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09년 07월

불완전함도 사랑하기

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한여름에 중국을 거쳐 백두산에 오르면 천지天池의 절경 못지않게 사람의 혼을 빼 놓는 것이 있다. 사방에 깔려서 미풍에 춤을 추고 있는 여러 종류의 야생화다. 대충 세어 보니 여섯 가지가 넘는 꽃이 피어 있었다. 이른 아침 천지를 찍느라 정신이 없어 야생화 찍을 시간을 충분히 남겨 놓지 못하고 말았다. 해가 너무 높이 떠서 하산하는 것이 좋았지만 다시 오지 못할 것 같아서 한낮이 되도록 꽃들을 찾아다니며 늦었다는 인사를 하고 포즈를 부탁했다. 한 장이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이 사진을 보면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다. 해를 머리에 이고 찍은 것이라 입체감이 죽어 버린 것 같다. 또 있다. 전경에 자리 잡은 꽃들이 다소 복잡해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천지를 조금만 더 흐리게out of focus 처리를 했더라면 야생화가 더 돋보이지 않았을까? 야생화가 주제고 천지는 부제인데 사진을 보면 눈이 천지로 먼저 가는 것 같아서 잘못 찍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불완전함을 사랑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천지에 가면 가슴이 아프다. 건너편에 보이는 곳이 북한 땅이라는 사실이 하루 종일 가슴앓이를 하게 했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우리 땅이 아니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찢어질 것 같은 가슴을 안고 기도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