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이 된 큰아이가 씩씩거리며 집에 들어왔다. 화가 난 표정으로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렸고, 아들 뒤에 따라 들어온 남편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두 남자가 내 앞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남편은 점심을 먹고, 선교사 훈련학교 강의실로 출발했었다. 아빠를 따라다니기를 좋아하는 아들도 함께 나섰다. 가는 길에 커피 자판기가 있었나 보다. 남편은 점심을 먹고 나면 으레 커피를 마시곤 했다. 그날도 동전을 넣고 커피를 뽑았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이 자기도 커피를 달라고 했다. 당연히 안 된다고 하면서 대신 코코아를 뽑아 주었다고 말했다. 아들은 끝까지 고집스럽게 커피를 요구했다.
두 남자가 커피 자판기 앞에서 실랑이를 했다. 그런데 ‘나도 커피, 나도 커피’ 하던 아들이 급기야 땅에 뒹굴었다. 지켜보던 남편은 아들을 길바닥에 그냥 두고 가버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철렁했다.
“아니, 아이를 두고 그냥 갔다고요?”
그 틈에 아들이 또 한 번 혼잣말을 했다. “아빠가 돼 가지고 아들을 두고 가다니….”
남편은 아빠의 관점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아이가 처음으로 땅에 뒹군 날, 나쁜 행동을 확실히 고쳐 주려고 했다. 그리고 골목 끝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뒹굴던 아이가 두리번거리며 아빠를 찾았다. 아빠가 없어서 실망했는지 일어나서 옷을 훌훌 털고, 길을 제대로 찾아왔다고 했다.
“아빠는 너를 사랑해. 네가 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필요할 때 사 줄 거야. 그렇지만 떼를 쓰면 안 돼. 아빠 엄마의 말에 순종하는 법을 배워야 해.”
남편이 따끔하게 말하고, 모든 상황을 마무리하며 아들을 안아 주고 기도해 줬다. 큰아들이 커피 마시고 싶다고 땅에 뒹굴었다가 그냥 돌아온 사건은 나중에 동생들의 생활태도 훈련에 좋은 사례가 되었다. 그 이후에 우리 집에서 떼를 쓰는 일은 없어졌다.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자녀들을 세속적인 잘못된 속성에 물들게 하기보다는 하나님 나라의 좋은 습관과 태도를 갖도록 양육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