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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소천하기 2년 전 우리 부모님은 결혼 63주년을 기념하셨다. 난 부모님이 결혼한 지 20여 년 후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내가 부모님 사이에서 보았던 사랑은 신혼부부의 열정이라기보다는 인생의 고점과 저점을 동행하는 차분한 헌신에 가까웠다.
그들 세대에서는 비범하다고 할 수 없지만 두 분이 자식들에게 주신 선물은 날이 갈수록 진귀한 것이 되어 가고 있다. 바로 사랑하는 가족 안에 우리 삶이 안정적으로 닻을 내렸다는 그 느낌 말이다.
한 해 한 해 인생의 풍파를 함께 겪어 내심으로써 부모님은 하나님의 헤세드를 삶으로 보여 주셨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헤세드가 점점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 되어 가는 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사랑이란 데이트, 연애, 촛불 켜진 레스토랑, 황혼의 해변 산책 같은 것이다. 우리는 단기적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에서는 열렬한 키스 한 번에 따분한 탈모 남편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정체불명의 나그네를 따라나서는 주부가 마치 진짜 사랑을 발견한 것처럼 그린다.
평생에 걸친 충성이 너무도 희귀해 이렇게 된 걸까? 결손 가정에서 자라는 이들이 점점 많다 보니, 결코 끝나지 않는 사랑에 대한 상상력이 사라진 건 아닐까?
많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연애하는 사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린 그리스도를 영접한 날을 회상하며, 그 첫날을 애틋하게 추억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데이트만 하고 결혼은 하지 않았던가?
짜증나고 침울한 날, 나는 하나님의 헤세드에 매달린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하나님은 나로부터 발을 빼지 못하신다. 어떤 일이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