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가 진료하러 왔다. 아내는 감기로 진료를 받았고, 남편은 피곤하다고 해서 피검사를 해보았다. 다음날 결과를 보니 남편이 알코올성 간염이었다. 이런 경우는 곧바로 나의 전도 대상이 된다. 나는 절대로 술은 안 된다고 하면서 “술을 계속 마시면 간경화나 간암에 걸립니다” 하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래도 자신은 술을 못 끊겠다고 불만스러워하기에 “선생님은 꼭 교회에 나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새로운 장난감을 사 주면 그토록 좋아하던 장난감을 아무 고민 없이 손에서 내려놓습니다. 이렇듯이 교회에 나가서 신앙이 깊어지면 누가 술을 끊으라고 안 해도 자연히 끊게 됩니다. 술보다 더 좋은 것을 만났기 때문이지요. 예수님 믿어보세요” 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 환자는 벌떡 일어나더니 거칠게 진료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일단 씨를 뿌렸으니 언젠가 때가 되면 싹이 나겠지 싶어 ‘이제는 성령님께서 하실 차례입니다’ 하고 성령님께 미루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 환자가 진료실 문을 슬그머니 열며 머쓱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가 민망하지 않게 손을 잡아 주면서 웃음으로 맞이했다. “술 마시면 절대 좋지 않으니 술은 꼭 끊으셔야 합니다” 하고 다짐부터 하고는 “교회에 나가면 본인을 위해 참 좋으니 한번 꼭 나가 보세요” 하고 재차 권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네,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했다. 이제 그는 하나님이 만지시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고, 전도에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내 인생의 권리를 포기하고 예수님께 이양하는 것, 인생이란 배의 키를 예수님께 내어 드리는 것, 내 인생의 문제를 내 이름에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바꿔 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불신자들을 전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내가 계속 전도하는 이유가 있다. 전도에 대한 열정이 뜨겁던 예수님의 마음을 묵상하고 나서부터 나는 전도를 쉴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전도하는 첫 번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