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에는 수술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매일 어디서 돈이 흘러 들어오지 않는 이상 빚더미에 앉을 형편이었다. 치료비만 수천만 원이 들었는데, 지불할 방법이 없어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아내가 중환자실에 있든지, 일반 병실에 있든지, 집에 있든지, 아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하나님은 사람들을 보내셔서 필요한 재정을 채워 주셨다. 좀 모자랄 것 같으면 매번 약속이나 한 듯 전혀 모르는 사람이 돈을 보냈다고 전화를 해 왔다.
2008년에는 미국 앤더슨대학교에서 유학생을 대상으로 열린 코스타에 강사로 다녀왔다. 그런데 마지막 날, 작은 초콜릿 상자를 선물 받았다. 상자를 열어 보니 초콜릿 대신 300달러 지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서 이 돈은 꼭 사모님 간병비로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드립니다. 제가 가진 돈 전부입니다.” 한 어린 학생이 자신이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을 정성스럽게 헌금한 것이었다. 비록 그 학생의 이름은 알지 못해도 그 사랑만큼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또 아내를 꾸준히 찾아오는 집사님들이 계신다. 아내의 학교 후배가 속한 구역 식구들이다. 그중 한 집사님은 아내가 결혼 전 예수원에 갔을 때 같은 방을 쓴 분이다. 그 한 번의 만남을 추억하며 우리 가정과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 가고 계신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사랑의 빚은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 지고 있다. 아내를 들어주고 병상 째 옮기는 수고를 마다 않는 그분들 덕분에 아내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심지어 교회 수련회까지 참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자녀들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하나님, 목사가 사랑만 받으면 어떡해요. 저도 사랑을 베풀 수 있도록 아내를 병에서 풀어주세요. 성도들이 제 사랑을 받아야지요. 그러라고 저를 부르신 거잖아요.”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갚을 길 없는 사랑의 빚은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