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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예수만으로 부유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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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다른 마을에 방문했을 때였다. 12만 원이라는 빚을 갚지 못해 3대째 노예로 살고 있는 가정이 있었다. 배우 유지태와 함께 갔는데, 그가 컴패션과 결연한 아이의 엄마에게 물었다. “만약 예수님께서 지금 이곳에 오신다면, 어떤 소원을 빌 건가요?”
그때 우리는 모두 그녀의 대답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12만원만 내면 그 지긋지긋한 노예 생활에서 풀려나 자유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매우 뜻밖이었다. 그녀는 빛나는 눈으로 “우리 아이와 같은 소망을 갖고 싶어요. 나도 진짜 예수를 만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대답과 당시의 상황이 마치 성경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신약의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아주 컴컴한 집에 가정 방문을 간 적도 있었다. 남편은 병이 깊어 누워 있었고, 부인은 밖에 나가서 장사를 하는데, 그 장사라는 게 남이 버린 음식을 씻어서 거기서 나온 채소를 파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남편을 부양하며 살고 있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볕이 잘 드는 집을 꼭 지어 주고 싶었다. 컴패션에 깊이 몸담기 전에는 나 역시 해결할 수 없는 아픔에 비관적이었다.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속으로 ‘도대체 지구의 종말은 언제 오는 걸까? 저들은 언제까지 저렇게 비참하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라고 공허하게 외쳤다. 그런데 컴패션을 통해 조금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예수님만으로 부유한 사람들을 참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불필요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예수님 한 분만으로 진정 행복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면서, 이 세상에서 진짜 가난한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컴패션에서는 ‘아이들이 꿈조차 꿀 수 없게 만든 것’이 가난이라고 정의한다. 만약 아이들이 꿈을 꾸기 시작하면 그건 가난을 벗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컴패션이 말하는 그 가난이 진짜 가난이라면, 부유한 세상 속에서 사는 우리들 가운데 진짜 부유한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예수님 한 분 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느끼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선생님들의 밝은 미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