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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언셀 애덤스Ansel Adams가 찍었다?

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여름휴가를 와서 집회를 인도하고 콜로라도로 올라갔다. 차를 몰고 험한 산길을 가는데 골짜기 건너편에 아스펜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도 이중 삼중으로 늘어서 있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아스펜은 그 몸통이 유난히 희어서 언제 보아도 다가가 만지고 싶고 기대고 싶은 생각을 일으키게 하는 나무다. 이 사진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냥 보기 좋아서 찍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한두 해가 지나서 요세미티Yosemite 공원을 갔는데 거기에는 유명한 언셀 애덤스Ansel Adams의 풍경 사진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있었다. 워낙 뛰어난 거장巨匠이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어 있었다. 전시장을 돌아보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거기에 내 사진이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콜로라도에서 이중으로 서 있는 아스펜 군락을 찍은 바로 그 사진이었다. 구도도 같았고 내용도 같았다. 물론 그것은 오래 전에 애덤스가 찍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렇게 같을 수 있는지 놀랍기만 했다. 나는 컬러로 찍었고 그는 흑백으로 찍었다는 것이 달랐을 뿐이다. 이 사건은 내가 카메라를 들고 사물을 보는 눈이 세계적인 대가가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그리고 내 사진에 대한 은근한 열등감을 많이 덜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은 맑은 눈으로 바라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무질서하게 보이는 것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화로움이 돋보인다. 다시 말해 온갖 탐욕으로 흐려진 눈으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지금도 자연 속에 많이 숨어 있다는 말이다. 내가 발견한 이 사진의 아스펜 무리가 그런 예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카메라를 들고 자연을 응시하면 눈이 맑아지는 것을 자주 느낀다. 그렇지 않으면 보이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