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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1월

감옥 안에 계신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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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굵은 철망으로 뒤덮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강철로 만든 새장 같았지요. 새장 밖으로 감방이 가로 5미터 세로 10미터의 ‘안뜰’을 둘러싸고 있어요. 죄수들은 매일 23시간을 제대로 누울 수도 없는 그 좁은 방안에 갇혀 지냅니다. 자그마한 안뜰에서 거닐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 한 시간이죠. 니고는 그런 감방에서 12년을 살았답니다.

 비밀 감옥에 가까이 가보니 철문 아래 5센티미터 공간으로 우리를 엿보는 눈들이 보였어요. 문이 열렸는데 안이 얼마나 더럽던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위생 시설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죄수들은 식기에다 볼일을 보았더군요. 작열하는 아프리카의 태양은 온통 철로 된 그 좁은 방안을 지독히 달구어 놓았습니다. 너무 역겨운 냄새에 저는 숨조차 쉬기 어려웠습니다. 인간이 그런 곳에서 살 수 있는지,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니고가 죄수들에게 우리를 소개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들어 보세요. 죄수 120명 중 80명이 뒤쪽 벽으로 가서 일렬로 섰습니다. 그리고 신호가 떨어지자 찬양하기 시작했습니다. 4부로 화음을 맞춘 아름다운 찬양이 흘러나왔습니다. 니고는 그들 중 35명이 곧 처형될 사형수라고 제게 귀띔했습니다.

 평화롭고 차분한 얼굴들과 무시무시한 주위 환경이 자아내는 기괴한 불일치에 저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어두운 뒤쪽 벽에서 숯검정으로 정교하게 그린 그림이 보였습니다. 바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그림이었습니다. 죄수들은 그 그림을 그리느라 많은 시간을 들였을 게 분명합니다. 불현듯 예수님이 거기서 그들과 함께 계시다는 생각이 들어 온몸에 전율이 왔지요. 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그런 곳에서도 찬양할 만한 기쁨을 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선했습니다.
 원래 저는 죄수들에게 뭔가 위로의 말을 건네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사 몇 마디만 겨우 우물거렸지요. 뭔가 배운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