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우은진 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관계가 안 좋은 부부에게 5월은 유쾌하지 못한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등 가정 관련 날들이 왠지 껄끄럽고 다가오지 않았으면 싶다. 더구나 요즘처럼 이혼율이 높고, 경제 불황으로 가정이 해체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코칭경영원 이백용 코치(주식회사 바이텍씨스템 회장)는 가정이 회복되려면 배우자와 자녀의 있는 그대로의 성격부터 인정하고 이해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어떤 이론이 아니라 자신의 진솔한 경험담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4명의 자녀들의 성격을 인정하고부터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수많은 가정을 치유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전도사로 활동 중인 그에게 가정이 행복해지는 비결을 한 수 배워보도록 하자.
핑크빛 같았던 결혼, 그러나 늘 부부싸움
이백용 코치는 주변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 이상적인 커플이었다. 그러나 신혼시절부터 10년간 “우리보다 더 많이 싸운 부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부부싸움을 많이 했다.
양가 모두 3대째 크리스천 집안에다, 서울대 전기과를 졸업한 모범생 스타일의 이백용 코치와 연세대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유학에 부푼 꿈을 안은 아내 송지혜 교수(숙명여대 페다고지 연구과정 주임)의 결혼은 선남선녀의 핑크빛 그 자체였다. 그러나 매번 부부갈등으로 인해 너무 힘이 드는데, 정작 왜 힘든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이혼까지도 생각했다.
여자란 다 조신하고 얌전한 줄 알았던 그는 늘 급하고 덜렁거리며 사고를 치는 아내의 성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걸을 때도 쿵쿵거리고 음식 준비할 때도 자주 흘리고 그릇도 잘 깼다. 또 물건도 자주 잃어버렸고 이것저것 마구 사며 정리정돈이 안 되었다. 특히 남편과 관련된 일에 너무 성의 없는 것처럼 보여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그의 아내는 아내대로 세일 기간에 한 푼이라도 싸게 사려고 한꺼번에 물건을 사왔을 뿐인데 남편은 화만 내고 격려나 칭찬은 조금도 할 줄 모르니 그가 쪼잔해 보였다. 늘 잔소리를 해대면서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 같아 너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서로가 서로를 자신의 스타일대로 바꿔보려고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이 매번 갈등만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회사 앞으로 찾아와 이혼이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는 아내의 폭탄선언에 어찌할 줄 몰라 하며 겨우 위기는 넘겼지만, 먼저 이혼 이야기를 꺼낸 아내로부터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고, 부부갈등의 골은 더 깊어져 갔다.
배우자의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회사의 문제, 제대로 쉴 수 없는 가정이라는 환경 속에 더 이상 일할 힘을 잃어버린 이 코치는 1988년부터 바이텍씨스템을 창업하게 된다. 각종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공급하는 일을 하던 중, 그는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회사도 직원들에게 맡기고 아내와 함께 예수전도단의 하와이 열방대학에서 열리는 DTS에 참가했다.
그런데 3개월 과정 중에 MBTI 강의가 있었다. 원래는 없던 프로그램인데 그때만 특별히 그 과정이 개설되었다. 이 코치는 MBTI 강의가 마치 자신의 부부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 같았다고 한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성격이 달라 이혼까지 생각하며, 그 위기를 겨우 넘긴 자신들을 위한 것처럼 여겨졌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질에 대한 강의는 자신의 인생을 옥죄던 쇠사슬이 풀리는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이 코치 부부는 서로 성격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그동안 힘들었음을 깨달았다.
이 코치는 꼼꼼하고 질서정연한 것을 좋아하는 전통주의자 ISTJ형이었고, 아내는 생기발랄하고 자신의 일을 똑 부러지게 하는 경험주의자 ESTP형이었다. 서로의 기질을 모르니 왜 싸우는지도 모르고 그저 오랫동안 싸우기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MBTI로 서로의 기질을 이해하게 되자 아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남편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DTS 훈련을 받은 뒤에도 부부갈등은 여전히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양상이 달라졌다. 서로 다른 기질로 태어났기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니 덜 부딪히게 되었고,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던 것이다.
부부갈등, MBTI로 푸는 부부강사로 뜨다
MBTI와의 운명적 만남 이후, 이 코치 부부는 같은 위기상황에 처한 가정과 직장인들을 위해 MBTI 전문강사 과정을 이수하며 자격증을 따고 직접 치유의 전도사로 발 벗고 나서게 되었다.
이 코치 부부는 자신들이 배운 것을 교회 안팎의 강의에서 진솔하게 이야기했고, 그것이 입소문으로 퍼지자 강의 요청이 줄을 섰다. 그는 자신의 힘들었던 상황을 다른 부부를 위해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뿐인데, 너무나 많은 부부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고 공감하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심지어 이 코치 부부는 심리학의 ‘심’자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심리학에 바탕한 MBTI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다. 바로 『남편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진다』가 그것이다. 이 책을 계기로 KBS의 <아침마당>은 물론 여기저기 언론을 타기도 하며, 꽤 유명세를 치렀다.
두 부부는 하와이 열방대학에서 훈련받은 이후, 10년이 지난 어느 날 MBTI 검사를 다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코치는 답안지의 네모 칸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조그맣게 표시하는 데 반해, 아내는 네모 칸 밖으로 시원스럽게 휘갈기듯 표시하더라는 것이다. 이 코치는 아내의 답안지를 보고 “그거 좀 네모 안에 얌전히 표시하면 안 되냐?”고 면박을 주었다고 한다.
이것이 MBTI와 10년을 함께한 이 코치 부부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해진 네모 안에 답을 집어넣으려는 이 코치의 모습을 이제 아내 송지혜 교수는 귀엽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남편의 기질이 전통주의자 ISTJ형인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냥 웃으며 넘어가주면 되는 것이다.
이 코치 부부는 가정사역을 할 때 꼭 부부가 함께 강의를 하고, 어디든지 함께 다닌다. 왜냐하면 하와이 열방대학에서 MBTI 강의를 외국인 부부 강사가 했었는데 그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고 치유의 효과도 컸기 때문이다.
자녀의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진다
수많은 부부들이 이 코치 부부의 MBTI를 바탕으로 한 부부갈등 강의에 공감하자, 자녀문제도 문의하기 시작했다. 사실 자녀와 싸우는 경우가 부부갈등 다음으로 많았고, 자녀문제는 믿음 좋은 신앙인들조차 마지막까지 내려놓지 못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아내와는 서로의 성격을 알고부터 예전보다 싸우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자녀들과는 달랐다”며 “어릴 때는 부모가 일단 힘이 세니까 꼼짝 못하고 따라왔던 아이들 4명이 커가면서 나이별로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했고 갈등이 증폭됐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 10년 동안 아내를 고쳐주려고 했던 것처럼, 아이들도 실수하고 잘못하면 고쳐주려고만 했다고 토로한다. 그러자 아이들은 항상 아내와 같은 편이 되었고, 집안에서 자신은 점점 외톨이가 되었다. 그런데 MBTI를 통해 성격에 대해 공부하면서 아내와 아이들이 잘못된 게 아니라 나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코치에게는 4명의 자녀가 있는데, 그 4명은 마치 한 형제인가 싶을 정도로 그 성격유형이 제 각각 다르다고 한다. 이 코치는 아내에게 그랬듯이 자녀들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장점을 수시로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부터 아이들과의 갈등도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그 역시 아이들을 위해서 고쳐주고 싶은 것은 많았다. 이 코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기 모습을 자녀에게 투영하려는 경향이 많은데,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아이를 통해 이루려고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코치는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아이들에게 화내기보다는 좋은 질문을 하여 스스로 생각하도록 했다.
그러자 심지어는 아이들도 서로의 성격유형을 이해하면서 서로 간의 갈등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제 이 코치는 “나쁜 아빠에서 좋은 아빠 그리고 코치아빠로 바뀌었다”며 “최고의 자녀교육은 부부가 자녀 앞에서 행복한 모습, 사랑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CBMC 교육팀장으로 크리스천 직장사역도 활발
사업을 하던 이 코치는 자연스럽게 한국기독실업인회(이하 CBMC)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전략기획 팀장을 맡아 크리스천 직장인들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던 그는, 자신이 직접 부부갈등의 해결책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CBMC 내에서도 자연스럽게 가정사역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가델(히브리어로 창대해지다)사역이다. 가델은 다섯 가정씩 8개월 동안 훈련을 통해 회복되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가델은 건강한 크리스천 가정을 세우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그는 주님의 일을 하는 크리스천이라면 부부가 함께 변화되고 도전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한쪽만 변화되고 다른 쪽은 변화가 없으면 사역이 힘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남편은 교회 봉사를 열심히 하는데 아내가 남편의 봉사를 싫어하면, 남편은 그 사역을 접어야 한다”며 “가정과 배우자와의 관계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목사님들은 싫어하실지 모르겠지만, 아내와 남편이 화목하지 못하면 바깥일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남는 것은 상처뿐”이라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교회 안에서나 밖에서나 부부가 항상 연합해 하나 되어 함께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졌지만 아내의 행동을 이해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면 계속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직장이라는 조직에서도 팀 구성원 간에 갈등이 있으면 성과를 내는 데 쏟을 에너지를 50%밖에 쓰지 못한다. 그래서 배우자나 자녀, 직장 내 동료들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 코치는 말한다.
“아, 저 사람은 저런 성격이구나”를 먼저 이해하면 왜 화를 내고,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갈등 관리가 선행되고,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코치는 최근 자신의 직장 경험과 CBMC 내 코칭 경험담을 살려 책을 쓸 계획이다.
이백용 코치는 “요즘은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많은 가정이 깨지고 있는데, 성경을 믿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역사하신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부부가 함께 하나님이 나를 도와주시는 분이시며 모든 필요를 공급해 주시는 분이심을 믿고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불어 그는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셨을 때 남자는 흙으로 빚어 만드셨고,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로 만든 것처럼 서로 다르게 창조하셨기에 갈등이 없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아내에게 남편의 ‘돕는 배필’이 되라고 하셨고, 남편에게는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가 교회를 사랑하듯 하라’고 하셨음을 기억하라며, 이를 통해 서로의 약한 부분을 감싸주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면 협력하여 선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는 마무리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성경말씀 세 구절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7).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창 2:18).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같이 하라”(엡 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