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송광택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오래간만에 서울 시내의 대형 서점에 갔다. 많은 사람이 미로 같은 지식의 숲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어떤 이는 무언가를 살피거나 읽고 있었다. 나는 멀리 있는 아들에게 보낼 책을 고른 후, 기독교 원서 코너로 갔다. 눈에 띄는 반가운 책들! 벤 존슨의 『Think Big』(크게 생각하라), 필립 얀시의 탁월한 저작 『Prayer』(기도)가 서가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도자 빌리 그레이엄의 손자가 쓴 변증서도 눈길을 끌었다. 영어성경 코너에는 유진 피터슨의 독창적인 영역성경인 『Message』가 여러 권 품위 있는 장정을 뽐내고 있었다. 내 관심을 끄는 책이 많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나는 그 달콤한 유혹을 쉽게 물리쳤다. 정말 많은 책이 서가에서 멋진 독자와 진지한 독자, 그리고 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책벌레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가을이다. 과거와 달리 가을에 서점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다는 말도 들린다. 경제적 여유와 함께 독서보다는 여행이나 관광을 택해서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매력과 그 향기에 기꺼이 자신의 정신과 영혼을 맡기는 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가 사이로 다니며 새 책의 묘한 냄새를 맡을 것이다. 책 읽기가 왜 그토록 중요한가? 차인석 교수는 대학생 새내기들을 위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책에서 세계를 읽는다. 날마다 서점으로 쏟아져 나오는 책들은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으로 이루어진 이 세계를 말하며 우리는 이를 읽는다. 인간의 배움은 우선 가정과 이웃을 통해 시작되지만, 참 배움은 책을 통해 비롯된다.”
소설가 양귀자는 “독서를 통해 미지의 것을 탐색하고 자아를 발견해 가는 과정은 삶의 가장 큰 줄기”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책 읽기의 목적이 삶을 고양시키는 데 있다면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불행한 한 이웃을 생각하는 것에 버금가게 한다.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를 쓴 애너 퀸들런도 이렇게 말했다. “책 속에서 나는 다른 세계뿐만 아니라 나 자신 속으로 여행했다. 내가 누군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갈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 세상과 나 자신에 관해 감히 무엇을 꿈꿀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독서는 언제나 나의 고향이었으며 나의 양식이었고 위대한 불굴의 동료였다.”
특히 고전 읽기는 중요하다. 고전을 읽다가 고전(苦戰)만 하고 고전과 결별한 이들도 적지 않지만. 금세기 최고의 신학자 중 한 사람인 알리스터 맥그라스는 “고전은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되며, 세월이 가도 변함없는 하나의 자원으로 남아, 그 의미와 적실성이 그 시대에 소멸되지 않고 다른 시대에도 의미 있게 사용된다”고 했다. 동감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책을 읽자. 고전과 양서를 가까이하자. 교양인이라면 매주 한 권, 지도자라면 두 권 이상! 독서는 대학(大學), 큰 배움의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