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수련회를 하기 위해 거제도巨濟島로 내려온 교역자들이 하루는 배를 타고 섬 근처에서 바다낚시를 했다. 어쩌다 작은 노래미가 낚시에 걸리면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좋아 뛰었다. 거제도는 내가 늘 마음으로 그리는 남쪽나라 고향이다. 그때 나는 단체로 움직여야 하는 스케줄 때문에 사진 찍을 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표준 렌즈를 끼운 카메라만 가방에 넣고 다녔다.
종종 경험하는 일이지만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을 때 난데없이 찍을 거리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지금 보는 사진이 그 예다. 옹기종기 물 위에 떠 있는 섬들과 그 옆으로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는 어선, 그리고 날마다 험한 바다와 싸우며 힘들게 살아가는 투박한 어부 등 이런 평범한 소재들이 어느 순간 조화롭게 배열되기 시작하면서 순간적인 미를 창조할 때가 있다.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갑자기 나의 눈에 그 미美가 들어왔다. 한시가 급했다. 배가 빠르게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가 너무 높아서 사진 찍을 시간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달리는 배 위에서 흔들리지 않고 셔터를 누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몇 장을 서둘러 찍었다.
그날 나는 힘차게 배를 몰고 가는 어부의 야무진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그는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돌릴 여유도 없는 각박한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에게는 낭만적으로 보였지만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힘든 삶의 현장임이 틀림없었다. 어쩌면 저 어부가 나 자신일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어린 시절 그와 같은 고향에서 자란 사람이니까. 나를 목사로 불러 주신 하나님의 묘한 섭리에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였다. 저 어부처럼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