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하루 살도록 새로운 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나간 날들을 되돌아보면 그 하루하루가 다 주님의 뜻으로 주어진 귀한 날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제 불우한 운명에 대한 발악을 하면서 그렇게 성난 원숭이처럼만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저로 하여금 이제 비록 뒤늦게나마 주님 앞에 헛된 마음 모두를 가만히 비워 깨끗이 항복하고, 주님의 무한히 크신 섭리를 진심으로 깨달아 영접하게 해 주심에 대해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부끄럽고,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이렇게 제2의 인생을 조심스럽게 쭈뼛거리며 새로이 시작하려 합니다.
더러는 시험도 주십시오. 저의 진심이 주님의 존재를 깊이 깨닫고 인정하고 있는 이상, 어떤 시험이 제게 주어질지라도 주님을 결코 의심하지 아니하고 극복해 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주님이 제 마음 안에 살아 계시기에 저는 불면증도 이겨 낼 수 있었고, 외로움이나 두려움도 이렇게 나름대로 극복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오늘 이 새벽에도 홀로 일찍 일어나 베란다의 뿌연 창을 열고는, 안개 낀 아카시아 숲을 내려다보고 우무(雨霧) 자욱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주님께서 주신 새날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마음속에 새겨 보고 있습니다. 제가 살아갈 하루하루의 일상에 늘 주님의 사랑과 의미를 스스로 후춧가루처럼 조금씩 뿌려가면서, 주님의 사랑을 맛있게 야금야금 음미도 하면서, 주님의 섭리를 잊지 않고 살아갈 작정입니다.
차마 여기에 다 적어 올리지 못하는 한스런 얘기도 제 가슴속에는 아직껏 켜켜로 맺히고 쌓여 있음까지 주님께서는 이미 다 내려다보고 계신 줄을 모르지 않습니다. 다만 긍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랄 뿐입니다. 그런데 쬐끔 이상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서툴게나마 주님을 생각하면서 마음의 기도를 한참 하다보면 왜 종국에 가서는… 눈물이 찔끔거려지는 것일까요? 이 나이에 창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