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우은진 기자
한 마리의 어여쁜 나비가 날개 짓을 하려면 알을 뚫고 나와 애벌레가 되는 고통의 순간을 통과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 역시 인생의 절망과 좌절의 시기를 뚫고 나와야만 참 행복과 성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한 마리의 나비처럼 험난한 인고의 세월을 거치고 나와 인생 역전의 롤모델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나비독서모임 조동근 회장(일산 거룩한빛광성교회 집사)이다. 그는 독서에서 인생을 살아갈 길을 찾을 수 있으며, 절망과 아픔이 많은 이 시대에 가장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인생 스토리를 통해 책이 갖는 힘, 독서모임이 주는 에너지가 무엇인지 느껴보자.
‘독서모임’ 통해 도전정신과 에너지를 얻는다
매주 토요일 새벽 6시 40분부터 9시 30분까지 전국에서 책을 읽겠다고 10대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30, 40대 직장인, 50대 아줌마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80여명이 3P자기경영연구소 지하로 몰려든다. 매주 토요일마다 모이는 참석자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전, 창원, 광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나비독서모임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심지어 우리 사회의 거물급 CEO나 단체 대표, 초·중·고등학교 기관장들도 자신들의 기업과 단체에 벤치마킹하고자 나비독서모임에 탐방을 온다. 그리고 모두 “정말 오길 잘했다. 엄청난 지식과 에너지, 도전정신을 얻고 간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럼 나비독서모임은 다른 독서모임과 무엇이 다르기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우선 책을 혼자만 읽고 말거나, 책에 대해 강사 한 명이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책을 읽고, 그 에너지를 서로 나누고 공유한다는 점이 다르다.
요즘은 코칭의 시대이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독서모임을 통해 여러 명이 함께 서로의 의견을 나누다보면, 그 여러 사람들의 직업과 가치관에 맞는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사람들 앞에서 책을 통해 얻은 느낀 점과 적용점을 발표하며 ‘자기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것이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점이다.
실제로 이 나비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인생이 바뀌고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 한 사람이 바로 조동근 회장이었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이곳과 상관없는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안정적인 직장이었던 공기업을 자발적으로 퇴직하고, 매주 토요일에는 양재 나비독서모임, 목요일에는 숭실대 나비독서모임, 일요일에는 일산 나비독서모임을 인도하며, 독서모임에 삶의 후반부를 집중하고 있다. 그는 독서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고, 독서모임이 그런 변화의 열망을 담는 그릇이 되고 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블루칼라에서 화이트칼라로의 꿈
그가 독서모임을 통한 비전을 품게 된 계기에는 그의 굴곡진 삶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바인더 안 꿈 리스트에는 ‘양복 20벌과 와이셔츠 100벌 갖기’라는 항목이 적혀 있다. 사실 그는 양복 20벌과 와이셔츠 100벌, 그 이상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꿈은 그의 인생 후반부의 직업자체가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그는 가정 형편상 중학교밖에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배움에 대한 한이 깊었다. 그는 20대 때 한국전력공사에 취직하면서 하얀 와이셔츠에 양복을 입고 지나가는 동년배의 젊은 직장인들을 볼 때마다 한없이 부러웠다. 또 한편으로 청색 작업복을 입고 있는 자신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즉, ‘양복 20벌과 와이셔츠 100벌 갖기’ 꿈은 블루칼라에서 화이트칼라로의 변신을 의미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패스하고, 방통대에 입학했다. 또 32세 때는 열심히 공부해서 회사 내 기능직에서 기술직으로 직종 전환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암으로 투병하면서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병원비도 많이 들었고,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때 기도를 많이 하게 되었다는 그는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는 요한복음 15장 7절 말씀을 붙들고, 인생 2모작을 새롭게 시작했다고 한다.
외식 관련 책 읽기와 아이디어 메모하기
바로 외식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낮에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식당 사업을 했다. 시간나면 짬짬이 외식 관련 책이나, 놀부 부대찌개, 원할머니 보쌈 등 외식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보면서 꾸준히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했다. 걸을 때는 핸드폰으로 끊임없이 강의를 들었고, 화장실에 있는 10분도 버리지 않고 책을 보았다. 먼저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이 담긴 이야기는 그에게 강한 도전이 되었다. 매일경제신문도 10년을 꾸준히 보면서 시대의 트렌드를 읽어나갔다. 하루 4시간만 자고,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사실 그는 그냥 직장생활만 해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내가 아프면서 인생에 대한 목표를 다시 수정했다. 그의 주변에서는 ‘뭐 하러 생고생을 하냐’라고 말렸지만, 그는 젊을 때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 외식 사업은 매번 실패했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 계속 외식 사업을 했고,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이 그를 사로잡았다.
독서광이었던 그는 37세가 되던 해에 ‘이제는 테이크아웃 시장이 성장할 것이다’라는 예감을 책을 통해 감지했다. 그리고 책 속의 성공 노하우를 메모했다. 그렇게 10년간 메모하고, 책을 읽으면서 그는 비로소 창작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한마디로 문리(文理)가 터지더란다. 그동안 축적된 지식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변신하여 그의 머리에서 폭발했고, 순간 스쳐가는 아이디어들을 붙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은 안 팔린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 만들어진 반찬전문점 명가찬방을 창업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기 때문에 건강한 식재료와 새로 고안한 메뉴로 반찬을 만들면 호응을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평소 메모광이기도 했던 그는 작은 수첩에 책을 읽으면 좋은 문장들을 기록했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강의실에 비치되어 있던 3P자기경영연구소 강규형 대표의 자기관리 강의테이프를 듣고서는 ‘기록을 통한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실제로 그가 음식을 만들 때마다 메모한 수첩만 해도 라면박스로 여러 개다. 그 수첩들은 그에게 꿈을 이뤄준 보물 같은 존재들이다. 그는 37세에서 47세까지 10년 동안 책을 읽고 메모한 것이 자신의 삶을 블루칼라에서 화이트칼라로 바꾼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한 10년은 정보입력을 한 것밖에 안 되었고, 10년이 지나니 그제야 그 정보들이 내 안에 들어와 곰삭아 새로운 형태로의 지식이 되어졌다고 한다. 마치 구수한 된장처럼 독서와 메모가 발효되어 새로운 반찬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나비독서모임을 통해 꿈을 이뤄가다
동시에 그는 3P자기경영연구소의 셀프리더십에 대한 강의와 자기계발 강사 마스터 과정까지 모두 수료했다. 사실 나비독서모임은 강규형 대표와 5~6명이 2009년 2월 시작한 모임이다. 뒤늦게 동참한 그는 좋은 것이면 무엇이든 쫓아다니며 배우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2010년 2월부터 독서모임에 동참했고, 그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후 나이와 상관없이 20, 30대 젊은이들과 섞여서 부지런히 배우고, 책을 읽어나갔다.
그는 자신에게 에너지를 주는 독서모임의 매력에 빠지면서 일산 나비독서모임도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자신감을 자신의 사업에 적용해 반찬사업은 매달 성공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그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다가 2010년, 회사 정년에 훨씬 앞서 자발적으로 퇴직했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안정적인 회사와 고액 연봉을 기꺼이 포기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양복 20벌과 와이셔츠 100벌 갖기’라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업으로 하던 일이 본업의 수입을 넘어설 때, 그때 과감하게 본업을 그만두고 꿈의 부업을 본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요즘 그는 일주일에 세 번 양복을 입는다. 숭실 나비독서모임와 양재 나비독서모임, 일산 나비독서모임을 인도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후반전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며,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 속에 길이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취직을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들, 자녀교육에 애타는 부모들, 인생의 하프타임을 맞은 중년들 등 모든 계층이 책을 읽고 독서모임에 나와 서로의 꿈을 지지해주며 에너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럴 때 개인이 변화하고, 가정과 직장이 변화될 수 있고, 우리나라가 건강하게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변화는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것’(나비독서모임)이란다.
한국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붙잡을 것, 독서모임
그는 지난해 나비독서모임 회장을 맡으면서 매주 신선한 변화를 감행하고 있다. 그의 나이가 52세인 점을 감안하면 젊은 사람들이 본받을 만한 점이 많다. 올해 4년째를 맞는 나비독서모임 진행에 있어 여러가지 변화를 주고 있다. 매주 소식지를 주보 스타일로 발행하고, 모임의 첫 스타트를 인문 독서 영상으로 시작한다. 이후 소그룹 토의와 전체 토의, 그리고 강규형 대표의 미니특강을 통해 마무리하고, 독서모임 이후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에프터 모임도 만들었다. 이 모임은 독서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 중 자신만의 강점을 지닌 사람들이 강사가 되어 각 주제별로 강의하는 ‘미니특강모임’이다.
그는 오늘도 와이셔츠와 양복을 입고 집을 나선다. 나로부터 비롯되는 목적 있는 책 읽기를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들의 모임인 나비독서모임이 1,000개가 될 때까지 그는 나누는 삶을 지속하고 싶어 한다. 그는 한국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진정으로 이 시대에 붙잡아야 할 것은 책과 독서모임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책을 통해 삶을 나누고 서로 격려할 때,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는 지체의식도 키워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한 몸에 많은 지체를 가졌으나 모든 지체가 같은 기능을 가진 것이 아니니 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롬 1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