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스페인 광장, 모든 명품 브랜드가 집결돼 있는 곳.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휘황찬란한 그곳에서 두 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쇼핑과 관광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 나는 거리로 나갔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기념품 상인 두 명, 거리의 화가, 성당 입구에 앉아 있는 여인, 걸인 청년, 필리핀 아주머니를 만났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전도지를 보여 주며 복음을 전했다. 준비해 온 조그마한 선물도 나눠 주었다.
나라고 왜 명품에 눈이 가지 않을까. 그러나 명품보다 내 눈길을 붙잡는 것은 바로 주님을 알지 못하는 가련한 영혼들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능력과 부활, 그 복음을 전할 때마다 복음의 생명력이 내 속에서 새롭게 솟아난다. 복음을 날마다 생생하게 경험하는 삶, 그 복음으로 충만한 삶. 이것이야말로 전도자의 특권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땀 흡수가 잘 되는 티셔츠와 낡은 청바지, 발 편한 스포츠형 샌들에 만족할 수 있다.
“하나님이 세상을 무척 사랑하셔서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마저 보내 주셨으니 누구든지 그를 믿기만 하면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요 3:16 현대인의성경).
새 생명을 주는 ‘완전한 복음’인 이 말씀은, 내 전도법의 핵심이다. 신기하게도 복음은 아무리 강조하고 선포해도 싫증나지 않는다. 오히려 횟수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력한 능력이 나타난다. ‘생명의 떡 예수 그리스도,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만이 진정한 생명력이 흘러넘친다. 그래서 나는 오직 복음만 외칠 뿐이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가정주부인 내가 어떻게 이런 은혜의 주인공이 됐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보면, 불신 종가 맏며느리로 시집가서 불상에 절까지 할 정도로 하나님을 멀리 떠난 나를 기다려 주신 주님을 향한 감격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나님을 떠나서 헤매고 방황하며 고생하다가 주님을 다시 만났을 때의 감격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죽을 것같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살겠다는 느낌…. 생명을 다시 얻은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나처럼 주님을 떠나 있는 영혼에게 그토록 안쓰럽고 애틋한 감정을 갖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