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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학력파문 - 잘못된 한 줄 서기

과월호 보기 김혜숙 목사(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 총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등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버젓이 우리 사회의 현실로 나타나더니 2007년에는 학력위조 파동이 뒤를 이었다. 모두 다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이 말은 그 원인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게 아니고, 우리가 우리를 돌아보아 참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점차 “학력보다 실력”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마당에 학력보다 전문성이 더 요구되는 문화·예술 분야나 연예계에서 학력위조 인사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더욱 어처구니없다. 학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풍토와 타인의 주목을 받는 위치에 있는 공인(公人)이니 자신을 더욱 멋지게 포장하고 싶었으리라 짐작은 되지만 가짜 학력을 발판으로 쉽게 성공해 보려는 태도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경에도 자신을 더욱 멋지고 위대한 인물로 보이게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을 받았던 사람들이 있다. 초대 교회 시절 그리스도인들은 한마음과 한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제 재물을 조금도 제 것이라 하는 이가 없었다. 성도들은 자신이 가진 밭과 집을 팔아서 사도들에게 그 판 재산을 내놓았고, 그것을 함께 통용했다(행 4:32~37). 그러나 이러한 재산 헌납은 자발적인 것이었기에 원치 않으면 헌납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재산을 헌납해 그에 따른 명예와 칭송을 얻고 싶었다. 하지만 재물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그래서 땅을 팔아 그 일부만 바치고는 마치 전 재산을 바친 것처럼 속임으로써, 자신들의 재산도 어느 정도 지키고 전 재산을 헌납한 사람들이라는 칭송과 명예도 얻으려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그들은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죽고 말았다. 재산의 일부를 바치는 것이라고 솔직히 말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을, 전체를 다 바친 것이라고 거짓말했기에 이들은 심판을 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원래 모습과는 다르게 자기를 포장하는 이유는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며 자존감이 낮은 까닭이다. 또한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그럴듯한 학력이 꼭 필요하다고 착각하는 까닭이다. 이는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한 학력이라는 통로를 거쳐야만 그럴듯한 인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한 줄 서기’ 현상으로 보인다. 세상은 넓고 인생은 다양하다. 성공의 길은 학력이란 입장권을 내고 한 줄로 서서 들어가는 편협한 사고의 포장도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