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우은진 기자
어릴 적 한 번쯤 탐독해 본 『탈무드』.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자들과 노벨상 수상자들 중에는 유난히 유대인들이 많다. 그들은 원래부터 뛰어난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걸까? 아니면 후천적인 비법이 따로 있었던 걸까? 그 비결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탈무드』와 <토라(Torah, 구약의 모세5경)>를 가지고 시행한 토론과 질문 교육에 있었다.
탈무드교육전문가 심정섭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강남지역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영어강사였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의 경쟁적인 입시교육으로 방황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바꿀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 원인을 파고든 결과, 그 대안으로 『탈무드』를 붙잡았다. 탈무드교육전문가로 변신한 그는 제2의 삶을 일궈나가고 있다.
초점을 잃은 아이들 눈빛 보며, 우리나라 교육 현실 고민
유교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시절 고모가 읽고 있던 『탈무드』를 5~6번씩 보면서 그 속에 담긴 지혜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백과사전에서 제3차 중동 전쟁에 대한 역사를 읽던 중,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6일 안에 전쟁을 끝낸 유대인들의 모습을 보며 하나님의 존재를 확신했다.
유대인들처럼 하나님을 경외하고 지혜를 찾는 삶을 살고 싶었던 그는 유대교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싶었지만 국내에서는 유대인 회당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 ‘이스라엘에 가서 유대교를 배우기 전에 우선 구약을 배울 수 있는 교회에 가자’고 결심했다.
유대인처럼 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신앙생활과 말씀 공부에서 운명적으로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유대인처럼 되고 싶다는 소망은 예수님과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로 살고 싶다는 소망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후 그가 다시 유대인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10여 년 동안 강남에서 대학생들과 고3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부터다. 그는 수업시간 중에 초점을 잃고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왜 이럴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오염된 먹을거리와 정크 푸드, 그리고 TV와 인터넷, 게임 등에 물든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교육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공교육은 물론 사교육까지 무너진 상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여겨졌다. 대안을 찾고자 독서와 몇 년의 임상 실험 끝에 그는 ‘자연’과 ‘독서’, 그리고 ‘가정’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붙잡게 되었다.
첫 번째, 자연은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 그대로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삶, 욕심 없는 삶과 더불어 항생제나 농약에 오염이 덜 된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독서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닌 독서를 통한 토론 문화 활성화로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게 되고, 창의력과 자생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가장 중요한 가정이다. 가정의 해체나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 단절로 인해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위의 자연과 독서의 성과도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수 없다.
엄마, 아빠는 힘들게 돈을 벌어 오고, 교육은 학교와 학원에만 맡기는 지금의 현실은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는 그 대안을 유대인의 가정에서 찾았다. 부모, 특히 아버지가 자녀들과 식탁에 마주 앉아 저녁 식사를 하며 성경에 대해 질문하고 나누는 유대인들의 모습에서 정서(EQ)와 지능(IQ)이 통합적으로 성장하는 참 교육의 장을 발견했다.
억대 연봉 강사에서 유대인교육 전문가로
이후 그는 유대인 가정교육에 대한 책을 읽고, 이스라엘 문화원에서 히브리어를 공부했다. 또 현용수 박사의 쉐마목회자 클리닉에 참석하며 미국의 정통파 유대인 커뮤니티를 탐방하게 되었다.
그는 한국의 교육은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또래보다 빨리 암기하게 하고, 결국 이 정보를 모아 대학에 갈 수 있는 지식을 쌓는 교육이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은 결국 왜 공부해야 하고,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기에 대학 이후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방황하며 살게 된다.
이에 비해 유대인들은 12~13세 무렵 성인식을 하기 전까지 토라를 암송하고 공부하며 내가 왜 사는지에 대한 영성 교육을 받는다. 또 탈무드 토론을 통해 자녀들에게 선악과 때를 분별하는 지혜 교육을 시킨다. 이후에 지식과 정보 교육은 스스로 공부하거나 학교를 활용하게 한다.
영성 교육?지혜 교육?지식 교육?정보 교육의 우선순위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는 않지만, 일단 대학에 들어가면 분명한 삶의 목표를 가지고 한 분야에 정진하여 탁월한 성과를 내고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성취를 이뤄내게 한다.
유대인에 대한 공부를 하며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여러 번 읽은 『탈무드』가 사실은 73권짜리 전집 분량의 방대한 책이며, 자신이 읽은 책은 재미있는 예화와 스토리만 뽑아 놓은 한 권짜리 마빈 토케이어 편저임을 알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리고는 탈무드 원전토론 카페를 운영하는 김정완 간사와 함께 『탈무드』 원전 토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탈무드』는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과 계명을 어떻게 하면 잘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랍비들의 토론과 논쟁의 기록이다. 어찌 보면 사소한 주제를 가지고도 각각의 경우의 수와 말씀의 의도를 생각하며 논리를 통해 토론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논리를 다듬어 가고,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상황과 경우에 맞는 답을 찾아가게 된다. 막상 유대인들이 하는 식으로 탈무드 원전 토론을 해 보니, 그는 왜 유대인들이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질문과 사고를 할 수 있었는지의 비결을 체험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현재도 진행 중인 ‘유대인 파워’의 배경은?
사실 인류 역사상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 중에는 유대인들이 많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석유재벌 록펠러, 투자계 대부 조지 소로스,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 던킨 도너츠 창업자 월리엄 로젠버그, 배스킨라빈스의 창업자 어바인 라빈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스티브 발머,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노벨평화상을 받은 외교관 헨리 키신저, 신을 빼고는 모두 인터뷰 한다는 앵커 래리 킹, 작곡자 조지 거슈윈,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화가 샤갈과 모딜리아니, 피카소, 극작가 아서 밀러,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우디 앨런 등 가히 ‘유대인 파워’라 불릴만 하다. 게다가 이 파워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그는 이처럼 전 세계 인구 비율 중 소수민족에 해당하는 유대인이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영역에서 세계적인 지도자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 비결이 유대인들의 가정교육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유대인들은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안식일 식탁 교제를 가지며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장 맛있는 음식을 준비한다. 또 어린 자녀들은 이 날을 설렘으로 기다린다고 한다. 부모와 자녀가 애찬을 함께 나누고 스킨십도 나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다음 세대에 가르치라는 구약말씀을 지상명령으로 삼고, 자녀들에게 읽은 말씀에 대해 물어본다. 즉 교육의 중심은 가정이고, 학교와 회당은 보조기관이라는 것이다. 유대인은 돈을 벌면 대학이나 박물관, 도서관을 세우고, 돈이 없거나 은퇴를 하면 유대인 공동체에서 자원봉사로 섬긴다.
TV를 없애고 성경과 독서를 하게 하라
그는 이러한 유대인 교육의 원리를 우리나라 가정에서 실천한다면 많은 긍정적 변화가 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TV를 없애고, 아이들을 심심하게 만들어 성경과 책을 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선각자들이 유대인 교육의 원리를 한국 사회에 접목하려 했지만 그다지 열매가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미 입시 위주의 교육에 오염된 가정이 가정 중심의 교육원리로 돌아오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대안은 출산을 앞둔 예비부모나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을 대상으로 유대인 자녀교육 강의를 하는 것이다. 현재 메디플라워 자연출산센터에서 한 달에 40쌍 이상의 예비 부모에게 자연교육의 원리로 유대인 자녀교육을 강의 중이다.
그리고 이 교육에서 그는 유대인의 통합적 교육을 강조한다. 이는 가정 식탁이라는 하나의 창으로 교육과 건강,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구글은 메인 화면의 창이 하나다. 이는 하나의 질문을 통해 수많은 지식과 정보로 이어진다는 히브리적 사상을 상징한다.
그러나 다른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은 정치, 경제, 문화라는 많은 창으로 인간의 삶의 실체를 논리와 이성으로 나누지만 정작 인간성은 사라지고,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삶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인 가정을 소홀히 하고, 학교에서만 답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4H의 시대, 가정에서 자녀에게 말씀을 가르치자
그는 교육 현장의 문제를 교육자적인 입장에서 고민하다가 유대인 자녀교육을 만났고, 이를 통해 가정 중심의 문화를 회복하는 데 자신의 후반부 인생을 걸었다. 앞으로의 시대는 Home(가정), Happiness(행복), Heath(건강), Human(인간) 등 4H의 시대라고 한다.
산업사회 이후의 삶의 모습은 Home, 즉 가정의 가치가 중시되고, 세상적인 성공보다 개인의 행복, 즉 Happiness가 우선시 되며, Heath, 즉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기초가 되어야 하며, 산업적이고 기계적인 가치관에서 Human, 즉 인간 중심적 가치관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인간 중심적 출산과 인간적인 교육으로 출발해야 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과 건강의 문제는 전문가에게만 맡기면 안 되고, 부모가 스스로 배워 가정 안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집 밥을 같이 먹으며, 가족 식탁 예배를 드리고, 성경을 가르치는 교육이 가정에서부터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그는 그의 전공인 영어교육에 유대 교육적인 원리를 살려 낭독 암송 교육을 개발해 보급하고자 한다. 그는 저비용 고효율의 영어 학습법이 낭독 암송임을 주목하고, 유대인식 가정교육을 중심으로 영어성경 낭독 암송을 통해 자녀들의 영어교육이 향상되도록 이 학습법을 교회와 소그룹에 보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학습법을 체계화하여 누적 암송 영어 학습법이라는 이름으로 『스무 살 넘어 다시 하는 영어』를 출간하기도 했다.
『탈무드』를 읽으며 크리스천이 된 그는 서울대 재학 시절 ESF에서 제자훈련을 받고, 선교한국대회에서 평신도 비즈니스선교사로 서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IMF를 계기로 국내에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시선을 돌린 그는 서울 종암동 하비루 미션에서 필리핀노동자 사역과 귀환 노동자들의 필리핀 현지 사역을 섬기고 있기도 하다.
하비루 미션의 창립자인 고수영 선교사와 14년을 함께하며 필리핀 노동자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현지 필리핀 청년들과 선교사 후보생들을 교육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지난 10여 년간 섬긴 필리핀 아이들이 청년이 되어 다시 다른 이들을 섬기는 것을 볼 때 뿌듯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문제를 고민하다가 신앙의 계기가 되었던 『탈무드』로 돌아가게 된 그는 자신의 생업인 영어 강의를 하며 유대인 자녀교육과 가정 회복을 통한 선교를 위해 남은 생을 헌신하고자 한다. 그는 여호수아 1장 8절 말씀을 내 인생의 말씀으로 삼으며 오늘 하루도 순간순간 결정할 일이 생길 때마다 “하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기도하며 결정한다.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