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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도시락을 싸들고 논둑에 나가 쑥을 캘 때의 일이다. 한나절을 쑥을 캐고 도시락을 먹은 후 해가 저물 때까지 또 쑥을 캐는데 갑자기 빨래를 하고 돌아오던 먼젓번처럼 허기증이 도지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한참을 언덕에 엎드려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눈을 떠보니 이게 어쩐 일일까. 딸기밭도 아닌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딸기가 눈앞에 지천으로 널려있지 않은가. 그것도 붉고 탐스러운 딸기가. 하나님이 광야에서 굶어 죽게 된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만나를 예비했듯 어머니를 위해 먹음직스런 딸기를 준비해 주셨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그 딸기를 배가 부르도록 실컷 따먹고 빈 도시락에 가득 채워 집으로 돌아왔다.
당시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씩 아버지를 면회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면회 갈 때마다 꼭 성경 한 구절씩을 외워가서 아버지께 읽어 드리곤 했다.
“만일 당신이 신사참배하면 내 남편이 아닙니다.”
이렇게 어머니는 감옥에 있는 아버지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어머니는 자주 부산 기장에 있는 장부자 집에 가서 일을 해 주곤 했다. 세 살배기 동림이를 데리고 다니며 남의 집에 가서 하루 종일 일해 주고 돌아오는 날, 치마폭에 싸온 음식을 우리들 앞에 내놓으며 하던 말씀을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나 먹으라고 내놓은 것인데 너희들 생각에 목에 넘어가야지. 그래서 주인 몰래 싸가지고 왔다. 많이들 먹어라.”
어머니는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서 가끔 부엌에서 일하다 빈혈증상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당신의 몫으로 나온 음식을 먹지 않고 우리 남매를 위해서 싸오곤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련을 안고 이토록 우리는 해마다 가난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