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09년 06월

물속에 심긴 나무

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한반도에는 풍경 작가들을 매료시키는 나름의 풍경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에 숨어 있는 비경秘境들이어서 나처럼 나이 먹고 체력이 달리는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중국에서 오르는 백두산처럼 정상까지 찻길이 나 있는 곳이라면 몰라도.


내가 경북 청송군에 있는 주산지注山池를 5시간 이상 달려 찾아간 데는 나름대로 기대하는 것이 있어서였다. 300년이 넘게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낸 일이 없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이 작은 호수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매력적인 소재를 하나 가지고 있다. 물속에 몸을 반이나 담근 채 짙은 실록을 가득히 이고 서 있는 왕버들 나무들이다. 물가에 심긴 나무라면 몰라도 물속에 뿌리를 내린 나무가 익사하지 않고 그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생명력을 표현하고 싶었다. 흔히들 이른 아침 안개 속에 조금씩 자태를 내 보이는 왕버들의 매력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니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은 왕버들의 아름다움을 탐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마르지 않는 호수의 풍요로움, 통뼈처럼 굵고 억센 왕버들의 자태, 싱싱하게 우거진 실록, 찬란하게 내리쬐는 햇살 등 이런 요소들을 잘 배합해 왕성한 생명력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하나님이 예수를 믿는 우리에게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남기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내가 바라던 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 얼마나 흐뭇한지 모른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