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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성도들은 내가 조금만 피곤해 보여도 안쓰러워하며 “목사님은 왜 환자들, 그것도 가장 고통 받는 암환자들을 위해 이 사역을 하십니까?” 하고 묻는다. 그 물음에 내가 “다른 사역자들이 힘들어하는 사역을 하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답하면 그들은 또 무엇이 그리도 행복하냐고 되묻는다.
이쯤 되면 내가 왜 행복한 사람인지 반추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는 정서적, 사회적, 물질적으로 고통 당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들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은 죽음에 대한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빈부의 차이와는 상관없다.
나는 죽음 앞에서 신음하는 수많은 사람을 소망 가운데로 인도하면서 감사와 기쁨을 느낀다. 그 속에서 직접 체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오묘함이 있다. 이런 기쁨을 아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이 여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도록 섬기는 특권이 있다. 나는 유가족들과 함께 ‘우리’가 되어 삶의 변화를 통한 승리를 맛보는 현장에 서 있다. 어찌 내가 행복한 사역자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섬김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주께서 나에게 믿음과 사역을 통한 감사를 주셨기에 가능한 것이다. 고통 받는 이들을 섬기는 사역은 하나님이 나에게 넘치도록 부어 주시는 은혜의 비밀스러운 통로다.
그렇지만 올 한 해 소망이 있다면 내가 행복하지 못해도 좋으니 더 이상 고통 받는 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소망일 뿐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 세상의 환경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고 우리 자신을 바꾸지 못하면 결국 나는 여전히 오늘도 ‘행복한 사역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맡은 일에 감사하며 그들을 섬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