 년 후면 흙으로 돌아갈 나약한 육신 가운데 그분의 무한함과 전능함을 담아 나와 같이 외로워하고 나와 같이 괴로워하며 밤을 지새우는 작은 아기로 오신 것이다. 그런 겸손함을 배우라고 예수님은 나에게 수많은 질문과 아픔을 허락하신 것이었다.
도서관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하얀 눈이 휘날렸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그분의 따뜻함으로 채워져 추운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