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안소영 기자
선교지에 다녀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그곳에 가서 도움을 주기보다, 내가 그곳에서 받은 은혜와 도움이 더 컸다는 것. 단기선교 준비가 한창인 요즘, 혼자만 알고 있기엔 참 아까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열방을 향한, 그리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다.
| 하나님의 서프라이즈 선물을 만끽한 여정 - 김덕근(경남 마산시 월포동)
뉴질랜드로 전도여행을 갔을 때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땅의 곳곳을 밟고 기도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일에 교회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고민하던 그때, 어떤 사람이 한국 사람이냐며 묻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찬양 소리를 들었던 모양이다. 그러더니 그분이 우리를 자신이 다니는 교회로 초청하셨다. 그날 우리는 예배의 기쁨을 만끽하며, 그 교회 성도들의 축복과 섬김을 받았다. 그뿐인가. 교회 분들 덕분에, 잃어버렸던 우리의 디지털 카메라까지 찾았다! 하나님의 즐거운 선물로 가득한 여정이었다.
| 나를 부끄럽게 한 인도네시아의 예배자들 - 이진영(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주일 오전, 인도네시아의 아이들이 현지 교회로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놀랐다. 그들은 집에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화장을 곱게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제일 아름다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있었다. 열정적으로 예배를 드리던 그네들의 모습은, 예배를 대하는 내 모습을 돌아보고 회개하게 했다. 여름성경학교 사역을 하러 왔다고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캄캄한 밤이라 잘 보이지도 않는데, 끝까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던 모습이 여전히 선명하게 그려진다.
| 북한 땅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 - 오영혜(서울 강남구 수서동)
북한 땅 주변을 밟는 단기선교는 영하 40도의 추위에 난방도 잘 안되고 눈길 체인도 안 감은 승합차로 매일 이동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원래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 다른 사람보다 추위에 약한 데다, 3주째 감기까지 걸렸던 나. 힘든 몸을 이끌고, 꽁꽁 얼어붙은 백두산 천지 위에 올라 바라본 북한 땅은 너무 어두웠다. 가슴이 한없이 미어져 엉엉 울고 있었던 그때, 그 어두운 땅에서 갑자기 눈부신 태양이 떠올랐다. 하나님께로부터 그 땅을 반드시 회복시키시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 같아 얼마나 가슴이 벅차올랐는지 모른다.
| 선교사님을 통해 전해진 하나님의 사랑 - 한채경(호주 시드니)
참 단합이 잘되었던 우리 단기선교팀에 자그만 갈등이 발생했다. 서로 자기가 옳다고 티격태격하던 작은 갈등은 결국 큰소리를 내는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함께 있던 현지의 선교사님은 그런 우리를 가만히 지켜보시다가, 아무 말씀 없이 우리를 숙소로 데려다 주셨다. 다음 날 선교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팀원들에게 못 다한 이야기가 있다고. 그러면서 말씀하신 것은 “사랑한다”라는 한 마디였다. 이 말씀을 들은 우리 팀 모두는 울고 말았다. 하나님의 사랑이 선교사님을 통해 느껴졌다. 연약한 인간이라 다 못나서 선교지에서도 싸운 우리. 우리가 죄인 되었을 때 이미 우리를 사랑하시고 용납하셨던 하나님, 그 사랑에 눈물이 났다.
| 머리로 제한할 수 없는 하나님 - 오지영(서울 구로구 개봉동)
잔지바는 우리가 가기로 한 세 지역 중에 복음을 가장 전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무슬림이 98%라는 통계를 본 후, 우리는 오랫동안 준비한 사역들을 내려놓고 그곳에 계신 선교사님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보다 앞서 일하고 계셨다. 그곳에 있는 한 선교사님과 연결되면서 예상치 못하게 우리는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드라마와 워십, 페이스페인팅과 게임으로 정말 마음껏 하나님을 전하고 외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슬림으로 가득한 그 땅에도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열정으로 예배하는 소수의 그리스도인이 있음을 보았다. 통계만 보고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제한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돌아온 귀한 시간이었다.
| 내 흉터는 하나님의 보호하심의 증거다 - 조지애(광명시 하안동)
따뜻한 물이 안 나오는 선교지 사정 때문에, 한 형제가 뜨거운 물을 끓여 주었다. 그것을 선반 위에 놓고 머리를 감으려 하는데, 선반이 무너지면서 그 물이 내 한쪽 다리에 쏟아졌다. 3도 화상이었다. ‘왜 하필이면 저예요’라는 원망도 많이 했다. 그랬던 내가 병원에 치료하러 들어갔을 때, 전신에 화상을 입은 중학생 소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물이 내 머리 위로 쏟아졌으면 나도 전신 화상을 입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나님이 날 보호하셨다! 의사는 상처 부위가 튀어나와 청바지도 못 입을 거라 했는데, 지금 내 다리는 비록 흉터는 남았지만 겨울에는 스타킹을 신고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 있을 정도로 나았다. 그리고 이 흉터는 날 보호하신 하나님을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추억의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