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마티나(버짓 페더스피엘)와 필리파(보딜 키에르)는 마을 신앙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자매다. 어느 날 바베트(스테파니 오드런)라는 여인이 찾아와 유명한 오페라 가수 파핀(장 필립 라퐁)의 편지를 전한다. 필리파는 보수적인 청교도 목사였던 아버지의 반대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파핀을 떠올리며, 바베트를 들이고 그녀와 함께 지내게 된다. 수년 후 큰돈이 생긴 바베트는 자신의 요리 솜씨로 두 자매의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을 챙기겠다고 선언한다.
최근 음식과 관련된 영화가 부지기수로 제작되고 있다.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카모메 식당>, <리틀 포레스트> 등의 영화는 음식과 요리라는 테마를 통해 맛이 주는 즐거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인물들의 내면을 위로하고 어긋난 관계를 회복시키는 음식의 놀라운 힘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1987년도에 제작된 <바베트의 만찬>은 가히 ‘음식 영화의 고전’이라 불릴 만하다. 영화는 음식을 나누고 즐기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를 통해 한 공동체가 이루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그린다.
바베트는 이 신앙 공동체에서 이방인이다. 전쟁 중에 타국에서 넘어온 그녀는 청교도적인 삶을 사는 이 마을 사람들과는 또 다른 가치관을 가진, 조금은 다른 존재다. 그러나 그녀는 최고의 요리사이면서도 자매가 가르쳐 주는 단순한 요리법을 진지하게 새겨듣고, 큰돈이 생겼을 때 자신을 돌봐준 공동체와 함께하기를 원했다. 자신을 낮추고 나눔을 실천한 것이다.
영화 속 최고의 장면은 바베트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공동체 사람들이 함께 먹는 부분이다. 먹기 전에는 각종 이국적인 재료들을 보고 혹여나 죄를 짓는 것은 아닌가 노심초사하던 마을 사람들이 어느덧 함께 먹고 마시며 지난날에 대해 서로가 서로에게 용서를 구한다. 겸손과 베풂이 화해로 이어지는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장면이다.
베풂은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화해와 회복을 이끌어 내고, 평화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만찬의 재료임은 확실하다. 만찬을 끝낸 후 바베트는 이렇게 말한다. “훌륭한 요리는 사랑의 행위와 같아요. 최선을 다하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어요.”