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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5월

재즈 피아노 선율에 하나님의 마음과 사랑을 담아 전한다

과월호 보기 우은진 기자

세계적인 재즈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사랑의교회 성도, 나사렛대학교 교수). 항상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는 심플하면서도 밝은 음색, 빠른 스윙에서 느린 발라드까지 능란하게 소화하는 음악성을 소유한 재즈 뮤지션으로 유명하다.
얼핏 그의 첫인상은 모노톤의 정갈한 옷과 건조한 듯한 말투가 유대교 랍비를 연상시켜, 세련되면서도 때론 정열적인 재즈라는 장르와 잘 매치될지 의문의 고갯짓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의 홈페이지(http://www.iampianist.com)에 올려진 Amazing grace(나 같은 죄인 살리신)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 의문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햇살이 가득 내비치는 창가와 창 양쪽으로 빨간 커튼이 쳐진 공간에 피아노가 놓여 있고, 그가 물 한 잔을 들고 등장하며 뮤직비디오는 시작된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그의 손가락은 정제된 듯하다가 열정적으로 Amazing grace를 연주한다. 그 모습이 마치 독립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명성을 쌓아 가며 더 누리고 살 만도 한데, 그는 스스로 독립영화를 찍는 영화감독처럼 재즈계에서 철저히 아웃사이더의 삶을 지향한다. 그것은 곧 가스펠 음악에 쏟는 그의 남다른 열정을 말한다. 그는 재즈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탐구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곽윤찬만의 재즈 세계를 구축했는데, 현재 2010년 ‘아이엠멜로디’(i am Melody) 1집에 이어 ‘아이엠멜로디’ 2집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이 음반은 크리스천 가수들을 모아 그가 아끼는 찬송가 곡을 재즈로 편곡해 만든 음반이다. 그는 대중성을 지향해야 하는 재즈 뮤지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것, 그리고 음악에 하나님의 마음을 담아내는 사명을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지만 깊은 신앙심이 그의 음악에 진하게 묻어난다.
그런 면에서 그는 재즈계의 아웃사이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아웃사이더의 길은 자신만의 세계를 어느 정도 이룬 사람만이 자신 있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가 어떻게 재즈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에서 국내 최초로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었고, 세계적인 재즈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친숙한 재즈와 가스펠
음악을 워낙 좋아하는 아버지 덕에 자연스럽게 재즈를 많이 들으면서 자랐고, 동요가 더 친숙해야 할 어린 나이에 재즈가 더 친근했던 그다. 멜로디만 들어도 그것을 재즈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 했다. 가스펠 역시 집 옆에 교회가 있다 보니 먹는 밥처럼 자연스럽게 소화되었다. 그는 사탕 준다는 말에 네 살 때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의 믿음은 가스펠의 멜로디와 함께 자랐다.
주일학교 초등 1학년 그의 반에는 아이들이 2명밖에 없었다. 그런데 9시 예배를 드리기 위해 7시 30분에 집에서 나온 그는 동네에서 딱지치기와 구슬치기를 하고 있는 친구들을 전도해 주일학교에 데리고 갔다. 한 반에 그가 전도한 아이들만 21명이나 될 정도였다. 지금까지 그에게 전도는 어쩌다 하는 행사가 아니다. 생의 목표이다.
그는 “전도는 하나님의 주권으로 이루어지는데, 1%는 우리의 몫”이라며, “그 1% 몫을 안 하니까 전도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음악은 복음을 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까지 말할 정도다. 이것은 믿는 사람들끼리 있을 때만 하는 고정 멘트가 아니다. 순전히 그의 삶의 최종 목표는 음악을 통해 복음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재즈 피아니스트인 그의 이런 태도는 정말이지 ‘용감하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다.

세계적 음반회사 ‘블루노트’의 아티스트
주일학교 유년부, 초등부, 중고등부 리더가 되면서 교회 밴드 활동도 많이 한 그는 코드와 음만 있으면 모든 장르가 재즈가 되어 버리는 자신의 삶을 발견했다. 그래서 추계예술대학교 재학 중 일본 동경 MUSE 음악원에 가서 클래식과 작곡 공부를 했다. 미국에 없는 재즈 악보와 공연도 일본에는 다 있을 정도로 일본은 재즈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후 1993년 미국 버클리 음대에 들어가 재즈 퍼포먼스를 전공한 후, 한국에서 곽윤찬 트리오로 앨범을 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키스 자렛의 스승이었던 레이 산티시는 그를 두고 ‘버클리 학생 중 최고의 피아니스트’라고 극찬을 아까지 않았다.
2000년 한국인 최초로 전설적인 재즈 레이블 ‘엠알시’(EmArCy) 아티스트가 되기도 한 그는 이듬해에는 국내 재즈 인스트러멘탈 부문 최다 판매를 기록하기도 할 정도로 음악성과 대중적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
2003년 재프 해밀턴이라는 미국의 유명한 드러머에게 음반 녹음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데모 음악을 듣고 승낙을 해줬는데, 그때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미국의 ‘블루노트’(Blue Note)라는 유명한 음반회사에 다리를 놔줄 수 없겠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거긴 우리도 못 들어간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재즈의 역사도 깊을뿐더러, 소속 아티스트가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미국 블루노트에서 음반을 내는 것은 재즈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2005년 블루노트에서 음반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결혼한 지 10년이 됐지만 아이가 없었던 그는 몰디브로 결혼 10주년 여행을 떠났다. 정말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주님은 그의 나이 37세에 아들을 주셨다. 한나의 서원기도를 생각하며 아들 이름을 곽서원이라고 지은 그는 아들을 얻은 감동을 ‘누마스’(Noomas)라는 앨범에 담아냈다.
자녀를 얻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감성적 재즈 피아노로 표현했는데, 그 점이 블루노트 관계자들의 마음 한중간을 친 것이다. ‘누마스’라고 앨범 이름을 지은 이유는 그가 몰디브에서 묵었던 방 이름이 누마스였기 때문이며, 앨범 커버에 있는 열쇠고리는 그 방의 열쇠고리를 표현한 것이다.
이 누마스 앨범은 블루노트에서 제작됐다. 또한 그가 이전에 발매했던 1집부터 4집까지 앨범도 블루노트에서 재발매되는 영광을 얻었다. 재즈 마니아 사이에서는 ‘블루노트’가 찍힌 음반은 일단 믿고 사는 품질보증서와 같아, 그 재즈 아티스트는 곧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이 됐다는 말과 동의어로 통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그의 앨범에 대한 마니아층이 두터운데, 이는 블루노트라는 레이블만 보고 샀다가 그의 재즈 세계에 빠져든 케이스다.

전도용 가스펠 아이엠멜로디(i am Melody)
그렇게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쌓아 가던 그가 돌연 2010년 4월 ‘아이엠멜로디’(i am Melody)를 들고 세상에 나왔다. 박기영, 나얼, 장윤주, 리사, 이하늬, 정엽 등 10명의 크리스천 연예인을 만나며, 전곡을 찬송가로 편곡했다.
이 찬송가 안에는 그의 신앙고백이 다 들어 있다. 그는 전도용으로 이 앨범이 쓰임 받기를 바라며, 일본과 미국 시장까지 겨냥해 2/3는 영어 가사로 담았다. 1년 넘게 작업 시간이 걸린 이 앨범은 외국의 유명 뮤지션들이 연주와 녹음에 많이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들 유명 연주자와 엔지니어는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참여하진 않는다. 바로 곽윤찬이 블루노트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함께 작업을 한 것이다. ‘아이엠멜로디’는 크리스천을 상대로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예스24 판매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i am Melody>에서 ‘i am’은 겸손을 의미하며, ‘Melody’는 예수님을 의미한다. 하나님이 악센트(accent)를 주셔서 비주류가 이 세상에 드러나도록 하신다는 의미이다. 그는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3성부보다 찬송가가 한 성부가 더 많은 4성부라며, 천국에 가면 하나님이 어떤 성부를 시키실까 궁금하다고 말한다. 음악적으로 성부 하나님은 베이스, 성자 하나님은 테너, 성령 하나님은 엘토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소프라노는 바로 ‘우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유럽시장 진출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그는 정식 라이선스(license)를 가지고 세계로 나가는 게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작년에 일본 코스타 강사로 세워졌던 그는 일본 사람들에게 이 앨범을 나눠 주고 왔다. 복음의 불모지인 일본에 ‘아이엠멜로디’를 통해 복음이 전해지길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유럽시장 진출 계획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는 이 앨범 때문에 블루쉬림프(Blue shrimp)라는 회사도 차렸고, 현재 ‘아이엠멜로디’ 2집 음반을 가수 나얼, 김범수, 박정윤 씨와 한창 준비 중이다. 그는 “2집을 만들며 하나님이 선곡도 많이 도와주셨는데, 내가 좋아하면서도 가수 각자의 특성에 맞는 곡을 선택하도록 인도하셨다”고 밝혔다. 나얼 씨가 부르는 찬송가 ‘예수를 나의 구주 삼고’나 오스트레일리아 애국가이기도 한 찬송가 ‘시온성과 같은 교회’가 2집에 들어간 것도 주님의 인도하심이라고 귀띔한다.
그는 “지하철에서 피곤에 찌들어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들의 귀에 하나님의 찬양과 말씀을 들려주고 싶어서 ‘아이엠멜로디’를 준비했다”며 “수익금의 일부는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들을 위한 교회 설립을 위해 사용하려고 한다”고 강조한다.
해마다 여름만 되면 외국으로 단기선교여행을 떠나는데, 정작 우리나라에 와 있는 파키스탄, 네팔, 필리핀 등 외국인 120만 명이 자국말로 된 예배를 드릴 공간이 없어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슬람권이 우리나라 농촌에 많이 들어와 있는데 이들이 모일 공간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류 열풍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사람들을 전도하라고 주신 하나님의 사인(sign) 같다며, 우리 안에 있는 외국인들이 말씀을 듣고, 찬양하며, 기도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위해 ‘아이엠멜로디’가 쓰임 받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음악은 ‘복음을 전하는 도구’
그는 현재 나사렛대학교 실용음악학과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오겠냐고 고향 사람들이 예수님을 비하하는 장면이 성경에 나온다”며, “실용음악이야말로 세상에 나가서 해야 하는 음악이다. 이를 위해 하나님이 비주류들을 쓰시는 것을 느낀다”며 후학 양성에 뜻을 비쳤다.
음악가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실제로 대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쳐 보니 ‘이걸 왜 못 알아듣지?’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 재능은 타고나는 것임을 느끼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스스로 아티스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왜냐하면 음악이 우상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어린 시절 내게 주신 마음은 ‘전도하라’였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어린 학생들을 전도해야 한다. 지금 전도하지 못하면 하나님의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이 나올 것이다.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워야 하는데, 음악을 통해 복음을 드러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드러내서 세상으로부터 공격받는다면 그것은 영광의 상처일 뿐이다.”
그러나 복음을 음악으로 드러낼 때 대중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 일단 사람들 귀에 들어오는 음악이라야 전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음악적 깊이가 없다면 저급한 음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대중성과 음악성 접목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는 일반 사람들이 듣고 좋아하는 것이 바로 대중성이라고 풀이한다. ‘아이엠멜로디’ 2집은 대중성 있게 가벼우면서도 음악적으로 이끌어 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음악성이나 신앙이 더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며,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더 얻기 위해 책도 음악 못지않게 많이 접하고 연구한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요즘 우리 시대 문제가 되고 있는 조기유학이나 동성애, 뉴에이지, 먹을거리 등에 관한 자신만의 생각을 언젠가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기도 하다.
그는 하나님이 주신 것은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이 다 좋다며, 고린도후서 6장 10절 말씀으로 라이프 스토리를 마무리했다.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